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사찰로 가는 길, 일은 늘 넘쳐나지만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운 날이다. 무각사는 로터스갤러리가 운영되고 있는데다 북가페, 사찰음식을 접할 수 있는 사랑채까지 운영되고 있어 은근히 명소로 알려져 있는 공간이다. 이곳 갤러리에서 미술작품 최초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됐던 장본인이자 ‘연필로 그린 부처님 이야기’를 선보여 호응을 얻은 민중화가 이상호 작가의 전시(5.2∼31)가 끝나자 또 하나의 의미깊은 전시가 마련되어서 그 기대감에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 듯하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분주하게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30대 젊은 신예 한국화가 장미란씨가 그 주인공이다.

장미란 작가의 전시(6월2∼20일)는 단순한 초대전이 아니라 올해 여섯번째 공모한 로터스갤러리 신인작가 공모를 통해 마련된 자리였다. 때마침 지난해 금호갤러리 유·스퀘어 청년작가 전시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의 개인전(6월8∼14일)이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갤러리 3관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방문한 김에 전시를 두군데에서 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공모에 당선된 전시들로 작가의 역량이 조금씩 성장한다는 반증으로 이해했다.

사실 장미란 작가는 조선대에서 수묵을 전공한 뒤 2007년 중국으로 건너가 1년 동안 어학 연수 코스를 마치고 북경 중앙미술학원에 입학했다. 애초 그는 서울 유수의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으나 그다지 내키지 않아 무작정 중국으로 떠났다고 한다. 어학연수를 받으면서 대학원 입학시험 전에 북경 중앙미술학원 학부생들과 함께 했다. 이때 그는 스스로를 낮춰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중국인들을 만날 때 마다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는 자세로 중국에서 화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거기서 인연을 맺었던 중국의 동기들이 음으로, 양으로 힘을 실어줘 그곳 살이는 나름대로 무난하다고 귀띔한다.

"북경 중앙미술학원 대학원 입학시험을 볼 때 50명이 응시했는데 외국인은 저 혼자더군요. 지금도 대학원 동기들이 저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에 용기를 얻곤 합니다. 중앙미술학원 출신 작가들이 현지에서 위상을 확보하고 있어 저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죠. 아무래도 외국출신 작가들은 북경이 타지여서 힘들 수 밖에 없잖아요."

그는 북경에서 이처럼 동기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문득 광주를 떠올리곤 한다. 국내 거주할 때 광주작가들에게 너무 기회가 없다는 것과 전시 오픈할 때 동종의 작가들만 참여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토로한다. 여기다 미술문화가 단조롭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문화예술도시치고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 말이다.

이런 그가 벌써 중국과 연을 맺은 지 11년이나 됐다. 그래서 11년 동안 중국과 연을 맺고 활동하면서 얻은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2007년 중국으로 건너간 뒤 2011년 북경 중앙미술학원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어요. 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수료했습니다. 그때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예요. 제가 북경에 머문 시간은 모두 합쳐 7∼8년 정도 될 겁니다.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 제8기 입주작가로 선정돼 2016년 1년 동안 그곳에 머물며 작업도 했구요."

그의 석사 졸업 작품은 당시 우수작품으로 뽑혀 현재 북경 중앙미술학원에 소장 중이다. 중국 진출 이후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설명해줄 것을 부탁했다. 우선 성격부터 언급했다. 내성적인 성격이 유학하면서 자신을 어필하다보니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들려준다.

"지금은 어디를 가든 제 홍보물을 들고 다닙니다. 이제 습관이 됐어요. 그리고 광주에서는 작업량이 작은데 거기서는 커졌다고 보면 됩니다. 거기서 또 많은 액수를 버튼 것은 아니지만 북경 원불교문화원 사군자와 수묵화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그는 학부 때는 재료적인 면에서 다양성을 추구했고, 석사 때는 수묵인물에 천착했으며 중국에 머물고 있는 당분간 ‘겹침 수묵담채’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색채는 중국이 빨강 등을 선호하지만 그는 시류에 따라가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파란색을 주색채로 구사할 작정이다. 소재적으로는 북경창작센터 입주 때부터 작업을 해온 부처 형상과 자연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불상을 이해하기 위해 찬부경이나 화엄경을 독파한 것은 물론이다. 작품에 불상 들어간 이후 반응이 좋아 이 흐름이 당분간 그의 작업 한가운데를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묘사하는 것이 많아 디테일한 불상이지만 그는 상상력을 더 강화해 추상적 불상을 구사하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북경에서 최대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자제하며 작업에 집중한다. 시간적 재정적 소모를 최소화하 위한 그만의 방책으로 읽혔다. 그는 아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아껴가면서 작업한다. 다행히도 그런 그를 알아보기라도 한 것일까. 근래 조금씩 현지에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작은 소품이 올해 중국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송좡예술특구에 작업실을 냈는데 힘들어도 직접 명함과 전시도록을 들고 798예술특구 소재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면서 나 자신을 알리는데 노력했았어요. 소품이 팔리지만 그거로는 생활이 해결되지는 않죠. 재료비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반응이 이어지면 그게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열심히 작업하는 작가, 꾸준한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붓을 놓지 않는 작가 말이죠. 화가가 업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붓을 놓으면 불안하긴 해요."

그는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전시가 끝난 후 중국으로 돌아갔다. 상하이 전시가 제안됐고, 그 전시 계약관계를 마무리해야 해서다. 상하이 전시(루엔샤오 화랑)가 성사되면 로터스갤러리에서 선보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2016년 작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지난해 송좡에 작업실도 냈고, 지금은 미미하지만 그곳에서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만큼 새로운 각오로 향후 작업에 집중할 생각이다. 하반기 자신이 회원으로 활동중인 그룹 새벽과 연우회 정기전에는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