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뛰어준 우리 선수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지난 5월16~31일 치러진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매서운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을 차지한 광주제일고등학교(이하 광주일고) 성영재 감독은 "선수들이 믿음에 보답해줬다. 대회 모든 과정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광주일고는 주춤했던 지난해와 달리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2016년 10월 사령탑에 오른 성영재 감독의 ‘자율 야구’가 팀에 녹아 들며 끈적끈적한 광주일고만의 야구 색깔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도 대구고를 상대로 10-2 대승을 거두며 8년 만에 대회 우승과 함께 이 대회 6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실 광주일고의 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야구 전문가들은 광주일고에 대한 예상치를 8강 정도로 잡았었다.
그러나 광주일고는 대회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천안 북일고를 6-5로 꺾으며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25일 열린 16강전에서는 제물포고를 만나 5-2로 이겼고, 27일 8강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덕수고를 상대로 6-4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덕수고와의 경기에서는 7회까지 2-4로 끌려갔으나 8회말 특유의 물고 늘어지는 공격으로 4득점을 올리며 역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30일 준결승전에서는 고교 최강이라 불리는 경남고를 만나 3-2의 1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대회 우승후보들을 상대로 하나씩 ‘도장 깨기’ 하듯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셈이다.

성 감독은 16강에서 만난 천안 북일고와의 경기를 이번 대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그는 "가장 위험한 경기였다. 9회 초 역전을 당했다가 9회말 끝내기로 이겨서 더욱 그렇다. 이 경기를 발판 삼아 선수들이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일고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과거 명성 회복을 목표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아마추어팀들의 해외 전지훈련은 흔한 일이지만, 광주지역의 야구부가 해외 전지훈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해외 전지훈련에는 나훈 광주시야구협회장의 도움이 컸다. 국내보다 따뜻하고 야구장 시설이 잘 갖춰져 선수들과 만족할만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오후 훈련은 물론 야간 훈련까지 선수들이 원하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연습했다. 전지훈련을 통해 개인보다 팀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눈에 띄는 기량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성 감독은 한 시즌의 성패가 달린 전지훈련에서 ‘기본’을 강조했다.
그는 "기본기와 수비 쪽에 공을 들였다. 아마추어 야구에서 수비는 결과를 바꾸는 결정적인 부분이다. 지난 시즌에도 수비 때문에 흔들린 경기가 많았다. 공격을 잘하면 점수를 낼 수 있지만, 수비를 못하면 경기를 지게 된다"며 "선수들이 감독이 원하는 훈련 방향으로 잘 따라와 줘서 이번 시즌 자신 있었다"고 평가했다.
성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투구 수 제한’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감독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과감한 선수 기용과 경기 요소요소에서 적절한 교체를 단행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다.
그는 당초 목표였던 8강까지 모든 투수들을 활용했다. 4강부터는 보너스 게임이라 생각했다. 편하게 생각하고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풀에서 선수들을 기용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성 감독은 광주일고 ‘스타 선수’ 출신이다.
그는 1986~1988년 광주일고에 다니며 야구부를 ‘명문’으로 이끈 주축 선수 중 한 명으로, 1988년도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군상상고를 제압하고 우승을 이룬 경험이 있다.
이후 그는 프로에서 사이드암과 언더핸드의 중간쯤 되는 투구 폼으로 프로에서도 이름을 떨쳤다. SK 와이번스, 해태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등의 팀을 거쳤고, LG에서 코치직과 스카우트 팀에서 활약한 뒤 고향 광주로 돌아왔다.
모교의 감독직을 맡고 있는 그는 후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누구보다 잘 되길 기원하고 있다.
이에 성 감독은 과거 안 좋았던 시스템을 폐지하는 데 힘썼다.
선수들에게 야간 운동에 대한 자율을 줬고, 합숙을 없앤 것이다.
실제로 선수들은 점심시간이 끝난 뒤 너나 할 것 없이 일정 휴식만 취하고 바로 운동장으로 나와 얼굴에 ‘웃음 꽃’을 피우며 캐치볼, 더블 플레이 연습 등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성 감독은 "선수들을 억압하지 않고 자율을 존중해주니 얼굴에 생기와 웃음이 돌기 시작했고 성적으로 이어졌다"며 "이는 LG 코치시절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매일 개개인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것도 성 감독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성 감독은 "처음에는 요령을 피우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젠 의도를 깨달았는지 큰 부상이 아니고는 운동에 착실히 임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편의시설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성 감독 부임 이후 야구부 건물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이는 일과 후 개별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갈 필요가 없도록 하는 감독의 배려다.
성 감독은 후배 선수들에게 바른 인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출중한 실력을 갖췄더라도 인성이 안 돼 있으면 인정받을 수 없다"면서 "감독이자 선배로서 올바른 인성과 실력을 갖춘 명문 야구부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