광주시 5개구 중 가장 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북구이다. 북구는 광주의 대표적인 명산인 ‘무등산’을 중심으로 수많은 유적이 묻혀 있는 곳이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가지정문화재 15점, 시 지정 문화재 33점, 등록문화재 4점 등 총 53점을 보유하는 등 광주지역문화재(총153점)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문화유산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왜적들이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했다는 김덕령, 고경명 장군 등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이들의 흔적을 뒤쫓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한 획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와 함께 전남 담양, 화순과 근접한 북구는 자연문화유산이 풍부해 ‘북구 8경’ 역사를 배우고 풍류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그 가치를 보존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광주 서구 문화재 실태를 파악했던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는 북구의 문화재를 소개하면서 문제점과 함께 활용방안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광주호를 끼고 있는 광주 북구 충효마을 (충효동)일대는 문화유산이 풍부한 명승지(名勝地)로 손꼽힌다. 식영정을 비롯해 소쇄원·환벽당·취가정·명옥헌·독수정·풍암정 등 무수히 많은 누정들이 모여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학식과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모여 있어 ‘역사길 탐방’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광주 도심에서 차로 30~40여 분을 가면 담양과 맞닿아 있는 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이를 알려주는 건 ‘왕버들 나무’ 세 그루이다. 이 나무들은 광주 북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충효동 왕버들’이다.

1500년대 후기에 심어졌으며 원래 ‘일송 일매 오류’(一松 一梅 五柳)라 해 마을을 상징하던 소나무 한 그루, 매화 한 그루, 왕버들 다섯 그루가 있었으나 지금은 왕버들 세 그루만 남아있다. 광주시 기념물 제16호였다가 2012년 10월 5일 천연기념물로 승격됐다. 가장 큰 나무의 높이가 13m, 둘레가 8.9m이고, 작은 나무의 높이가 8m, 둘레가 7.2m로 세 그루가 고른 크기로 자라고 있다.

김덕령 장군의 탄신을 기념하기 위해 심었다고 해서 김덕령 나무라고도 불리는 등 나무와 관련된 유래나 일화들이 전해지고 있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009년부터는 지역주민이 중심이 돼 ‘왕버들 음악회’를 개최하며 충·효의 정신을 함께하고 지역민들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나무 밑에 막걸리와 떡 과자가 놓여 있고 향이 지면에 널려 있는 것이 종종 발견된다고 한다. 이는 민간신앙이 행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음식물과 향에 의해 해충피해와 화재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행위를 자제하도록 금지하는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북구 문화재 보수관리 담당자에 따르면 현재 구는 내년 1월 16일까지 충효동 왕버들 생육환경 개선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민들에 의한 손상 등을 막기 위해 주변에 CCTV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간신앙 행위 등을 제재하는 안내판 설치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충효동 왕버들 바로 앞에는 김덕령 장군 일가의 애국충절을 기르기 위한 광주시 지정 기념물 제4호인 ‘충효동 정려비각’이 있다. 비각 내에는 김덕령 장군과 그의 형 덕홍, 그의 처 흥양이씨 등 노모에게 효성이 지극했던 아우 덕보의 충·효·열을 기르기 위한 충효리로 사명한 표리비가 세워져 있다.

문화재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정려비각은 구조적으로도 안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안내판이 녹슨 상태가 심했고, 앞의 현판도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또한 목조문화재인 정려비각은 화재에 취약함에도 소형 분말 소화기 두 대만 배치돼 있는 상태였다. 문화재 옆에 설치해야 할 소화전이 60여 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화재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신속한 대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효마을은 1788년 정조대왕으로부터 ‘충효리’를 하사받은 마을로 현재 50여 세대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주민 약 90%가 김덕령 장군의 씨족인 광산김씨 낭장공파로서 전형적인 동족 마을이다.

충효 마을 뒤편의 창계천을 따라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해 건립된 여러 정자들로 인해 형성된 정자 문화권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시문을 기르기 위해 지은 식영정과 면앙정, 송강정, 은거를 위한 독수정과 소쇄원, 그리고 환벽당이 선비들이 찾는 주 출입처였으며 호남 사림의 교유처이기도 했다.

왕버들나무 북쪽으로는 ‘명승 제107호’인 ‘환벽당’이 있다.
환벽당은 사촌(沙村) 김윤제(1501~1572)가 노년에 후학양성을 목적으로 무등산 원효계곡에서 흘러나온 아름다운 증암천 옆에 건립한, 남도지방의 전형적인 방이 있는, 유실형(有室形) 정자이다.

명승 제107호 ‘환벽당’

송강 정철이 과거에 급제하기 전까지 10여 년간 머물면서 공부했던 곳으로 우암 송시열이 쓴 현판이 걸려있다. 정자·연못을 비롯해 전후좌우로 송림과 죽림, 그리고 주변의 산들이 그림처럼 두르고 있어 환벽(環碧)이란 뜻 그대로 모두 푸른빛으로 둘러싸여 청록색의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고 있어 자연경관 또한 빼어난 곳이다.

