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생각 좋은 문화 만들어보자는 취지

[아트인]‘다므기’ 전시 10년째 진행 정한울 작가
청각 장애 극복 2014년 창립 후 매해 전시 주도
매년 사비 투입 한해도 거르지 않아 ‘함께’ 실천
“도움 준 분들, 전시 자신감있게 말하도록 할터”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10월 04일(수) 18:56
(2023 9월 124호=글 고선주 기자) ‘더불어, 함께’를 뜻하는 순우리말이자 영문 표기로는 ‘Together’라는 의미인 ‘다므기’. 이 ‘다므기’는 흔하게 사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다 이 ‘다므기’가 조금 더 지역 예술계에서 보편적 쓰임을 갖게 된 것은 전시 명칭으로 돼 살린 다므기 전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다므기’라는 명칭을 가지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장애를 가진 화가가 전시를 열기 시작했다. 명칭이 독특해 사전을 찾아보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계기를 맞기도 했다. 2014년 처음 전시를 열어 세상에 알렸던 ‘다므기’ 전시가 올해 시작한 지 10년을 맞았다. 장애 화가의 집념이 아니었다면 현재까지 열리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8월16일 올해 ‘다므기’ 전시에 대한 설명 간담회가 열렸다. ‘다므기’ 전시를 만들어내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열어온 정한울 작가(‘다므기’ 전시 추진위원장)가 참여한 전시내용을 소개했다. 물론 주최 측은 정 작가가 전부였다. 매년 ‘다므기’ 전시를 열 때마다 결국 자신 혼자가 끝까지 전시를 책임져야 했다. 이런 모습과 오버랩이 됐다. 그로부터 장장 10년의 외길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10년의 과정이 열악한 환경 속 사투를 벌인 시간들이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내년 전시부터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전시를 구상 중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전시는 오프라인 전시 진행이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한계에 직면했다는 판단에서다. 아무래도 관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더 이상 오프라인 전시를 끌고 가기 어려워진 점 또한 그가 온라인상 전시를 예의주시한 이유다. 그의 말의 행간에서 하나의 전시를 10년 동안 변함없이 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를 실감할 수 있었다.
“관의 도움이 있더라도 현실적 예산이 아니었죠. 전체 예산 중 4분의 1 정도만 지원해 주면서 애초 기획한 대로 전시를 진행하라고 하니까 힘들었어요. 10년 동안 한번의 전시를 제외하고는 예산문제가 늘 저를 괴롭혔죠.”
올 전시를 준비하면서 한계점에 왔다는 것을 부쩍 여실히 느낀 정 작가는 전시 안팎의 차별적 요소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했다. 한번은 작품을 전부 설치해 전시를 했는데 ‘작품에 장애 여부를 표기하지 않았냐’는 타박도 있었지만 ‘왜 굳이 장애 표시를 해놓아야 하느냐’ 반문하며 장애 표시를 하지 않고 전시를 진행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그는 장애 표시야말로 또 다른 차별적 요인으로 봤던 것이다. 이런 차별적 생각을 바꾸는 데 4년이 소요됐단 귀띔이다. 여전히 장애시설이 주거시설에 들어가면 혐오시설로 취급, ‘집값 떨어진다’고 하는 풍토가 여전한 만큼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정도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므기’ 전시를 열어오면서 참여 어린이들로부터 내년에는 ‘전시를 언제 할 거냐’고 묻는 모습이 상기돼 차마 행사를 없애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정 작가가 처음 ‘다므기’전을 구상, 현실화하는데는 자신의 친구의 전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시 조건이 너무 좋지 않는 등 일방적인데 전시를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는 것을 보고 친구같은 사람들이 전시를 전시답게 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친구니까 마음 편하게 전시를 해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이에 앞서 저도 청각장애를 앓고 있었는데 2010년께 수술을 하고 좋아져 오늘날처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장애를 앓고 있어서 그들의 애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분야 만큼이라도 차별도, 편견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는 변함이 없어요.”
‘2014 제1회 다므기’전 때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에 나선 정 한울 작가·조영대 신부·김형국 다므기 회원·오종완 장애인·비장애인 문화예술교류협회 회장(왼쪽부터)

장애인으로서 미술활동이 힘든 만큼 다른 단체들과의 콜라보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발달장애와 시각 장애 등에 주력해 예술활동을 펼쳐왔지만 지금은 다들 잘 하고 있어 해야 할 역할이 많지 않아 더이상 간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다므기’전에만 주력해오고 있다.
이런 그에게 앞서 언급했지만 예산문제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에 선정돼 2500만원을 지원받아 한·일교류전 형식으로 2014년 전시를 연 것이 시초였다. 가끔 자치단체에서 지원을 약속해놓고 발을 빼버린 경우까지 생겨나 몇번의 전시를 빼고는 사비가 투여되기 일쑤였다. 여기다 1993년부터 2019년까지 부모를 차례대로 19년 동안 간병 등 모셔야 하는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기에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100명에서부터 700여 명에 이르기까지 참여작가 규모가 달랐으나 ‘다므기’전이 갖는 성격이 장애와 비장애의 조화에 있었던 만큼 외적 조건들보다는 내적 내용의 충실이 다므기가 갖는 의미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현실적 한계로 당장 눈앞에 직면한 예산문제는 그가 온라인 전시로 눈길을 돌리는 직접적 이유로 보였다. 그가 말하는 온라인 전시의 이점은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홍보가 가능해 장애인 작가에게 안겨주는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다. 분명한 점은 그가 ‘다므기’전을 다른 욕망의 통로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점은 그가 밝힌 꿈과 연결된다.
“저는 미혼이고 자녀도 없어서 그림만 그리는 입장에 있어요. 그냥 동료들과 순박한 생각으로 우리끼리 좋은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다행인 점은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죠. 이분들이 어떤 장소에서든 ‘다므기’ 전시를 같이 하고 있다고 자신감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한편 올해로 제10회째를 맞은 ‘2023 다므기’전은 국제다므기문화예술교류협회(회장 황인원) 및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과 공동으로 지난 8월18일부터 8월24일까지 조선대 미술관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라는 슬로건 아래 장애인 작가 60명과 비장애인 작가 760명 총 130명이 참여해 성황리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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