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
기억의 저장창고 첫번째 칸에 집어넣고,
방부처리를 해 영구 보존 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6월 06일(일) 14:46

(2021년 6월호 제97호=글 고선주 기자)

배 타고 바다로 나가 시가지·항구·오동도 바라보며 풍경에 취해
풋풋한 바다 꿈틀 수산시장·연등천·낭만 포차 거리 ‘미항’ 진면목
돌산공원서 2대교·장군도 앵글에 찰칵 조망 맛집…야경은 감탄만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네게 들려주고파/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아~ 아~ 아~ 아~ 아~ 아~ 아~//너와 함께 걷고 싶다/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여수 밤바다//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걸린/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네게 전해주고파/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아~ 아~ 아~ 아~ 아~ 아~ 아~//…중략…//바다 이 조명에 담긴/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네게 들려주고파/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후략…’
이 가사는 2012년 3월 출반된 버스커 버스커 1집에 수록된 ‘여수 밤바다’다. 이 노래는 안 따라 부른 사람 없을 정도로 전국민에게 유명한 노래다. 방송과 라디오, 그리고 길보드 등 각종 매체와 장소에서 불려진 덕분에 여수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여수 밤바다’는 푸른 바다의 넘실거리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멜로디에 읖조리는 듯한 장범준의 보컬이 압권이라는 평가다. 창법이 고도의 기교보다는 일상 속 풋풋한 목소리로 별 션율을 입히지 않고 부르는 듯하다. 파릇파릇하며 날 것 그대로의 창법이라고. 덜 인공적이고, 덜 인위적이라고 해석하면 적합할 듯하다. 오늘날 여수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원탑 노래다. 필자는 ‘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걸린/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네게 전해주고파/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는 가사 때문에 이 노래에 반했다. 이 구절을 보고 장범준의 가사 창작 소질은 예사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장황하게 이 노래를 서두에 꺼낸 이유는 이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나오기 전 훨씬 전부터 여수는 ‘미항’이었다. 늘 대중들은 경남 통영과 견주곤 했다. 과거 여수는 산만하던 때가 있었다. 모처럼 방문한 여수는 생소했지만 옛날 몇 차례 접했던 여수가 아닌 듯했다. 깔끔하게 정비돼 있는 등 전혀 거리가 산만하지 않았다. 이번 여정은 미항 여수에 대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킨 계기가 됐다.
여수 방문은 여수 세관에 재직하며 시(詩)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여수세관 직원 C씨의 역할이 컸다. 한 번 놀러 오라는 초청을 받고 실행에 옮기던 차였다. 그렇게 해서 여수를 찾은 것이다. 여수를 방문하는 날, 약간 흐릿하면서도 화사했다.
이제 여수에 왔으니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의 정체를 확인해보면 되겠다고 의욕을 불태워 보았다.
광주에서 오전 10시 출발해 두시간 정도 달리면 될 줄 알았는데 가는 도중 휴게소를 들리는 등 하느라 2시간 30여분이 소요됐다. 일찍 손님을 맞기 위해 미리 식당에 나와 있던 C씨 때문에라도 빨리 서둘러야 했다. 오래 전부터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 아니라 C씨가 하루 전 사전 답사를 통해 맛을 검증한 식당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얼큰함으로 한없이 국물을 들이켜게 할 만큼 묘한, 끌린 맛이 있었다. 생태탕으로 맛이 깊었다. 해장을 꿈꾸는 아재들의 입맛을 저격하는 곳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사찰의 공양밥처럼 밥알 한알,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깨끗하게 해치웠다. 입안에 여전히 탕의 맛이 가라앉지 않은, 기분좋은 식감을 유지한 채 여수 소노캄 호텔(옛 엠블 호텔) 옆 C씨의 사무실을 찾았다.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대비해 들어선 엠블 호텔은 호캉스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가봐야 할 필수코스 같은 곳이었다. 여수의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경관이 탁월해 많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 호텔 옆에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래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방문은 배를 타고 나가서 여수를 바라보는 만큼 기대가 컸다. 배에 오르자 빠르게 바다 한 가운데를 향해 이동했다. 화물선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를 포함해 감염병(전염병) 검사를 하는 선박에 올라 동행하게 된 것이다.


