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변화하는 모습 아름다워"…마음 안 울타리 지켜야

화제의인물(영화 ‘크게 될 놈’ 실제 주인공 김기성 목사)
사형수로 16년 복역…출소 후 신학교 입학 목회 길 걸어
"어려움 와도 안된다는 생각만 없애면 하나님께서 역사"
40개국 교도소 협약…재수감률 낮추는 ‘마인드 교육’ 집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6월 02일(수) 17:51
(2021년 6월호 제97호=글 고선주 기자)


 ‘"엄니, 두고 보소. 내가 어떤 놈이 돼서 돌아오는지." 집을 나간 기강은 무모한 성공만을 꿈꾸다, 결국 범죄자로 전락해 사형을 선고 받게 된다. 정부는 엄정한 법집행을 이유로 사형집행을 발표하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로 자포자기한 기강에게 평생 까막눈으로 살아온 엄니의 생애 첫 편지가 도착하는데…. "세상이 아무리 욕해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난 니 엄니께."
 이는 2018년 제작된 영화 ‘크게 될 놈’의 줄거리 일부다. 밀도 높은 드라마로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 이 영화는 전라도 어느 섬마을, 기강과 기순 남매의 엄니 ‘순옥’(김해숙)과 깡다구 하나는 알아주는 순옥의 사고뭉치 아들 ‘기강’(손호준) 사이를 중심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김해숙과 손호준 두 주연배우 외에도 검증된 연기력으로 무장한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데다 남보라, 박원상, 이원종, 동방우, 김성균, 안세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영화 곳곳에 포진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중 기강은 살인죄에 연루돼 16년을 복역한 사형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인 셈이다. 영화는 러시아 TBN 국장이 이 이야기를 듣고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의사를 표한 것이 계기가 돼 결실을 맺었다. 기강의 실제 모델은 교도소 복역을 끝내고 2003년 출소해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전남 신안 출생 김기성 목사다. 그는 지난해 11월 광주로 부임해 현재 기쁜소식광주은혜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분주한 목회 일정 속 김 목사를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에게서 지난했던 과거로부터 목회자의 길을 걷기까지와 참신앙의 의미, 현재의 활동, 그리고 앞으로의 설교 계획 등을 두루 들어봤다.
 그는 먼저 교도소 복역 전후 시간들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 그는 교도소에 있는 범죄자들이 자신이 변한 것으로 착각하는 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안되기 때문에 죄를 짓지 않고 있을 뿐 천성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총을 가진 교도관이 있기 때문에 마약이나 알코올을 할 수 없는 조건이어서 적어도 교도소 안에 있는 동안 죄를 지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달라져서 죄를 못짓는 것이 아니라는 언급이다.
 특히 김 목사는 대개 모범적으로 복역한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교도소에서 관리되고 하던, 그런 마음 속 울타리를 무너뜨려 다시 죄를 저지르고 교도소로 돌아오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출소 후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선 여러 생각 끝에 부친께 "찾아뵙지 않겠다"고 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의 부친은 답장을 통해 그에게 "안 와도 된다. 내가 너 보고 싶으면 찾아가겠다. 다시 교도소에 들어갈 수는 없다. 너, 목사님 찾아가라"고 했다고 전한다. 그는 고향에 가면 친구들이 출소했으니 술 한잔 하자고 할 것이 뻔했고, 술을 입에 대게 되면 또 이성을 잃게 될까 그 싹을 미리 잘라버리기 위한 것이 부친께 편지를 쓴 이유다. 그리고 곧장 찾아가 뵌 분이 박옥수 목사였다. 박 목사께 "갈 곳이 없습니다. 인도자가 돼 주세요.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라며 받아 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고는 그로부터 1년 동안 화장실 청소 등 궂은 일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범죄의 수렁으로부터 자신을 좀더 멀리 밀어낼 수 있는 첫 걸음이었다. 물론 교도소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연락처를 모두 폐기시켰다. 그들과 다시 연이 닿을까 봐서다. 이렇게 범법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단초가 될 만한 것들은 자신의 기억에서 지워냈다.
 그러다 박 목사 밑에 있던 중 신학교에 들어갈 것을 권유받고 진학한 후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그의 삶은 180도 바뀌게 된다. 경기도 양평에서 개척 사역을 시작하며 목회자로서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동안을 회고한 김 목사는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암울한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면서 흔들림없이 소회를 밝혔다.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을 당시, 훗날 제가 목사가 돼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출소 때까지 16년 동안 저보다 먼저 출소한 사람들이 수천, 수만명이었는데 교도소에 다시 들어오는 것을 봤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손 씻었다’고 말했었죠. 또 자기 자신을 이끄는 사람이 없는 것도 재수감의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출소 6개월 전에 세상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다시 교도소로 들어오면 모든 게 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구요."
 그와 대화를 하던 중 느꼈던 점은 예전 그가 한때 범죄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온화한 표정이어서 오히려 낯설어 보일 정도였다. 자신이 변화해 새로운 삶을 찾았듯,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 중 지나친 알코올 의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설교 말씀이나 상담을 통해 변화해 가는 것을 소망한다. 그런 변화를 접했을 때 목사로서의 행복감이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교도소를 가지 않으니까 너무 행복했다는 점 또한 들려줬다.
교도소마다 찾아가 재소자들을 위한 인성교육 강연을 하고 있다


