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제73호=이승홍 기자)1980년대 무등산 계곡을 중심으로 상가 등이 조성된 원효사 집단시설지구. 이 일대에는 탐방객이 많이 몰리다 보니 등산 후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닭백숙, 파전, 도토리 묵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인기를 끌면서 우후죽순 들어섰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면서 건축물이 노후되고, 계곡으로 오염수가 배출되는 등 문제로 자연 훼손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광주시가 원효사 지구 이전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40여 년 간 운영되던 식당 등 상가 단지를 아랫마을인 충효동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시는 올해 상반기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완료하고 8월 토지보상, 12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무등산 원효사 집단시설지구는 1982년 처음으로 식당 등이 들어선 이후 한때 광주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등산로의 다양화 등에 따른 탐방객 감소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노후화된 상가 건물들이 무등산 오염과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문을 닫는 곳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백숙과 비빔밥, 보리밥, 매운탕 등을 파는 식당은 당초 50여 곳이 넘었지만 현재는 20여 곳에 불과하다. 국립공원 지정으로 규제까지 겹쳐 영업에 타격을 입은 상인들은 이주를 요구했다.
상인 김모씨는 "국립공원 지정 이후 불법주차를 막는 차단봉 하나 설치하는 데까지 규제를 받게 돼 장사가 어렵다"며 "상인들은 이주나 보상이 빠르게 이뤄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식당의 건축물이 노후하고 계곡으로 오염수가 배출되면서 상가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왔다.
광주시는 이 음식점들이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2년부터 원효사 집단시설지구에 상가들을 철거할 계획이었지만, 예산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충효동 전경사진 및 구역계획

원효사 집단시설지구 상가 이전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16년. 광주시는 상가 단지를 아랫마을인 충효동 호수생태원과 수리마을 인근으로 이주하는 이전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당시 북구 충효동 일대 17만 여㎡에 361억원을 들여 2020년 말까지 원효사 집단시설지구 이전과 함께 무등산 생태와 관련한 전시·홍보관, 청소년 수련시설, 문화체험시설 등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와 함께 남도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머무를 수 있는 주거복합단지를 만들고, 주차장과 관리사무소, 마을회관, 녹지와 쉼터 등 편익과 휴식시설도 조성할 계획이었다.
시는 이 같은 사업 추진계획을 세우고 실시설계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광주시 관련 부서 간 충돌로 이전사업이 중단됐다. 그동안 이 사업을 두고 공원녹지과는 자연·문화자원의 특성을 최대한 보존·활용하는 방식으로, 도시계획과는 이런 자원을 최대한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시설물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개발하자며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무등산 난개발과 경관 훼손 우려와 함께 이전하는 상가의 영업권 보존을 위한 관광 콘텐츠 개발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절충이 쉽지 않았다.
또 광주호와 가사문화권과의 조화도 고려가 필요했다.
시는 개발과 보존을 고려한 방향으로 사업추진 계획을 변경했다. 올해부터 2021년까지 원효사 시설과 상가(53개)를 광주 북구 충효동 757번지 일대 14만2470㎡ 부지에 집단 이전하는 사업도 확정했다.
이곳에 사업비 398억원을 들여 음식촌(상가 단지), 세계지질공원 플랫폼 센터, 숙박시설, 생태·체험단지, 주차장, 공원 등을 조성한다.
애초 계획됐던 주거복합단지, 전시·홍보시설, 청소년수련시설은 주변 가사문화권과는 정서가 맞지 않고 경관 훼손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사업 계획에서 제외됐다.
또 700면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었던 주차장을 483면으로 줄이고 대신 녹지공간을 더 늘리기로 했다.
원효사 상가 이주단지에는 원효사 상가에서 이주한 상인들을 포함,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남도음식촌이 들어선다. 무등산 지질공원 국제 플랫폼센터, 친환경 숙박공간 힐링촌(7세대), 야생화단지, 다랭이정원, 친환경 주차장 등이 조성된다.
사업 부지에 있는 개발제한구역은 11만3833㎡로 전체 부지의 79.9%에 달한다. 시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사업 대상지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 4월에는 원효사 지구 이전사업 주민설명회를 열고 이전 대상 상인과 주민에게 사업 기본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시는 올해 상반기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완료하고 8월 토지보상, 12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인과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와 협의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야생 동식물의 서식환경 변화, 토사 유출, 먼지·소음 등 사업 시행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환경상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무등산 원효사 지구 이주단지를 광주 대표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이용섭 시장은 최근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북구 충효동 ‘원효사 상가 이주단지 등 조성 사업 대상지’를 방문해 광주의 랜드마크인 문화생태마을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현장 방문에는 송갑석 국회위원, 노경수 도시공사 사장, 함인선 시 총괄건축가, 이명규 광주대 교수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현장방문은 이주단지 조성사업을 호남 시가문학을 대표하는 충효동 지역의 고유함과 향토성을 보존하면서도 ‘광주다움’을 덧입힐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용섭 시장은 "사업 명칭부터 단순한 이주단지 조성보다는 (가칭)광주생태문화마을 조성사업 등과 같이 상징성이 있고 특색 있는 명칭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며 "무등산, 호수생태원, 가사문학권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광주의 상징성을 살리고 지역 특색을 담아내 문화, 예술, 생태를 포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누구나 찾고 머물고 즐길 수 있는 지역 명소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충효동 지역에 고유하고 특색 있는 광주다움을 담은 친환경 생태문화단지가 조성되면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과의 연계관광의 활성화로 광주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