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제73호=정채경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그가 있는 곳은 어디든 무대가 된다. 사람들이 지나는 길거리와 절의 앞뜰, 부처님을 모신 법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스님이 장단에 맞춰 몸을 움직이니 사람들의 이목이 단박에 집중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춤을 춘다. 그에게 있어 춤은 온 마음을 다해 부처님께 올리는 기도이자 중생들이 깨달음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중생 제도(濟度)의 수단이다.
‘춤을 추는 스님’이라고 알려진 인수사 주지 법장 스님의 이야기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5월17일 광산구 운수동에 자리한 인수사를 찾았다. 목탁을 들고 각 잡힌 승복을 차려입고서 문 앞까지 나와 맞아준다. 춤을 춘다고 알려져 친근한 이미지를 예상했건만, 그의 첫 인상은 근엄함을 풍기는 스님 그 자체였다.
그는 불상을 모신 법당과 절의 앞마당, 춤 연습을 하기 위해 한쪽 벽을 거울로 채웠다는 요사채 등 절의 곳곳을 소개했다. 법당에 들어서자 절에 왔으니 부처님전에 인사를 올려야 한다며 한 해 동안 가정의 안녕을 비는 의식을 행했다. 법당 벽을 채운 목판에 대해서는 자신의 스승 영산 지원 스님이 붓으로 쓰지 않고 칼로 새긴 도사경(兜沙經)인 ‘금강경’(金剛經)이라는 설명이다. 세상에서 가장 반짝거려 어둠을 밝게 비출 수 있다는 금강석처럼 믿음에 물러섬이 없는 굳건한 신앙심과 진리라고 할 수 있는 공(空)과 무(無) 사상이 함축돼 부처님 탄생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예불을 하고, 진리를 설법하는 법당 벽을 채울 만큼 항상 가까이에 두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려는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나 보였다.
그는 ‘춤을 추는 스님’이라는 타이틀 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스님이 되기 전에는 군무원으로 33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시작한 수행의 길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군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평생을 국가에 매인 생활을 했습니다. 은퇴를 몇 년 앞두고, 문득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 속에 새기곤 했는데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교에 입문해 공부하게 됐죠. 대한불교 향림사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점점 더 빠져들어 대학원 수료까지 하게 됐어요. 그 뒤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09년 화엄종단에 출가, 이듬해 승적을 얻어 스님이 됐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수행의 여정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죠."
쉰이 넘어 인생의 행로가 제대로 바뀐 것이다. 스님이 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500여명의 신도를 거느리는 인수사 주지가 됐다. 이어 그는 불교가 현재에 맞지 않는, 오래된 종교라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불교 신도들이 줄어들고 있죠. 아무래도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불교는 어렵고 무거운 종교, 타력적 기복종교라는 이미지로 비춰져서인가 봐요. 시대가 변한 만큼 어두운 이미지는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 고유의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봐요."
불교의 진리를 바탕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고립되기 보다는 새롭게 비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목사, 전도사 등 타 종교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가 몸 담고 있는 화엄종과 불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종교’란 으뜸인 가르침이라는 뜻이에요.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리는 집단이죠. ‘지혜의 종교’라고도 하는데, 세상의 풍파를 이겨내기 위해서 지혜를 전수한다는 거예요. 지혜를 얻으려면 깨달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행이 필수적이죠. 화엄종은 대승 불교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대승’의 목적에 부합한 중생의 제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대승 불교의 의미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수행을 의미하는 ‘선’(禪)과 가르침을 뜻하는 ‘교’(敎)가 일치돼야 한다는 점을 힘줘 말했다. 춤을 추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과 교의 일치에 ‘보시’를 더한 핵심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중생을 제도하는 방편의 하나로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처님께 향(香)과 등(燈), 과일(果), 차(茶), 꽃(花), 쌀(米) 등 공물(供物)을 바치는 의식을 공양이라고 합니다.