 김 목사는 자신의 주변에 알코올로 인해 가정이 더 어려진데다 갈수록 음주를 더 하게 돼 상담을 했던 분이 생각난다고 했다. 음주로 인해 교회마저 다니지 못하게 되자 김 목사를 찾아왔다. 김 목사는 그 과정들을 듣고는 술을 끊기 위해 별별 노력을 한 점을 알면서도 방법이 잘못 됐다고 알려준 것이다. 마약 사범이 그것에 중독되면 각오로만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술잔을 놓으면 술 끊었다고 믿을 것을 당부하고 6개월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다행히 한달 보름 후 서서히 변화해가는 것을 목도했다는 점을 알려왔다고 한다. 성경은 이런 것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겠냐고 밝힌다. 사람이 어떤 행위와 노력으로 바뀌지 않고, 다만 믿음으로 바뀔 수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됐다.
 "이혼 직전에 있는 사람이나 암 투병, 알코올 중독, 그리고 마약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저는 믿음의 법칙을 알려줬고, 그들은 그 믿음의 법칙을 배워 실천한 것입니다. 목사로서 어떤 사람이 변화해 가는 것을 볼 때 행복하죠. 저는 세상에서 사람이 변화해 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교도소 복역 당시 교화위원들로부터 스님이나 신부 등을 소개받았으나 마지막으로 소개받은 박옥수 목사를 통해 생각이 바뀌니 교도소 안의 일상이 너무 행복했었다는 그의 언급 역시 생각의 변화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를 불러오는가를 알려주는 듯 했다. 그는 말한다. 교도소처럼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마음 안의 울타리, 이를테면 교도소 안의 울타리(담장)를 무너뜨리지 말라고. 그는 자신의 경우 사회로 나오면서 교도소 안의 울타리를 그대로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고 전한다. 이를 그는 ‘마음의 담장’으로 설명했다. 그 마음의 담장은 안고 살아가면서 목회 할 때마다 세상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근거로 읽혔다.
 그의 지난 시간들은 현재의 자양분이었기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를 펼쳐나간 것으로 이해됐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 참신앙과 믿음의 자세에 대한 물음에 답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코로나19가 오면서 1차적으로 예배가 어려워지고 모임도 힘들어졌어요. 우리 인생에서 온갖 소리들이 있지만 듣지 말아야 할 소리가 있습니다. 역사하지 않은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역사한 말씀을 들으면 놀라운 일이 생겨요. 우리는 코로나19가 생기면서 바로 온라인 예배를 드렸죠. 전세계에 선교사들이 파견돼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하나님이 역사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겠죠. 안된다는 생각만 없애도 하나님께서 역사한다고 믿을 수 있을 겁니다."
 김 목사는 마음적으로 안될 것 같아 하고 여기면, 만가지 온갖 어려운 조건들이 보일 것이라면서 우리들의 불행은 대개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만들어진다고 내다본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성경적으로 어려움들이 많이 있으나 줌(화상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상담에 응하고, 모임을 자주 하면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려 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화면 밖 설교가 한계가 있는 만큼 미션을 많이 부여해 복음을 전파하는데 집중한다. 온라인 설교 관련 콘텐츠 마련을 위한, 더 많은 수고도 요구되기는 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한때 어려운 과거를 살아온 김기성 목사는 자신이 복역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정 설교에 주력해 왔다. 그는 케냐를 시작으로 40개국의 교도소와 협약을 맺고 재수감률을 낮추는 ‘마인드 교육’에 집중해 왔으며, 아프리카 지역 교도소 안에 신학교를 세워 목사를 양성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왔다.
 김 목사는 지난 5월 197쪽 분량으로 영화와 동명의 단행본 ‘크게 될 놈’을 펴냈으며, 이에 앞서 5월 어버이날에는 TV에서 영화 ‘크게 될 놈’이 방영된 바 있다. 영화에서는 누나가 동생으로 바뀌어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실화라고 덧붙였다.
 한때 사형수로 살았던 김 목사는 이제 수많은 재소자들과 청소년, 관료들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행복의 담장’ 안에서 살아가는 길을 안내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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