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제72호=이현규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지난해 초 문재인 정부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광주·전남 등 전국의 일부 아파트값은 오히려 몇 주 만에 수억 원이 오르는 등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8·27을 시작으로 9·13 대책까지 더욱 강력한 추가 규제안을 내놨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를 기본으로 한 세재 개편까지 하면서 집값은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 영향으로 매매 거래가 뚝 끊긴 반면 전·월세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작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 명목으로 프리미엄까지 붙여 집을 구입한 집주인들은 전매 제한에 묶여 매매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 영향 등으로 바뀌고 있는 현상에 대해 알아봤다.
"광주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체감은 전혀 안되고, 가격 전망에 대한 분석도 부동산 마다 제각각이다보니 선뜻 매매에 나서기가 망설여 졌습니다."
직장인 이모씨(40)는 지난 2월 가족이 살고 있는 광주 첨단 2지구의 아파트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쌍둥이가 태어난 까닭에 전세보다는 내 집을 마련해 이사를 하고 싶었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집값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 아내와 상의 끝에 꿈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 이씨는 "집을 살까 고민했는데 집값을 예측하기 어려워 결국 전세계약을 연장했다"며 "전세계약을 연장한 뒤 1∼2년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봄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광주지역 주택 매매시장에 ‘거래절벽’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을 놓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기대심리(?)에 시각차까지 생기며 거래가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광주 주택 매매거래량은 2066건으로 전년동월 2436건보다 15.2% 감소했고, 전월(2276건) 대비로도 9.2% 감소했다. 올해 주택 매매거래량 누계 역시 4342건으로 전년대비 18.0% 감소했다.
매매 거래가 이처럼 감소한 것은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 속에 매수시점을 저울질하는 실수요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 수요가 임대로 몰리면서 지역 전월세 시장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 3월 광주지역 전월세 거래량은 3029건으로 전년동월(2575건)에 비해 17.6% 증가했다. 올해 들어 전월세 거래량 누계 역시 6149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당장 주택을 구입하기보다는 전월세 계약으로 연장하거나 관망세로 돌아선 실수요자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은 ‘매수자 우위시장’에서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부동산시장에서 대세로 굳어졌다는 얘기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집값 거품이 여전하고, 향후 집값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광주 집값이 거침없이 오르는 동안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점도 전월세 선택에 한 몫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아파트 가격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 전셋값은 3월 기준 0.04% 하락하며 1월 -0.04%, 2월 -0.05%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광주지역 매매는 1월 0.1%, 2월 0.12%, 3월 0.01% 등 상승 기조를 꾸준히 유지했었다.
전문가들은 9·13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와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보유세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매매 거래보다 전월세 거래를 택하는 수요가 당분간 늘 것으로 내다봤다.
KB 부동산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추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 실제 매매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당분간 실수요자 입장에서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로 매매 대신 전월세 계약 맺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입자 구하기 전쟁…갭투자 ‘비상’ 걸려
거래절벽 속 광주 효천1지구 등 전세 넘쳐
5000만원 이상 가격 급락…"대기물량 많아"

지난달 광주 남구 임암동 중흥S클래스에코시티 인근 Y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전용면적 109㎡형 한채가 보증금 1억 8000만원에 전세로 나와 있었다. 지난 2월 첫 입주를 시작할 당시 이 아파트 전세는 2억 3000만 원 선에서 거래 됐다.
이 아파트는 나주혁신도시에 인접한 데다 개발호재가 많은 효천 1지구에 위치해 공급 당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하지만 불과 몇개월 새 전세가격이 5000만원이나 떨어졌다. 공인중개업소에는 세입자를 구하는 전단지가 빼곡히 붙어있고, 사무소 직원들은 가격 조정은 물론 세입자가 원하는 대로 조건을 맞춰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월세·매매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주 부동산 사랑방에 ‘임암동’을 검색하면, 이 아파트의 월세 물건 수십여 건이 나와 있다. 월세는 109㎡형이 1000만원(보증금) 기준 70만원으로 비슷한 평형의 금호동 D 아파트가 보증금 8000만원에 80만원, 광천동 E 아파트가 보증금 5000만원, 90만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낮게 형성됐다.
통상적으로 3∼4월은 아파트 전세물건이 귀한 시기다. 보통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전에 거래가 다 마무리되기 때문에 급매를 제외하고는 이 시기에 나온 전·월세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처럼 때아닌 세입자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 이유는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 명목으로 프리미엄까지 붙여 집을 구입한 집주인들이 2년 전매 제한에 묶여 매매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월세를 한꺼번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모시기(?) 위해 이자 부담 등을 떠안으며 가격 경쟁에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출규제, 세제강화 등으로 매매시장과 함께 들끓던 전세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든 이유도 있다.
지난달 8일 기준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광주 전세가격은 전주와 비교해 0.01% 하락해 지난주(0.01%)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됐다.
특히, 남구는 전주대비 0.03% 하락했는데, 신축단지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영향을 많이 받았다.
현재 이와 비슷한 사례는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광산구 A 아파트, 2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광산구 B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를 모시기 위한 전월세 가격경쟁이 붙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올해 아파트 공급물량이 계속 쏟아지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랑방부동산에 따르면 2019년 광주지역 입주예정 아파트는 총 22개 단지 1만2906가구로 최근 5년새 가장 많다.
광주 남구만 하더라도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효천1지구 중흥S클래스에코시티 832가구, 중흥S클래스에코파크 695가구를 비롯해 오는 6월 효천시티프라디움 1164가구, 10월 중흥S클래스뉴스테이 610가구가 예정돼 있다.
Y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만간 추가 입주물량도 쏟아질 예정이어서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새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는 등 전세물건이 넘쳐 시장 불안이 예상되고, 더불어 세입자 구하기 전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