그러나 목조문화재인 환벽당은 나무의 내부 조직을 갉아먹는 흰개미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흰개미는 목조문화재 파괴의 주범으로 목재 내부 조직을 갉아먹어 건물을 훼손시키고 심한 경우에는 붕괴의 원인이 되지만, 빛을 싫어해 주로 나무 내부에서 이동하고 서식하는 특성이 있어 피해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난 12월 11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도 흰개미에 의해 틈이 생긴 부분들이 몇 곳 있었다. 이에 대동문화재단 모니터링팀은 퇴치제를 사용해 박멸하고 있으며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재단은 물체의 외경, 내경, 깊이를 재는 공구인 버니어캘리퍼스를 이용해 틈새를 측정했다. 이밖에 환벽당 주변에는 제거해야 할 그루터기가 9개가 있어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환벽당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풍암정’이 있다. 시 문화재 자료 15호인 풍암정은 원효계곡에 있는 김덕령의 동생 김덕보가 지은 정자로 뛰어난 경치로 유명하다. 이 건물도 목재 문화재이지만 환벽당에 비해서는 흰개미와 같은 생물피해 위험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와와 마루 쪽에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무등산, 충효마을을 중심으로 지정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북구에는 문화적 가치가 높은 비지정 문화재도 많다.

균산정(신촌샛강길 107-51), 운암서원(생용동 314), 만주사(소해로11), 절효사(일곡로 41번길 41-8) 등이다. 이 중에서 일곡동에 위치한 만주사와 절효사는 광주 광산구의 ‘월봉서원’처럼 활용가치가 높은 문화재로 손꼽힌다.

활용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비지정문화재 '만주사'

만주사는 한말의 문신이자 우국지사인 연제 송병선과 소해 노종룡을 배향한 사당이다. 사당 부근에는 강당으로 쓰이는 경의재와 1817년 건립된 농암정이 있다. 송병선은 자 화옥(華玉), 호 연제(淵濟)로서 뛰어난 학행이 알려져 벼슬에 기용된 뒤 서연관, 경연관, 대사헌을 지냈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된 뒤 이의 부당함을 왕에게 상소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음독자결했다.

노종룡은 농암정 건립자의 아들로서 일찍이 학문에 뜻을 두고 송병선과 최익현에게 사사했다. 을사조약이 체결돼 송병선이 자결하고 최익현이 일제에 잡혀 대마도에서 순절하자,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광주 일곡동에 내려와 학문에 전념하며 후진양성에 힘썼다. 저서에‘소해문집’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있지만 비지정 문화재라는 이유로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내부를 구경하고 싶은 주민들은 건물 옆에 있는 높은 지대에 올라가서 담장 너머로 쳐다보는 실정이다. 또한 만주사 옆에는 관련 비석들이 세워진 터가 있는데 관리가 되지 않아 풀이 우거진 채 있다.

비지정문화재 '절효사'는 관리가 안된채 방치돼 있다.

다음으로 만주사에서 도보로 약 200m 가면 절효사가 있다. 절효사는 사찰이 아니라 노씨 문중의 사당으로 1398년 창건, 1986년 복원됐다. 절효란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뜻으로 이곳은 노준공(1340~1397), 노희서(1558~1592)를 배향하는 사우라고 한다. 노준공은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했고 그 당시의 상례는 부친상에는 백일 탈상이 관례였으나 홀로 3년 상을 했고, 또한 국상을 당해도 부친상을 당한 것과 같이 매월 초 하루와 보름에 멀리 있는 그쪽을 향해 절을 사는 등 3년 동안은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슬퍼했다.

태조는 노준공의 명성을 듣고 여러 번 불렀으나 서석산 세심계에서 은거하다가 그 후 조선 정조가 그의 효를 인정하고 ‘절효’라는 시호를 내려 표창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러한 교육적이고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문화재인데도 불구하고 비지정 문화재라는 상황 때문에 이곳도 자물쇠로 문이 잠겨 있다. 또한 관리가 안돼 쓰레기, 낙엽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지정 문화재이더라도 문화적·교육적 가치가 높은 곳은 소유주의 의사에 따라 시에서 관리할 수 있으며 활용 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광주 광산구 월봉서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월봉서원은 빙월당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인 숭덕사, 동재:명성재, 서재:존성재, 장판각 등은 비지정이다. 그러나 시민들을 위해 개방한 후 선비체험, 문화공연, 팸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 서원은 전국적으로 문화체험을 하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구덕진 대동문화재단 팀장은 "비지정 문화재 중 문화적 가치가 높은 몇 곳을 선정해 소유주의 허락을 받고 1년에 1~2차례 잡초 제거 등 ‘경미수리’는 한다"면서 "그러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래 지정 문화재 만큼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지정 문화재 활용은 소유주의 의지가 중요한 문제다"고 덧붙였다.

박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