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 모였다…"살아있는 지역 이야기 기록"

예술기획(광주전남크리에이터협동조합)
입문자부터 10만 구독자 인기 유튜버까지 150여명 활동
녹음·라이브 가능한 스튜디오·조명·촬영 장비 등 갖춰
"콘텐츠의 힘 ‘공감’…유·무형 자산 전하는 메신저 역할"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6월 06일(일) 14:41
(2021년 6월호 제97호=글 박세라 기자)

투박한 공단 건물들이 들어선 길을 꼬불꼬불 따라가다 보면, "저긴 뭐 하는 곳이지?" 시선을 빼앗는 특이한 컨테이너 몇 동이 보인다. 외벽은 창의력을 쑥쑥 자극할 것 만 같은 형형색색의 그림들로 화려하고, 널찍한 앞마당에는 특이한 구조물이 여럿 놓여있다. 한 눈에 봐도 뭔가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곳이다.
여직 봄이건만, 여름처럼 무더웠던 날. 광산구 평동공단 쪽에 자리한 ‘광주전남크리에이터협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이들은 쉽게 말해 ‘꾼’들이다. 동네의 이슈를 전하고, 재미난 콘텐츠를 선보이는 이야기꾼들 말이다. 광주전남크리에이터협동조합은 지역의 콘텐츠를 활용한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는 150여명으로 이뤄진 단체다.
이들을 ‘꾼’이라고 소개했지만 모두 고도의 전문성을 두루 갖춘 다른 의미의 ‘꾼’들은 아니다. 이제 막 유튜브에 입문한 초보들부터 10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크리에이터들까지 구성이 다채롭다. 각자의 ‘방’에서 각양각색의 콘텐츠들을 만들어 내던 이들이 모이게 된 것은 2019년 여름부터다.
이상명 광주전남크리에이터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미디어 콘텐츠들에 ‘힘’을 실어줄 하나의 조직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관련한 정보를 제공 받을 곳도, 배울 곳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기존 미디어들과 달리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영상콘텐츠는 지역적 한계성에 갇히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라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며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영상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과 또 여기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판’을 마련, 조합의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소개한 컨테이너는 ‘크리에이터 빌리지’란 이름의 공간이다. 창작자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놀이터나 다름없다.
이곳에는 총 세 개의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모닥모닥 모여 앉아 토크하기 좋은 작은 스튜디오와 크리에이터들의 교육 장소로도 쓰이는 플로어 스튜디오, 그리고 온통 백색 배경의 호리존 스튜디오까지 갖췄다. 카메라, 조명, 크로마키 스크린 등이 구비돼 있어 창작자들이 ‘몸’만 와서도 자신이 선보이고자 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다.
특히 조합에서는 크리에이터 교육에 공을 들인다. 어린 친구들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유튜버로 데뷔하는 연령층이 다양해진 것도 바로 이들이 실시한 눈 맞춤 교육 덕이라 할 수 있다. 조합은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입문 교육부터 콘텐츠 기획·영상 제작·편집 기법 등 영상 콘텐츠 한 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콘텐츠 업로드 이후의 ‘일’들도 돕는다. 가령 저작권이나 법적인 문제, 세무적인 부분을 자문해 주고 있다. 창작자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가 갖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 기초 교육’을 시작으로 일명 재미있는 ‘짤’로 대표되는 짧은 동영상 활용 방법, SNS를 이용한 온라인 마케팅 등 탄탄한 커리큘럼을 자랑한다. 여기다 요즘 코로나19로 비대면 ‘온택트’가 대세가 되면서 교육 방식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인 ‘줌’ 활용방법에 관한 무료 교육을 여러 차례 실시했고, 온라인 공연 영상 촬영이 가능하도록 호리존 스튜디오 문을 활짝 열어뒀다. 또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교육도 계획 중이다.
이 같은 든든한 판에서 지역색을 품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 광주·전남의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먹방, 명소를 소개하는 여행 유튜버들은 기본이고, 농사를 지으며 ‘농사일기’를 쓰고 있는 농민 유튜버, 송정역시장 유튜버, 또 전라도 사투리로 트로트를 개사해 불러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유튜버 등 저마다 다양한 콘셉트로 활약 중이다.
이들 콘텐츠 주제만 듣고도, 한 번 만나보고 싶을 만큼 흥미를 끈다.
이 이사장은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가 통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주변의 살아있는 정보들, 현지인들만이 알 수 있는 유용한 팁들을 나누는 것이 크리에이터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라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지역을 홍보하고 있는 만큼 이분들을 밀어주고, 힘을 실어주고, 설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우리 조합이 제1 순위로 생각하는 존재 가치다"고 꼽았다.
이를 위해 조합에서는 ‘만남의 장’을 열어둔다. 바로 8개월 째 라이브로 이어지고 있는 ‘유튜버들의 대화’가 그것이다. 매주 수요일 혹은 목요일에 진행되는 토크쇼는 그야말로 뚝심있는 콘셉트로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유튜버들을 초청,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이 이사장이 진행자 ‘꼰대표’로 등장해 크리에이터들과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지점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지금까지 가족들이 함께 방송을 하는 ‘가족 유튜버’, 해외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는 ‘국위선양 특집’, 마을 홍보에 열심인 ‘시골러버 유튜버’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을 초청해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꿀팁들을 나눴다.
이 이사장은 "미디어 콘텐츠 분야가 좋은 점은, 구독자를 뺏고 빼앗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콜라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방송이나 신문 등에 소개된 경우도 많다. 크리에이터들의 등용문이자 소개의 장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조합은 ‘크리에이터 빌리지’를 새롭게 단장하는 데 공을 들일 작정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쿠킹 스튜디오’ 오픈이다. 이곳에서는 음식과 관련한 촬영이 가능하고, ‘라이브커머스’ 방송도 진행할 수 있도록 꾸민다. 조합원들은 물론 라이브커머스 방송 출연 기회를 엿보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도 희소식일 터다.
더불어 ‘스튜디오가 있는 카페’를 콘셉트로 한 조그마한 커피숍을 구상 중이다. 이곳은 지역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터놓는 소통·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연히 일반 시민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둔다. 스튜디오나 카메라, 방송 장비 등이 여전히 서먹하기만 한 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공간으로도 손색없다.
이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콘텐츠의 힘을 믿는다. 그 힘은 어떤 대단한 기술이나 기획력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 이사장은 "사람 사는 이야기,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베인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이 결국 콘텐츠가 가진 가능성이다. 우리 삶 곳곳에서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콘텐츠로 기록하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라며 "이들이 남긴 자산들은 결국 이 시대 보통 사람들의 일상, 지역의 귀한 유무형의 자산들을 담은 시대의 기록물로 그 가치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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