저는 춤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한편, 이를 통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베푸는 보시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임해요. 중생들에게는 춤으로 정신세계를 일깨워 그들이 깨달음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거죠."
법장 스님은 공양에는 육법공양(供養)이 있다며 부처님께 공양하는 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양 손에 큰 바라를 들고 추는 바라춤을 비롯해 방망이를 들고 법고를 치는 법고춤, 사물놀이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춘다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詩)·무(舞)
나는 춤을 춘다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춤을 춘다
버선코 끝에 한과 슬픔을 실어
저 진도 앞 바다 차디찬 물 속을 떠나
잿빛바다 어둠이 깔린 하늘을 가여린 날갯짓을 하며
미처 못다한 말들을 서럽게 외쳐봅니다
아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여!
아 보고 싶은 나의 아버지 어머니시여!
나는 춤을 춘다
한 마리의 학이 되어 춤을 춘다
부채 끝에 영혼을 담아
저 지옥의 바다 처절함을 벗어나
영롱한 바닷물 위 드놓은 푸른 창공을 힘찬 날잿짓을 하며
미처 못다한 말들을 목청껏 불러봅니다
아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여 영원하소서!
아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건강하소서!
극락왕생하옵소서
나무아비타불
나무아비타불
나무아비타불
불기2558년 양력 6월1일 사문 법장 합장

그는 승적을 취득한 2010년부터 사물놀이 ‘아니노지 못하리’ 놀이패 소속으로 활동을 시작해 꽃뚜루무용단과 함께 합연, 진도북춤을 추는 내드름에 입단해 진도북과 승무북 공연을 선보여왔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담양우도농악 김동언 명인으로부터 설장구를 배워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처음엔 소속원의 한 사람으로 공연과 봉사활동을 해오다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정체인 스님을 드러냈다고 한다.
"2015년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추모의 마음을 담은 시를 작성해 신도들과 함께 기도를 올렸어요. 영령을 달래는 한량무와 살풀이춤을 선보이고, 그들의 왕생극락을 빌었죠. 그날 이후 매일 아침 희생 영령을 위로하는 기도와 각종 제례의식을 봉행하고 있어요.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이 남아서 입니다. 앞으로 유족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싶죠."
세월호 참사가 춤 공양을 올리는 데 물꼬를 튼 셈이다.
그는 세월호 유족 단체의 요청이 있다면 무엇이 됐든 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초파일 날 혹은 법회 시 의식에 맞는 춤을 공양,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춤 추는 스님’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사물·풍물·한춤을 선보이는 한국국악연구원 광주분원과 한춤단체 일심국악원에 소속돼 합연무대를 펼치고, 이외에도 요양시설 등 소외계층을 위한 무대에 다수 올랐다.
특히 그는 청소년을 위해 무대를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원에 불교를 포교하는 신도의 소개로 청소년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지속적으로 위문행사에 참여하거나 길거리 공연을 펼치는 등 무대를 열게 됐다고 한다. 그의 이런 모습은 지역 사회에 귀감이 돼 점차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5월부터는 유튜브에 ‘한량무 공양을 올리는 법장스님’이라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을 해 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종교인인 만큼 향후 불교와 접목한 한춤 보급에 앞장서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춤을 통해 선보이는 그의 기도로 희망을 안고 살아가길 바라는 바람이 있어서다.
끝으로 그는 춤을 통해 불교의 대중화에 기여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주위에서 스님이 춤추는 걸 유튜브에 올리는 일이나 춤이 완벽하지 않은데 선보여도 괜찮을 지 걱정을 해요. 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각박한 현실을 극락으로 만들겠다는 저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지, 제가 춤을 잘 추든, 못추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빠른 시일 내로 문화단체를 출범해 봉사를 다니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춤을 통해 대중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스님이 되고 싶죠. 신도들에게는 새로운 불교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후학들에게는 현대적 불교를 몸소 실천한 선구자적 전법으로 귀감이 되고 싶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