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제68호) 광주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인 ‘마륵동 탄약고’ 부지.
이곳은 4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군사시설로 사용되면서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등 사유재산권을 박탈당해 왔다. 또한 노른자 땅이라고 불리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지역 발전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광주시는 수년 전부터 탄약고를 이전해 군사시설보호지역을 풀어 이 부지를 개발하고 서구를 넘어 광주 랜드마크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왔지만 예산 등의 여러 문제로 또다시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마륵동 탄약고의 역사, 이전 계획, 이전 시 기대효과 등을 짚어본다.

마륵동 탄약고’의 유래
마륵동 탄약고는 광주시 서구 마륵동과 벽진동 일대 연 면적 36만6000㎡에 조성돼 있다. 이는 축구장 51개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처음부터 탄약고로 조성된 것은 아니다. 이곳은 과거 1953년 한국전쟁 말기 반공포로의 수용소로 징발됐다.
휴전 이후 미군탄약고로 변경·사용됐으며 1976년에는 탄약고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 215만5000㎡가 넘는 대규모 토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면서 이곳은 개발을 할 수 없는 곳이 돼 버렸다.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유재산권을 박탈당해 왔으며 지역 발전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후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마륵탄약고 이전 결정이 천용택 국방부 장관을 통해 발표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IMF의 여파로 중단되기도 했다.
2003년 제1전투비행단장의 초청으로 부대 내에서 탄약고 이전 예정지와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당시 강운태 광주시장이 서창동을 방문해 ‘2017년 12월까지 마륵탄약고를 완전철거 후 도시계획을 재수립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주민의견 수렴창구 역할을 하는 장치로 주민들을 중심으로 70여명에 이르는 (사)마륵탄약고 이설 개발 추진위원회를 창립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마륵동 탄약고 이전 및 도시개발은 예산 문제로 인한 군공항 이전 등으로 인해 오리무중인 상태다.

마륵동 탄약고 현재도 제 기능 하고 있나
군사시설인 마륵동 탄약고는 철저한 비공개 지역으로 정확히 어떤 포탄인지, 몇 개가 보관돼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어 미뤄 짐작할 수밖에 없다.
광주 서구의회에서는 지난 수년간 국방부 등에 탄약고 현 상황과 제1전투비행단 지하에 조성돼 있다는 탄약 저장시설 현황 등을 공개하라는 요청을 꾸준히 제기해 왔지만 군사기밀보호법 아래 철저히 기밀 사항으로 남아왔다.
수차례 요청 끝에 지난 9월 서구의원들과 담당 공무원들에게 마륵동 탄약고를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시설 전부를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관계자로부터 대략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마륵동 탄약고에는 미군 소유의 탄약 일부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국군 소유 탄약도 함께 보관하고 있었으나 국군 탄약은 전부 옮겨졌다. 남아 있는 미군 탄약도 뇌관은 다른 곳에 보관돼 있어 폭발의 위험성 또한 없다.
만약 현재 보관 중인 탄약을 이전하게 된다면 예상 소요기간은 일주일 남짓으로 소량만 남아있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이곳에는 제1전투비행단 소속 항공탄약관리병과 운전병, 어학병 등 40여 명이 미군과 함께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미군 소유의 항공탄약이 최적의 환경에서 보관될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 등을 체크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탄약고 이전 사업 지연…왜?
광주의 ‘진짜 노른자 땅’이라고 불리는 마륵동 탄약고 부지는 40여 년이라는 세월 동안 군사보호시설이라는 명목 아래 개발이 제한돼 왔다. 불과 2㎞도 채 떨어지지 않은 광주 대표 번화가라 불리는 상무지구와는 대조적이다.
인근 마을 진입로는 시멘트로 포장돼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손질이 되지 않았는지 대부분 패여 있는 상태이며 저수지에는 개구리와 우렁이 눈에 자주 띄는 전형적인 농촌 들녘으로 남아있다. 또한 이곳에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들은 재산권행사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광주시는 탄약고를 이전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주민들의 원활한 재산권행사와 더불어 문화·의료·연구·교육 등을 아우르는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을 세워왔다.
국방부와 광주시, 정부 등은 2016년 4월까지 공군 탄약고 이전 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마무리하고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었다.
당초 계획상으로는 2017년 12월 공사가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에 앞서 제1전투비행단은 지난 2009년부터 이전되는 탄약고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주 보상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했다.
국방부도 마륵동 탄약고를 공군부대 인근으로 이전하기 위해 2344억원의 토지보상비를 들여 2014년 부대인근(문촌·신영·도호·신야촌 마을) 토지 196만㎡를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16년 국방부에 군 공항 이전을 건의하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국면에 처했다.
2017년 8월 군 공항 이전사업과 연결되면서 현재는 추후계획을 수립조차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로부터 군 공항 이전 결정을 통보받은 뒤 마륵동 탄약고 이전 사업이 중단된 것이다. 국방부가 예산중복 등을 이유로 탄약고 이전을 군 공항과 연계해 추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군 공항 이전과 연계 방침’…문제는
앞서 언급한대로 마륵동 탄약고는 과거 1953년 한국전쟁 말기 북한 송환을 거부하는 반공포로의 수용소로 징발됐을 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역에서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으면서 터를 잡고 살아왔던 주민들은 자신의 농지에 설치되는 말뚝과 철조망 등을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리는 암울한 공포시대였기 때문에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10년 후 미군탄약고로 변경될 때는 보상금으로 평당 쌀 반 말 값, 현 시세로 환산하면 1만5000원 정도의 10년짜리 채권을 받은 게 전부다.
긴 세월 인내해 온 주민들은 1999년 탄약고 이전 사업이 급물살을 탈 당시 기대를 갖게 됐다. 하지만 IMF로 인해 연기되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이전이 확실시 됐지만 군 공항 이전과 연계해 이전하겠다는 방침이 결정되면서 이제는 기약 없는 기다림 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와 국방부는 군 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계획서 상 군 공항 이전사업의 소요기간이 최단 10년이 걸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단 15년, 길면 20년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무안군에서는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반공포로 수용소로 징발됐을 당시 15살이던 소년이 현재 80살 어르신이 됐을 정도로 많은 세월이 지나버렸지만 군 공항 이전과 함께 추진하게 되면 빨라도 10년이 더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당시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살아생전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해 진 것이다.

