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향해 두려움을 덮고 행진을 하던 광주시민들의 정신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깊은 울림을 줍니다. 현재는 민주화의 성지 뿐만 아니라 문화의 중심지로서 입지를 공고히 한 것 같아요. 광주는 문화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주 방문하고 싶은 도시입니다."
지난 10월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창작 공간 네트워크 포럼 ‘리셋! 아시아 도시들-도시 공동체의 예술적 실천’ 참석차 광주를 찾은 유네스코(UNESCO) 아프가니스탄 카불지부 송첫눈송이 문화프로그램 매니저는 강연에 앞서 10월16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그는 먼저 이번에 광주에 온 이유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바미얀(Bamyan)을 재건하려는 노력을 펼친 유네스코와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활동을 알리고, 바미얀문화센터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아시아 창작공간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송 매니저는 자신이 맡은 여러 프로젝트 가운데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바미얀문화센터 건립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했다.
"바미얀문화센터는 아프간 정부의 주도로 건립되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문화센터이자 앞으로 생길 아프가니스탄 문화센터들의 롤모델이 될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바미얀 및 아프가니스탄 예술가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도울 예정이지요."
그에 따르면 바미얀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서쪽으로 약 230㎞ 떨어진 도시로, 예술인들이 많은 도시이자 아프가니스탄 내국인 사이에서도 관광지 1순위로 꼽히는 지역이다. 2001년 탈레반 공격으로 507∼544년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2개의 초대형 석불이 파괴된 상처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가 2003년 석불을 세계문화유산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에 동시 등재하기도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은 가난과 잦은 테러 등으로 문화적 활동이 뒷전이었다고 설명한 뒤 현재 조금씩 문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부분의 아프간 사람들은 절망감과 패배감에 자주 젖어요. 언젠가 한순간에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상대적으로 국가에 대한 자긍심 혹은 자부심이 떨어지게 되죠. 정치, 경제, 인프라 재건 등과 더불어 문화적인 내적 치유가 병행돼야 해요. 현 정부가 사람들의 마음이 병들어 있다는 데 위기를 느꼈고 처음으로 문화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물과 전쟁에 관심이 많았다는 송 매니저가 아프가니스탄으로 건너가 처음으로 했던 활동은 전국사진대회였다.
‘당신이 자랑스러워 하는 아프가니스탄’을 주제로 한 이 사진대회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담은 사진 3만 장이 넘게 모일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2017카불비엔날레에서 작품 사이를 지나는 송 첫눈송이 매니저

"미디어에 비친 아프가니스탄은 군인, 헬기, 테러, 부르카뿐이에요. 아프가니스탄 국민조차 자신의 나라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소수민족이 많은데다 같은 국가 안에서 지역끼리 교류가 없기도 해 서로 잘 모르는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미디어에 투
영해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스스로가 깨닫도록 SNS를 활용해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 전국사진대회는 2016년 서울과 벨기에에서 순회전을 가졌고, 성원에 힘입어 아프간 정부가 후원하고 유네스코가 돕는 ‘2017카불사진비엔날레’로 발전했다.
"거대한 정책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며 세상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아래에서부터 방식을 택했습니다. 임팩트있는 변화를 위해 밑에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활동이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프로젝트는 그가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이야말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긍심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이해됐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안팎의 부정적 시선을 변화시키고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문화활동이 정착, 발전할 수 있도록 문화적 맥락의 환경 조성에 주력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그도 문화가 과연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인지, 사치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나름대로 해답을 찾고 싶어 가장 극한의 환경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유네스코가 표방하는 가치가 제 질문에 답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전쟁은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기에, 평화의 방벽 또한 그곳에 세워야 한다’는 유네스코 헌장처럼 근본적인 가치를 가슴에 새기며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송 매니저는 유네스코의 일원으로 국제협력의 조정자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계유산보호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발전,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통한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물꼬를 트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어 그는 난민을 대상으로 펼친 연극을 언급했다. 이주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모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을 만들어 선보였는데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난민 문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줬다.
"아프간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위험한 지역에서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유럽 등 다른 국가로 이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난민들은 새로 정착한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해요. 이들의 정착을 돕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주민 캠프를 중심으로 문화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 남은 주요 과제인데 그것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송첫눈송이 프로그램 매니저는 인천 출생으로 서울대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국제교류팀에서 재직했다.
유네스코 카불지부 대외협력 담당관을 거쳐 문화창조경제 프로그램 부매니저로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 전파’, ‘무형문화재 보존활동’, ‘문화재 불법반출 근절’ 등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춘천에서 거주하며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 카불과 바미얀을 오가고 있다.
송 매니저는 지난 10월16일 저녁 광주에 도착해 포럼에 앞서 아프가니스탄 바미얀문화센터의 연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여러 국가의 창작 공간 전문가들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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