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제68호) 광주 대표적 프로스포츠 양대산맥인 야구와 축구, 겨울에도 쉼없다. 팬들은 북극한파가 휘몰아치는 겨울 한 가운데에서 잠시 숨을 돌려갈 수 있지만 선수들은 한해 농사를 겨울에 모두 지어야 한다. 한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박흥식 KIA 2군 감독과 광주FC 나상호 선수가 그들이다. 박 감독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키워내는 것이 사명"이라고 밝혔다. 또 나상호 선수는 경기를 하던 중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두 사람의 출사표같은 이야기다. 황금돼지해 이들이 있어 광주 프로스포츠가 정체되지 않고 조금 더 활기차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프로스포츠의 가장 핫한 두명을 조명해본다.

<1> 박흥식 KIA 2군 감독

"강인한 체력…프로선수 근성 가져야"

‘화수분 야구의 산실’ 함평 KIA챌린저스필드서
20대 젊은선수 육성…체력·정신력·조직력 강화

"KIA는 베테랑과 젊은 피의 조화로 빠르고 활기찬 팀으로 바뀔 겁니다"

KIA 타어거즈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베테랑이 대다수였던 KIA의 선발 명단에 류승현 박준태 전상현 황대인 최정민 등 젊은 선수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1군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활약 역시 돋보였다.
이들이 혜성처럼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함평 KIA챌린저스필드에서 실전감각을 키우는 화수분 야구가 빛을 내는 것이다. 이는 2015년 김기태 감독과 함께 KIA 유니폼을 입은 박흥식 1군 타격코치가 올해 2군 감독으로 내려간 이후부터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기조는 ‘젊은 선수 육성’이다.
박 감독은 "이곳은 순수하게 20대 초반 선수들을 키워내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 KIA는 베테랑과 젊은 선수가 조화를 이루는 활기찬 팀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방침으로 1군 부상자나 베테랑들은 3군으로 내려 가게 됐다. 2군이 아닌 곳에서 재활훈련과 실전훈련을 하게 돼 일부 불평도 있을 수 있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박 감독은 "상처를 입은 선수나 30대 선수들이 2군으로 내려오면 1군에 오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위기를 깨트릴 뿐만 아니라 그들 위주로 경기를 해야 한다"면서 "그만큼 젊은 선수들의 자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세대교체가 이뤄질 상황에서 매번 필요한 선수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은 팀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키워내는 것이 내 사명이다"고 덧붙였다.
2군 경기장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훈련이 이뤄지며 ‘4일 훈련-1일 휴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군 선수들이 있는 광주-KIA챔피언스필드와 비슷하지만 선수들의 훈련량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박 감독은 "기본적으로 1군 훈련은 참여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시간이 적다. 작전수행능력 등의 훈련은 실전처럼 이뤄지고 있어 아직 기술이 부족한 어린 친구들에게는 개인 훈련량이 부족하다"면서 "그래서 이곳에 있는 선수들은 팀 훈련을 마치고 개별 연습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과 정신 단련도 강조한다.
박 감독은 "리그 전반에 빛나던 선수들이 후반으로 가면서 페이스가 떨어지는 원인은 부족한 체력 때문"이라면서 "강인한 체력을 갖추기 위해 매일 오전에 이뤄지는 체력 강화 훈련과 함께 퓨처스리그 96경기 모두를 소화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로서의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것도 아끼지 않는다. ‘프로선수’의 근성을 갖게 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코치들을 자꾸 귀찮게 만들라는 것이다. 또 ‘벼랑 끝’ 심정으로 훈련에 임해야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을 각인시키고 있다.
박 감독의 지휘를 받는 아기호랑이들이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나가 향후 2~3년 뒤 KIA의 주축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2> 광주FC 나상호 선수

"특유의 활발한 활동량으로 공격 활로 열어"

득점왕 등 K리그2 지배… 성인대표팀서 데뷔 성공
아시안컵 대표 활약 주목…‘새로운 다크호스’ 평가

"이달 열릴 ‘아시안컵’ 대표팀에 승선 저에 대한 믿음으로 내린 결정…위축되지 않겠다"

"아시안컵 한국축구대표팀에 꼭 뽑히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격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나상호(광주FC)가 지난해 11월 밝힌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나상호는 그의 희망사항대로 ‘파울루 벤투호’에 승선했다. 그의 희망사항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는 이에 따라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아시안컵)에 출전하게 됐다. 나상호는 이미 아시안컵 출전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 중 쟁쟁한 대표팀 1순위 선수들이 포진돼 있어 후보에 머무를 것이라는 항간의 예측을 뒤집고 아랍행에 몸을 싣게 돼 나상호는 물론이고 광주FC에도 긍정적 기류가 형성될 전망이다.
나상호를 포함한 한국선수단은 지난해 11월 2018년 마지막 원정평가전인 호주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1승 1무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11월2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한 그의 얼굴은 밝았다.
나상호는 2018년 득점 1위(18득점 1도움), ‘경기 MVP’ 선정 회수로 1위(9회)에 오르는 등 K리그2를 지배했다. 그 결과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호주,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 2연전에 나설 선수로 발탁됐었다.
이후 그는 호주와 맞대결에서 후반 23분 첫 A매치 무대를 밟았다. 늦은 교체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진 못했지만, 특유의 활발한 활동량과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뜨리며 뒷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나상호는 "처음엔 대표팀 훈련 분위기가 생각보다 조용해 긴장도 되고 낯설었지만, 주위에서 ‘실수가 나와도 스스로 위축만 안 되면 괜찮다’고 힘을 불어 넣어준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긴장됐던 데뷔전을 치르고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그는 드디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경기 선발 포메이션을 발표하는 팀 미팅에서 내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선발 기회가 쉽지 않고, (저에 대한) 믿음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날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그는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와 패스를 자주 시도했고,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우즈베키스탄 수비진을 무너트렸다. 득점 기회도 있었으나 아쉽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상대 선수를 향한 강한 압박으로 수비에 가담, 코치진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전반에는 수비에 치중해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시계를 볼 여유도 없었다"면서 "그러나 후반전 경기장에 들어서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친 순간 ‘자신 있게 해도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몸도 가벼웠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경기를 치르면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심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좋은 움직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목표로 세웠던 ‘A매치 데뷔’와 ‘리그 득점왕’을 모두 이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나상호의 발끝은 이제 아시안컵을 조준하고 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