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흔들리면 지방은 물론 국가경제가 휘청거린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고, 활력소이며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 돼 기업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광남일보는 중소기업계를 독려하기 위해 든든한 우수 기업을 꼽아 지난 2012년부터 ‘중소기업경영인대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창조적이고 차별화된 경영마인드, 선진 경영기법으로 지역 경제 발전을 견인한 14곳의 광주·전남 중소기업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의 숨겨진 경영 노하우와 위기극복 전략 등을 차례로 소개한다.

완도전복㈜(대표 김형수)는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생산자 이익 증대와 해외시장 개척 및 상품개발로 소비 다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완도군의 어민, 수협, 자치단체 등의 출자로 지난 2009년 3월 출범했다.
완도전복은 활전복, 냉동전복, 통조림 등 다양한 전복 가공 제품을 생산해 중소유통시장과 대형마트 및 홈쇼핑 등 다양한 거래처는 물론, 일본·중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김형수 대표 부임 4년만에 2년 연속 매출 500억대를 달성, 회사의 안정화를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완도전복이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설립 초기 완도군과 수협, 생산어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출발해 활전복을 중심으로 수출과 내수시장 유통을 시도했으나 늘어나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소극적 영업방식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또 행정기관이 대주주로 참여함으로써 행정규제와 기업의 시장 논리간 조율의 어려움으로 운영 측면에서도 제약이 따랐다. 이와 함께 생산어민이 출하를 원할 때 회사에서 구매해주지 않는 일도 있었던 터라 전복양식 어민들 사이에서는 ‘영업을 못해 부도를 맞게 생겼다’는 말이 돌 정도로 회사의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
특히 전문가가 아닌 경영자의 방만한 운영과 대표 대행이라는 애매한 지위로 인한 조직 장악 실패 등으로 생산자와의 소통 부족, 경영 전략의 부재로 부도설까지 나왔다. 심각한 위기를 맞이한 완도전복은 2013년 5월 공채를 통해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 바로 김형수 대표다.

김 대표는 취임과 함께 완도전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우선 직원의 3분의 2가량을 물갈이 할 정도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또 ‘유통구조 혁신을 통한 매출 1000억 달성 및 가공공장 운영을 통한 전복산업의 미래 먹거리 창출’이라는 경영방침을 세우고, 기업 본연의 경쟁력인 외형 신장에 주력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복의 주력판매 시장이었던 도매시장 중심의 유통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홈쇼핑과 온·오프라인 조직의 신설 및 확대를 병행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통과정 중 20~30%의 관행적인 덤 제공을 10%로 줄인 결과 전복생산어가의 소득 증대로 이어졌으며, 대금 결제 기간도 1~2개월에서 1주일로 단축시켜 전복생산어가의 자금 회전력 및 매출대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시켰다.
특히 같은해 말에는 엔저와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부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매출액 261억원, 당기순이익 2억4500만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의 안정화를 이뤄낸 것은 물론, 설립 5년 만에 최초로 주주배당을 실시해 이익실현의 원년을 만들었다.
이듬해인 2014년부터는 ‘고공성장’하기 시작했다.
2014년도 경영평가 결과 343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31.3%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3억7000만원으로 1200명의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했다. 29억5000만원을 투자한 최대주주 완도군에는 1억1800만원의 이익금이 배당됐다. 이로써 2년 연속 이익배당을 실현했다.
특히 2016년 매출은 500억원을 넘어섰다. 2011년∼2013년 기간 동안 200억대로 정체됐던 매출규모를 3년 만에 500억대로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도 502억2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설립 9년만에 2년 연속 매출 500억원 달성을 기록했다. 완도전복이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가공산업의 대중화 기반을 구축한 영향이 컸다.
김 대표는 전복산업 미래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2015년 완도읍 죽청리 농공단지내에 총 54억5000만원을 투입해 연면적 2807㎡ 규모에 전복가공 기계를 보유한 가공공장을 준공했다.
전복가공공장에서는 냉동전복, 분말, 자숙전복, 전복통조림, 칼슘제, 전복껍데기를 원료로 한 전복비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업체에서 전복장아찌 등 소규모로 상품을 생산해 왔으나 대형 전복가공공장이 본격 가동함에 따라 소비촉진으로 안정적인 판로 확보는 물론 전복세계일류화 상품 개발에 탄력을 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자체 브랜드인 ‘정해연(淨海緣)’을 개발, 회사이미지와 제품홍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완도전복은 수출국 다변화와 수출제품 다양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대외수출은 일본시장(활전복)이 전부였으나 해외박람회 참가 및 빅바이어 초청 등 지속적인 노력의 결실로 지난 2016년 6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중국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또 캐나다와 홍콩, 싱가포르에 컨테이너베이스 통조림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현지 무역업체들과 수출 상담을 통해 완도산 전복 240만 달러 상당의 수출에 합의하기도 했다.
완도전복은 특히 홍콩과 함께 통조림 시장 중심지로 알려진 싱가포르에 진출할 수 있게 된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뉴질랜드와 호주산 전복을 선호하는데 사전에 현지 반응을 조사한 결과 완도전복 통조림의 품질이 그에 버금간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형수 완도전복 사장은 "완도전복은 청정바다에서 미역과 다시마만을 먹여 길러 깨끗하고 안전하다"며 "해외시장 개척에서 완도전복의 안전성에 마케팅을 집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전복산업 발전과 생산어민을 위해 매출 1000억 달성이라는 첫 번째 목표만 보고 나아갈 것"이라면서 "제2의 창업을 한다는 심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