이전한다면 어디로
당초 2000년대 후반에는 마륵동 탄약고를 무안공항 인근으로 이전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후 각종 논의와 협의를 거친 국방부는 지난 2014년 마륵동 탄약고를 공군부대 인근으로 이전키로 하고 2344억원의 토지보상비를 들여 서창동 777번지 일원 토지 196만㎡를 매입했다. 이전부지 78만1000㎡, 보호구역 21만5000㎡, 잔여지 96만3000㎡다.
하지만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군 공항 인근으로 이전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군 공항 이전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우선 이전을 해야 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마륵동 탄약고에는 국군 탄약은 과거 이전하고 일부 미군 소유 탄약만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제1전투 비행단 지하에 조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탄약고로 우선 이전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지역 발전에 착수해야 된다는 것이다.

현 탄약고 부지…어떻게 개발되나
지난 2014년 당시 강운태 광주시장은 탄약고가 이전할 경우 예상되는 난개발 방지와 효율적인 도시개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과거 주요사업 추진 시 미리 계획을 짜놓고 형식적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던 관 일방의 추진방식에서 탈피, 시민주권시대에 맞게 사업 초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부터 사업시행방식 및 개발용도 등에 대한 시민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도시행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탄약고를 중심으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는 215만5000㎡에 달하는 대규모 토지는 상무지구와 수완·신창·금호 택지개발지구 등 주변의 신 시가지와 연계 개발의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잘 발달 된 간선 교통체계와 도시철도 1호선이 인근으로 지나면서 접근성 또한 좋다. 게다가 수십 년 간 개발이 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광주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7대 문화권 중 교육문화권사업을 기초로 ‘상무신도심의 중심기능 강화’를 통한 광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1차적으로 사업시행방식 및 개발용도 등에 대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도시개발방향을 설정할 계획이었다.
청소년테마파크, 교육문화콘텐츠 연구개발사업, 문화예술학교, 예술극장, 컨벤션, 대학병원 등 교육문화시설 등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됐다.
이곳은 바위를 뚫어 만든 방공호가 남아있고 반공포로 수용소가 있어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 같이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으며 근대사 박물관을 건립해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연계한 또 하나의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도시 계획을 통해 현재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환경을 활용해서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와 어우러질 수 있는, 현대적 시설과 1950년대 시설이 자연과 융화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조성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으로 서구를 넘어 광주시의 발전에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노른자 땅이다.
지난 2014년 열린 탄약고 이전 관련 토론회에서 노경수 교수는 이 지역이 ‘첨단·수완·상무지구 개발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곳으로 하나의 벨트를 형성할 마지막 퍼즐이다’라는 내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마륵동 탄약고 조속히 이전해야"
광주 서구의회는 2018년 11월30일 제267회 제2차정례회 2차본회의에서 김옥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마륵탄약고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김 의원은 주민의 재산권 제한과 서구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이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구정질의, 5분 발언, 건의문 대표발의, 결의안 등 총 4차례에 거쳐 마륵동 탄약고의 조속한 이전을 주장해왔다.
김 의원은 "마륵동 탄약고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핵심권역으로 광주 및 서구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며 "연면적 37만 제곱미터에 해당하는 넓은 부지로 휴전 이후 군사시설로 65년의 긴 세월 동안 사유재산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했으며 넓게는 지역발전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행정이 신중해야 하지만, 특히 재산권 행사를 제한함에 있어서 매우 신중해야하며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리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광주시와 국방부 등 관계기관은 주민들의 피해를 외면하지 말고 탄약고 이전을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