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도시 광주 위상을 다시 살리겠습니다."
지난 3월16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만난 나훈 광주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우수 엘리트 선수 육성’을 협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지역 엘리트 선수들이 훈련할 장소가 마땅치 않고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부족해 체육 인재들이 광주를 떠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 회장은 지난 2016년 8월16일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통합과정에서 광주시야구협회, 광주시야구연합회, 광주시소프트볼협회 등 총 3개의 단체의 대의원 15명 중 14명의 찬성표를 얻어 제1대 통합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초 통합회장 선출일은 같은 달 19일이었지만 입후보 기간 마감일인 12일 나 회장의 단독출마로 굳어지면서 찬반 투표로 전환됐다. 대의원들의 찬반 투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선출일이 사흘 앞당겨 진행됐고 나 회장이 추대 형식으로 회장직에 올랐다.
나 회장은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해 광주일고에서 투수로 활약했다. 은퇴 후에는 송정중 감독으로 후배들을 양성하고 총 2차례(1998년 12월~2000년 1월, 2012년 12월~2012년 8월) 광주시야구협회장 직을 수행한 광주 야구계의 산증인이다.
하지만 경험 많은 그에게도 통합 협회를 운영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세 단체가 화학적 통합을 이루지 못해서다.
나 회장은 "통합은 원활했지만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색깔이 달라 지금은 따로 운영하고 있다"며 "물론 통합 협회가 큰 틀을 세우고 3단체를 이끌고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생리를 잘 알고 있는 각 단체에 맡겨 운영하고 있다. 이게 협회 내부의 불협화음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제15회 KIA 타이거즈기 호남지역 초등학교 야구대회 우승팀인 순천북초 선수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나훈 회장.

그래서 나 회장은 우선 지역 엘리트 야구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광주는 선동열, 이종범 등 한국 야구의 레전드들과 최희섭, 서재응, 김병현 등 메이저리거들을 배출해낸 ‘야구 명문 도시’였다. 하지만 현재는 우수한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고, 전국대회에서의 성적도 좋지 못하다.
나 회장은 "광주가 ‘야구 도시’라는 명성에 비해 시설이 크게 부족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야구장은 노후화된 본량리틀야구장과 무등경기장 2곳 뿐"이라면서 광주 야구의 부진 원인을 기반시설 부족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광산구에 위치한 본량리틀야구장은 본량중학교가 폐교되면서 만들어진 야구장이다. 21년 전에 만들어진 곳으로 시설은 노후화됐다. 그럼에도 현재 광주지역 초등학교 대회는 이곳에서 치러지고 있다.
나 회장은 "본량리틀야구장은 지어진 지 오래돼 그물망이 찢어지고 전광판은 수동이다"며 "정식 리틀야구장이 마련된다면 초등학교 야구는 물론 국내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봉산중, 명진고 소프트볼 팀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리틀야구장은 소프트볼 구장과 규격이 같아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초등학교 야구는 물론 소프트볼 대회도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지역의 야구 인재들이 타 시도로 유출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광주는 초등학교 7개 팀이 있는 반면 중학교 팀은 4개로 상대적으로 적다"며 "한 중학교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선수는 한 해 15명에 정도다. 광주에서 야구를 하고 싶어도 수용을 할 수 없어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시로 떠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광주에 정식 경기장 2개만 있어도 중·고교 팀 창단의 명분이 생기고, 중·고교 팀이 한 팀씩만 늘어도 지금과 같은 우수 인재들의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회장은 침체된 광주 엘리트 야구를 살리기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최근 지역 고교 팀의 해외 동계전지훈련을 추진했다.
성영재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일본 후쿠오카로 동계 전지훈련을 보낸 것.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 고교 팀들의 해외 전지훈련은 흔한 일이지만, 광주지역 고교 팀이 해외에 나가 전지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일본의 슌사쿠 기타무라 료-유빵 회장과 연이 닿아 전지훈련을 추진하게 됐다"며 "기타무라 회장이 흔쾌히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이토시마 구장을 전지훈련지로 내어주면서 전지훈련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이번 광주일고의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광주지역 엘리트 야구 발전을 위해 해외 전지훈련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그에게 남은 임기 동안 가장 큰 목표는 ‘야구 도시’ 광주의 위상을 살리는 전용구장 건립이다.
현재 광주는 라이트 시설이 제대로 설비된 구장이 없어 더운 여름철이면 엘리트 선수들과 생활체육인 모두가 운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 엘리트 선수들은 대회가 아니면 학교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고, 생활체육인들은 모래 바닥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며 "전용구장이 생기면 광주 야구인 모두가 ‘윈-윈’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지역 야구인 출신들이 야구와 지역에 애정을 갖고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