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그 이상의 가치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지역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 여념없이 뛰고 있는 김영섭 전남배드민턴협회 회장이 지난 1월15일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 인근 카페에서 만나 밝힌 소회다.
전남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는 김 회장은 생활체육 동호인 출신이다. 20여년 간 배드민턴을 해왔고 통합 이전에는 전남배드민턴연합회장을 역임했다. 또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통합추진 위원을 맡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을 이끈 이색 이력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생활체육은 물론 전문체육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실무 경험도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통합 이후에 올 수 있는 부작용을 이해하면서 통합위원 활동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양 단체가 합쳐져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도 컸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통합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중 전남 배드민턴은 지난 2016년 1월16일 하나가 됐다. 전남체육회가 같은 해 2월26일, 대한배드민턴협회가 3월14일 통합했으니 이보다 앞서 종목단체 통합을 이룬 셈이다.
당시 엘리트체육의 전남배드민턴협회와 생활체육의 전남배드민턴연합회 실무진이 통합과 관련된 첫 미팅에서 통합을 이끌어내기까지 10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믿음이 있었다.
그는 "통합회장을 맡으면 전문체육 쪽을 이끌어나갈 로드맵이 확실한 상태였다"면서 "이 로드맵에 대해 전문체육의 기대와 신뢰가 커 원만한 통합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만남에서 김 회장의 생활체육을 통한 엘리트 선수 육성, 선수들의 지역에 대한 재능기부 등 2020년까지 배드민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대해 전문체육인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또 22개 시·군 협회장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경선없이 합의 추대로 회장직에 올랐다. 그리고 통합에 관한 실무적인 모든 것을 위임 받았다.

'어르신생활체육대회'에서 선수들과 기념사진 촬영.

이후 전남의 배드민턴은 김 회장을 중심으로 22군 시·군 협회장들이 하나가 된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 분기마다 열리는 총회와 이사회, 운영회 회의는 30분 안에 끝날 정도로 원만하게 진행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분기마다 결과보고와 계획 업무 협조요청이 이뤄져 불협화음을 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의 우수사례로 꼽힐 정도로 원만한 통합이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전남에는 현재 전문체육(학교체육·실업) 15개를 포함해 등록된 클럽만 300여 개가 존재하고 회원은 3만여명에 이른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까지 헤아리면 7만여 배드민턴 가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런 대가족을 이끌기 위해 ‘배드민턴 그 이상의 가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협회를 이끌고 있다. 스포츠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그는 "사실 선수 생활이 끝난 전문체육인들은 배드민턴이 직업이 되고 생계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전남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150여 명에 이를 정도다. 이처럼 엘리트선수나 선수생활을 마친 배드민턴 가족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배드민턴 용품점 등 배드민턴과 관련된 점포가 60여 개에 이르고 있으며, 동호인들이 저녁에 운동을 마치고 담소를 나누기 위해 카페나 술집을 찾는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임기 동안의 역점 사업은 지역 배드민턴 엘리트 선수층 강화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남자 실업팀 창단을 급선무로 꼽았다.
전남 배드민턴의 전국체육대회 성적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14위권에 머물러 있다.
김 회장은 전남 배드민턴이 전국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목포, 여수 등 큰 도시에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초·중·고등학교 팀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스포츠클럽과 방과 후 활동에서 눈에 띄는 선수들이 전문체육선수로 활동하는 실정이다.
전남의 배드민턴 인재를 다른 시·도로 유출을 막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전남에는 화순군청 여자실업팀이 있지만 남자실업팀이 없다"면서 "초등학교 팀을 창단하는 것도 좋지만 실업팀이나 대학팀을 만들어 초·중·고등학교 팀의 선수들이 선수로 전남에서 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회장이 취임한 뒤 지난해 1월 순천공고 고등학교 팀이 창설됐고, 같은 해 2월 목포과학대에 여자 대학팀이 창단됐다. 올해는 세한대학교 남자대학팀 창단을 앞두고 있다.
김 회장에게는 생활체육의 발전도 빼놓을 수 없는 현안이다.
사실 전남 생활체육은 크게 손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활성화가 돼 있다. 면 단위마다 하나씩 클럽이 있고, 읍 단위에는 2~3개가 존재하며, 전남의 큰 도시들에는 30여 개의 동호인 클럽이 있을 정도로 활발하다. 하지만 광역도시와는 다르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는 "도농 지역은 광역도시와는 다르게 대부분 학교 강당이나 체육관을 유료로 이용하고 있어 새벽이나 퇴근 후에만 운동할 수 있다"면서 "생활 패턴이 다른 배드민턴 가족들을 위해 전용 체육관이나 체육센터 등 운동을 자유로운 시간대에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더 내려갈 곳이 없는 전문체육의 위상을 동호인들을 지도하는 전문 지도자들로 하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선수나 학부모, 기존 엘리트 코치진들이 과거 배드민턴연합회장으로 있을 때를 기억할 것"이라면서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엘리트 선수를 지도하고 이렇게 자라난 엘리트 선수들이 다시 생활체육 현장에서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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