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신문 한 페이지에는 ‘오늘의 운세’가 실린다. ‘배우자와 갈등이 생기니 자리를 지켜라’하는 가족관계에 대한 조언부터 ‘부동산 거래는 좋게 진행되다 브레이크가 걸린다’하는 중한 내용들까지.
하루를 시작하면서 나의 운을 들여다보는 일은,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 소식이 있다면 우산을 챙기고, 눈 예보가 들려온다면 귀가를 서둘러야 좋으니까 말이다.
강은주 풍수·역리문화원장은 하루의 운을 점쳐주는 사람이다.
오늘 들어온 운은 놓치지 않게 하고, 큰 화는 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해 좋은 길로 인도하는 것, 이 멋진 일이 바로 그의 업이다.
지난 10월4일 ACC디자인호텔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가 나타났다. 역학가란 왠지 예스러울 것이란 편견을 깨는 모습이었다. 풍수·역학을 다루는 이라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첫인상이나, 그의 역학 인생은 벌써 25년이 넘어간다.
역학가들은 태어난 생년월일과 생시를 기준으로 사람의 운명을 가늠한다. 각자 탯줄을 끊고 나오면서 타고난 기운과 ‘음양오행’의 기운에 조화를 맞춰주는 일이 역학가의 역할이다.
"시별로, 또 절기별로 사람의 기운이 모두 달라요. 우리는 음양오행의 기운 중 약한 것은 채워주고, 또 강한 것은 눌러줌으로써 조화를 이루게 하죠. 쉽게 말해 인생의 카운슬링의 한 방법이라고 보면 됩니다."
풍수·역학과는 거리가 먼 첫 인상만큼이나 그의 전공 또한 남다르다. 그는 부동산 전문가다.
송원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이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중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강 원장은 부동산업을 하면서 풍수를 접하게 된 케이스다.
"풍수란 기본적으로 땅 속을 돌아다니는 생기(生氣)를 사람이 접함으로써 복을 얻고 화를 피하자는 것입니다. 길흉화복을 점쳐 운명의 방향성을 재정립해주는 역학과 그 근본이 같아요. 사람의 겉모습을 ‘풍수’라고 한다면 그이가 타고 난 사주팔자는 ‘역학’이에요. 외모도 중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를 가늠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죠. 풍수와 역학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만 미래를 예측하는 데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요."
더 좋은 ‘자리’를 탐색하기 위해 풍수를 공부했고, 이어 역학까지 섭렵하게 됐다. 부동산과 풍수·역학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한 의문이 단박에 해소된다.
많은 사람들이 풍수라 하면, 조상 묘 자리나 주택을 지을 때 집터 같은 것을 보는 ‘옛 학문’이라 여기는데, 그것은 오해다. 풍수는 삶과 밀접한 학문이다. 건물의 입구는 어디가 좋을지, 창은 몇 개나 낼지 등 건축과 관련한 일부터 침대머리는 어떤 방향으로 둘지, 책상은 어디에 둬야 할지까지.
일상 공간을 구성하는 일들 또한 모두 풍수와 관련한 일이다.
"사실 역학가들이 공부하는 책들의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들려주는 것들이 다를 뿐이죠. 저는 역학에다가 풍수와 관련한 내용을 얹어서 풀어낼 수 있어요. 풍수와 역학을 아울러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이 제 주특기죠."
그를 찾는 사람들은 미래·진로·건강·사랑 등 인생사 중요한 이벤트들을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원생들과 함께 보성·화순 답사에 나선 강 원장

한 발 앞서 내게 주어진 운명을 예측함으로써, 더 좋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강 원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비과학적이라 간주 되기도 하나, 3000년 역사를 가진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저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엔 이어져 온 세월이 어마어마하게 길죠. 저는 사주가 인문학을 집대성한 학문이라고 봐요. 인간의 인생과 아주 밀접한 것이니까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학문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더 세심하고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요. 그러한 내공들이 쌓이면 ‘사주는 틀리지 않다’는 확신들이 더 강해지죠."
강 원장은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한 인간에게 쥐어진 사주팔자는 쭉 함께 가야만 하는 동행자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도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일까. 그는 이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보았다는 듯 술술 답을 내어준다.
"역학가들은 사람의 운명을 자동차에 빗대어 설명하죠. 사람의 운명은 타고나기를 그랜저로 타고났느냐, 티코로 타고났느냐에 달렸습니다. 그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이에요. 다만 ‘어떤 길’을 가느냐는 충분히 변할 수 있습니다. 티코를 타고 가더라도 자신의 ‘운’이 좋으면 쭉쭉 뻗은 고속도로로 달릴 수 있습니다. 허나 그랜저를 몰더라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덜컹거리기 마련이죠. 타고난 그릇을 바꿀 수는 없으나 ‘운’을 잘 타서 평탄한 삶을 살아갈 순 있습니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사주다. 사주를 통해 다가오는 운명을 맞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가 매일 뽑는 ‘오늘의 운세’ 또한 이와 같다.
"일기예보를 왜 봅니까? 내일 비가 온다 하면, 내리는 비를 막을 순 없겠으나 우산을 준비할 순 있을 겁니다. 만약 사고 운이 보인다면 몸가짐을 더 조심히 하고, 외출을 삼갈 수 있겠지요. 사고를 완전히 피할 순 없다 하더라도, 중상을 입을 사고가 찰과상 정도로 가벼이 넘길 수 있겠고요. 그러한 준비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바로 역학이죠."
그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은 대개 비슷하다. 가족들의 건강, 자식들의 진로, 또 앞으로 사업과 관련한 조언들까지. 모두 소중한 사람들과 관련이 깊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 원장은 사주를 볼 때 의뢰인과의 ‘교감’을 중하게 여긴다. 초면인 사람의 ‘생’을 깊숙이 들여다보기 위해선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만사가 형통하기 위해선 ‘소통’이 제 1순위죠. 마주 앉았을 때 어떤 연유로 찾아왔는지를 밝혀줘야 해요. 어떤 분들은 ‘당신이 그것을 맞춰야지’라고 하시기도 하는데, 그러면 그 상담은 이미 틀어져 버려요. 병원에서 의사가 문진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머리가 아프다든지, 배가 아프다든지 아픈 곳을 콕 찝어 말해주면, 그에 맞는 진단이 내려지죠.
사주 상담도 이와 같습니다. 어떤 문제로 상담을 원하는지 전해주면, 그와 관련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어 좋습니다."
‘말’로써 타인의 운명을 논하는 것이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일은 물론이고, 좋지않은 일도 가감없이 이야기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그 희열도 더 크다. 특히 그의 말들이 누군가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했을 때, 가장 행복하다 한다.
"말을 전하는 사람이기에, 늘 조심하려 합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을 가슴에 아로새기죠. 저에게 오는 분들의 바람은 모두 인생의 행복일 것입니다. 책에서, 또 인생에서 얻은 값진 지혜들을 기반으로, 삶에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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