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는 ‘맛’과 ‘문화’의 고장으로 통한다. 꼬막·매생이·감태·김·금풍생이·고들빼기·갓 등 산과 바다에서 나는 천연 재료가 어느 고장보다 풍부해 맛의 고장으로 불리게 됐다. 갈치속젓·어리굴젓·멍게젓·멸치젓·조개젓·꼴뚜기젓·황시리젓·토하젓 등 서해안에서 나는 천일염을 넣어 만든 젓갈들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전라도 한정식은 어디를 가나 상다리가 휘어진다. 나주 곰탕·남원 추어탕·전주 비빔밥·광양 숯불구이·영산포 홍어 등 가는 곳마다 고유의 음식이 외지인을 반긴다. 남도음식문화축제·광주김치축제 등 음식 축제가 풍성하게 열리는 것도 전라도가 맛의 고장임을 말해준다.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예로부터 전라도는 전통 문화예술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고 해서 ‘예향(藝鄕)’으로 불렸다. 풍부한 물산을 바탕으로 판소리를 탄생시키고,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한 곳이 바로 전라도다. 동학농민혁명과 광주학생운동·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의로움을 떨쳤다. 전라도가 가진 이 같은 고유한 문화들은 시대와 지역을 뛰어 넘어 큰 흡입력을 갖고 있다.
일본 오사카와 교토는 전라도와 닮은꼴이다.
오사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맛의 고장이고, 교토는 일본의 문화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문화재와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본보는 지난 7월 2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와 교토를 방문했다. 이 두 곳의 도시는 전라도 방문의 해를 기념해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 3개 시·도와 협약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
오사카는 현재 ‘전라도 음식 붐’이 일고 있다. 김치는 물론, 비빔밥까지 전라도 음식이 일본 식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오랫동안 수도였던 교토는 일본스러운 옛모습이 많이 남아 있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적지가 많다.
오사카에서 전라도 음식 붐을 일으키고 있는 박양기 대표를 만나 전라도 음식에 대한 현지 반응을 알아보는 한편,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교토에서 전라도 관광사업이 나아갈 길에 대해 알아봤다.
‘일본 3경 중 하나인 아마노 하시다테(天橋立), 1층에는 배 창고 2층엔 거주공간이 있는 수상 건물이 200채 이상 남아 있는 이네후나야(伊根の舟屋), 후시미 이나리 다이사, 기요미즈데라(청수사), 킨카쿠지(금각사), 긴카쿠지(은각사)….’
바로 천년고도 교토의 관광명소다. 교토는 문화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794년 시작된 헤이안 시대부터 19세기 중반까지 1000년 이상 일본의 수도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로 불리곤 한다. 교토는 오사카, 나라 등과 함께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일본 간사이 지역 유명 관광지 중 하나다. 교토 관광이 발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문화유산을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교토는 역사적으로 이어져온 전통산업을 관광 마케팅의 한 축으로 활용하며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실제 교토에서 유명한 염색·대나무·부채 공예 등 74가지의 전통산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교토전통산업관인 ‘후레아이칸’에는 연평균 16만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온다. 이 곳에서는 장인들의 제작과정을 직접 볼 수도 있고 체험할 수도 있다. 기념품점이 마련돼 있어 상품 구입도 가능하다. 스
카프와 장신구, 부채, 문구류 등 다양한 기념품들이 진열돼있다. 일본 느낌을 물씬 풍기는 각종 문화재와 벚꽃, 게이샤 등의 그림이 각 상품에 예쁘게 담겼다. 지역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린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 같은 전통 문화유산의 활용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월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총 2869만명, 소비액은 4조 4162억 엔으로 집계됐다. 이중 방문객이 교토에서 쓴 돈은 2331억 엔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2년에 비해 3.4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주민들도 역사문화자원을 산업화하는데 일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본토초 거리다. 본토초 거리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카모강 옆에 형성돼 있다. 강을 따라 500m쯤 이어진다.
폭이 2m도 되지 않는 골목을 따라 수백 년 된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대부분 식당이나 여관으로 이용된다. 교토에서 가장 비싼 상권 중 하나다. 같은 식당이라도 건물 바깥으로 난 가건물 좌석이 더 비싸다. 오래된 가옥 촌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교토부 상공노동관광부 경제교류과 가와카미 소이치씨는 "일본에서는 어느 지역을 방문하더라고 그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산품을 가지고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매장이 많다"면서 "어느 지역이든 관광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
언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한국관광공사와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 3개 시도는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 적극적인 지역 이미지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며 "간사이 공항과 무안공항의 정기노선 직항편 취항으로 전라도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등 호재가 있기 때문에 전라도만의 특
색있는 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일본 관광객을 유치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식 체인점 '비빔' 박양기 대표

"남도음식으로 ‘한류 열풍’ 일으킬 터"

오사카(大阪)는 일본의 전라도다. ‘도쿄 사람은 입다 망하고, 오사카 사람은 먹다 망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그런 오사카에서 ‘전라도 손맛’을 곁들인 한식으로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성공신화를 쓴 한국인이 있다.
주인공은 일본 오사카 전역에서 한식 체인점 ‘비빔’을 운영하는 박양기 대표.
전남 광양이 고향인 그는 한국과 일본의 음식 문화를 섞는다는 뜻을 담아 지난 2006년 일본 오사카 남바역에 한식 체인점 ‘비빔’ 1호점을 오픈했다.
메뉴는 단순했다. 한정식 같은 거창한 음식이 아닌 순두부와 비빔밥 등 소박한 음식을 중심으로 승부를 걸었다. 한국에서는 간단히 한 끼 때울 수 있는 간단한 가정음식이지만 이들 음식에 전라도 손맛이 더해지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중식이나 양식 같은 음식점은 있었는데 한식을 파는 음식점은 찾기 힘들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한식이라는 훌륭한 음식을 일본 전역에 전파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요. 그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비빔을 오픈하게 됐어요."
반응은 좋았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몰려 음식점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기본적인 메뉴는 적어도 한국의 친숙한 대중 요리의 맛을 제대로 내 보자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이후 창업 8개월 만에 신사이바시에 2호점을 개설했으며, 현재 일본 전역에 17개 매장(오사카 13개)을 운영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파른 성장 가도다.
"일본인들에게도 가장 한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인정받기 위해 음식뿐만 아니라 식기, 인테리어 등에도 비빔만의 차별화된 색깔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특히 한국인 식당 최초로 주방을 오픈시켜 고객들에게 위생이나 음식을 더욱 신뢰할 수 있게 했죠. 그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손님이 늘었고, 매출도 급속도로 올랐어요."
이제 그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일본에서 ‘음식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비빔과 더불어 최근 오사카에 닭요리 전문점 ‘꼬끼오’를 오픈했다. 또 다양한 전라도 음식을 메뉴로 만들고 남도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 음식점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불과 10년 전 만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이제는 한식을 넘어 남도 음식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인 것 같아요. 전라도 음식을 모태로 한 차별화된 메뉴를 개발해 일본 전역에 제2의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싶어요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