처음 등대가 우리를 맞았다. 너무 키가 작다보니 놓치기 쉬웠다. 키큰 등대보다 운치가 훨씬 덜했다. 조금 아쉬움을 안고 바다로 나갔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여수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배가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렸다.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마치 필자의 삶처럼 자주 흔들렸다. 그럼에도 기대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선실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었으면 좋으련만 안전상 그렇게 할 수 없어 안에 머물렀다. 아쉬운 대로 유리 너머의 바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처음 감염병 검사를 하는 배에 올라본 경험은 매우 생경했다. 화물선에 다가와서는 속도를 내던 선박은 속도를 죽인 대신, 직원들은 분주했다. 산 같은 화물선을 올라가 감염병 등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멀리서 본 화물선은 개미처럼 보였지만 막상 그 밑에 와서 보니 산 같았다. 등산하듯 오르는 직원들의 고충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누구나 해보기 힘든 경험을 하다 보니 은근 뿌듯했다.
다시 뱃머리를 들어 정박지로 향했다. 복귀하던 중 지나쳐온 오동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주저 앉아 있었다. 전혀 다른 모습에 "여기가 어디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멈칫 할 시간이 없었다. 순식간에 오동도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셔터를 바쁘게 터치하고, 동영상을 열심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이 인간의 기억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선명하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오동도는 엄청 다양한 얼굴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선을 한 뒤 여수 수산시장으로 이동했다. 여수 수산시장은 온갖 바다 생선의 보고 같았다. 그야말로 없는 생선 빼고 다 있었다. 싱싱한 회를 떠 가지고 초장에 먹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회를 떠서 한점 하면 바다가 출렁거릴 듯 싱싱해 보였다. 시장을 돌아나와 잠시 연등천을 구경했다. 연등천 위에 묶여진 소형 배들이 머물러 있었다. 어디까지 다녀왔을까 생각해 보았다. 다람쥐 쳇바퀴돌듯 하는 필자보다는 더 먼 곳까지 다녀왔으리라 생각됐다.
비릿한 내음이 정겨웠던 수산시장에서 돌산 공원으로 향했다. 조망하면 돌산공원을 빠뜨릴 수 없는, 조망 맛집 혹은 풍경 맛집인 곳이었다. 돌산 공원 뷰 포인트에서 잡힌 돌산2대교 방향의 전경은 도저히 카메라와 휴대폰을 그냥 놓아 둘 수 없게 했다. 이곳은 일몰과 야경 맛집이기도 하다. 돌산 공원에 오르면 탁 트인 전방 풍경으로 인해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싶다. 돌산대교와 여수 앞바다, 여수항, 장군도, 여수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장군도 또한 조명을 계속 바꿔가며 밝힌다고 하니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을 터.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야경까지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어둠이 깔리는 여수 앞 바다 위 떠 다니는 배들마저 낭만을 아는 것 아닌가 묻고 싶었다.
어딘가를 둘러본다는 것은 짧은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하루 24시간인데 그 24시간이 너무 짧다는 의미다.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는 이야기다. 인근에는 보수 공사 중인 여수 진남관이 자리하고 있다. 진남관은 전라남도 여수시 군자동에 있는 조선시대의 객사 건물로 국보 제304호다. 유서깊은 문화유산이다. 둘러볼 심산으로 방문했지만 보수 공사 중이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여수시 하멜로 소재 낭만 포차 거리 내 3층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여수 밤바다’의 무대일 것 같은 이곳에서 항구를 바라보며 일몰을 기다렸다. 시 창작 이야기를 했다가, 일상 이야기를 했다가 두서없는 대화가 오갔다. 풍경 때문인지 지루할 새가 없었다. 지금은 포장마차가 이동했지만 예전에는 이 식당 앞이 포차 자리였다고 한다. 통 유리로 풍경을 조망할 수 있게 해놓았다.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음식을 먹는 건지, 풍경을 먹는 건지 헷갈렸다.
유리창 밖으로 내려다보니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강태공이 돼 있었다. 바다 생선을 낚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낚싯대를 담그는 족족 생선이 매달려 올라왔다. 아마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저녁 거리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적당한 양이 되자 낚시를 접었다. 검은 봉지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항구에 사는 사람들은 바로 잡아 싱싱할 때 해먹는구나 하고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풍경은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앵글을 가져다 대는 곳 모두 인생샷이 됐다. 시간이 표시내지 않고 살금살금 조용히 움직이는 듯 하더니 벌써 저녁 8시를 훌쩍 넘겼다. 항구는 밤이 깊을수록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날씨만 좋다면 새벽녘까지 가보고 싶은 욕구가 인다. 도심지에서는 사람 구경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곳 바닷가에서는 한없이 바다 구경을 하고 싶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여정에서는 새벽녘까지 객기를 부리지 못했으나 다음는 아예 1박이라도 하며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를 정밀하게 탐색해볼 요량이다.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운, 빼어난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아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 눈과 머리와 가슴에 저장한 여수의 풍경들, 기억의 저장창고 첫번째 칸에 집어넣고 방부처리를 해 영구 보존을 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5. 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2. 2. | 대표 ·발행인 : 전용준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