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 100대 과제인 한전 공과대학(켑코텍·KepcoTech) 설립에 지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유치전 등 갈등을 빚어온 한전공대부지 문제에 대해 광주시와 전남도가 최근 한전의 자체 선정 결과를 존중키로 전격 합의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전남도 간 유치전으로 지연 우려가 컸던 한전공대 설립이 본격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한전공대 설립이 추진돼온 추진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남은 과제를 되짚어 본다.

문 대통령 공약서…지역 최대 이슈로
한전공대 설립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호남지역 대표 공약에 포함시키면서다. 지난해 3월 전남도는 대선 공약으로 정치권에 건의하면서 한전공대 설립이 본격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됐다.
전남도는 오는 2020년까지 5000억원을 들여 나주 혁신도시 한전 본사 인근 150만㎡에 충청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남권 포항공과대학(POSTECH)에 버금가는 공과대학 설립 방안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광주 충장로 유세에서 "세계 최고의 에너지 인재를 양성할 한전공대를 빛가람 혁신도시 에너지밸리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이 한전공대 설립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하자 당시 광주에는 ‘한전공대 광주 유치’라는 문 후보의 홍보 현수막까지 내걸리며 시·도의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 한전공대 설립은 급물살을 탔지만 시·도의 입장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도드라지며 점차 갈등양상으로 번졌다.

세계 최고 수준 공대 실현
한전은 지난 10월10일 오후 본사에서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중간 용역 보고회를 가졌다.
보고회에 앞서 배포된 용역자료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특화 클러스터의 중심대학을 지향한다. 30년 이내 세계 최고 수준의 공대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한전공대는 학생규모 1000명, 교수진 100명, 캠퍼스 부지 120만㎡로 꾸려진다.
학교규모는 대학원 60%와 학부 40%로 구성된 정원 1000명 안팎으로 출범하고 대학 클러스터에는 5000명이 일하는 규모다.
교수와 학생들에게는 파격적인 학업과 진로 지원을 통해 국내외 최우수 연구과 창업 인재를 육성하게 된다. 학생 전원의 입학금과 등록금은 면제하고 전원 기숙사에 수용하게 된다. 특화인재 지원을 위해 글로벌 톱 대학이나 유수 연구소와 공동연구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외 선도 에너지 기업과의 공동연구 기회도 제공한다.
교수진 역시 글로벌 수준의 보상과 지원을 통해 특급 교수진을 확보하게 된다. 대학을 이끌어갈 총장은 노벨상급 국제상 수상 경력을 갖고서 기업가적 능력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물을 초빙한다.
연봉은 미국 톱 수준의 연봉(100만달러+a)을 제공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캠퍼스의 경우는 에너지분야의 세계적 랜드마크화를 추진하게 된다. 특히 입지 선정의 중요성을 고려해 신속하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용역보고서는 제안했다.
용역사는 입지선정을 위한 최선안으로 광주시와 전남도가 합의해 추천할 경우 최단기간 입지선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정기간 내 합의도달에 이르지 못한 경우 적기 개교시한을 위한 차선안으로 용역 내 전문가를 통해 입지를 선정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한전은 1단계 용역을 통한 의견 등을 수렴한 뒤 2단계 용역은 오는 12월까지 완료하게 되며, 대학 입지 선정 절차는 2019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국감서 설립 놓고 ‘찬반 격돌’
한전공대 설립에 따른 5000억원 정도의 설립 비용마련과 향후 운영비 등은 국정감사 최대 화두로도 떠올랐다.
한전이 최근 3분기 연속 당기 순손실 발생과 15조원 대의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사업 추가 투자 발생, 부채비율 4% 포인트 이상 상승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에너지특화대학 한전공대 설립을 두고 찬반 주장이 격돌했다.
자유한국당 박맹우(울산 남구을)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서 한전공대 설립을 두고 "한전이 제정신이냐"며 비판했다.
박 의원은 "한전이 전력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올인해도) 부족할 판에 교육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뒤로 넘어질 것 같다"며 "돈이 썩어 남아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전공대 설립은 기관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탈원전 정책으로 재정 파탄 위기에서 주주가 동의하겠느냐"며 "대학 정원도 3만여명 남아도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대학을 짓는 게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홍일표 산자중기위원장도 "국회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고, 장석춘·이종배 등 다른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추가 질의를 통해 한전공대 설립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송갑석(광주 서구갑) 의원은 "한전이 지금과 같은 에너지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온 덕분이다"며 "한전 공대의 문제도 새로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산업화 시기 활발하게 활동한 인력이 한전이 설립한 수도공고에서 양성됐고, 세계 으뜸인 원자력 기술도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를 세워 도달했다"며 "한전공대도 새로운 4차산업 시대를 맞아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전남 여수갑) 의원은 "대통령의 호남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지역 간 불화가 생길 수 있다"며 "계획대로 설립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한전 측에 요구했다.

광주시·전남도 "부지, 한전 결정에 따를 것"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민주당 송갑석 광주시당위원장, 서삼석 전도당위원장은 한전공대의 조속한 설립을 위해 결국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0월21일 공동성명을 내고 "한전공대 부지는 일체의 정치적·지역적인 고려없이 최선의 부지를 한전 측이 선정하며, 선정 결과에 대해 적극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전남 광역단체장과 여당 지역위원장이 한전공대 입지선정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로 입장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에너지 신산업은 IT 산업과 함께 가장 중요한 핵심 산업으로, 에너지 신산업 메카를 지향하는 광주·전남으로선 새롭고 획기적인 기회를 맞고 있다"며 "에너지 신산업 메카의 핵심축이자 100대 국정과제이기도 한 한전공대는 반드시 설립돼 세계적인 에너지 공과대학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유일의 공동혁신도시인 빛가람 혁신도시를 유치하고 발전시켜온 광주·전남 상생의 정신으로 한전공대를 조속하고 원활하게 설립해야 한다"며3대 합의사항을 제시했다.
3가지 합의사항은 △당초 계획대로 오는 2022년 개교 △2040년까지 국내 최고, 2050년까지 세계 최고 공과대학으로 육성 △정치적·지역적 고려없이 최선의 부지를 한전측이 선정하고, 그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할 것 등이다.

구체적 로드맵 등은 과제로
다만 한전공대가 오는 2022년 3월로 계획된 개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의문은 여전하다.
한전공대의 구체적인 설립 시기와 규모, 재정부담 방향 등 핵심 로드맵이 현재까지 제시되고 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가이드 라인 등의 부재가 한계점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공대설립 과정에 있는 산적한 과제들을 속도감있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범정부추진위원회 등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2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울산과학기술대(현 유니스트·UNIST) 설립 과정을 보면, 공약 발표 이후 2년 간 표류했지만 2004년 10월 대통령 직속 국가 균형발전위가 ‘설립추진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결과 대학 설립 추진이 가속화 됐다.
‘설립추진 특별위’는 울산지역 3개구·군 지자체로 부터 부지 10곳을 제안 받아 ‘대학 설립 후보지 추천위원회’ 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입지를 선정했다.
당시 부지지용은 울산시가 부담하고, 건축비는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후 정부는 2007년 3월 출연금과 국공유재산 양여 등이 포함된 ‘대학설립에 대한 법률’ 제정을 통해 2009년 3월 울산과기대를 성공적으로 개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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