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역할 다할 겁니다"

화제의 예술인(진도에 ‘한국시화박물관’ 개관한 이지엽 경기대 교수)
진도 옛 죽림분교에 전시실 구비 등 복합공간 구축
문학·미술·수석 망라 새 문화거점 역할 수행 기대
"레지던스 구상… 문인·미술인 간 교우 명소 지향"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7월 22일(목) 10:21
(2021년 7월호 제98호=글 고선주 기자)

농촌 지역은 여전히 문화시설이 부족하다. 여기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다 보니 별도로 시간을 내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에 재직중인 현직 교수가 자신의 고향 인근의 방치된 폐교를 1년여 리모델링을 통해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켜 지난 6월18일 개관식을 갖고 출범을 대내외에 알렸다. 주인공은 전남 해남 출생 이지엽 교수(경기대 국문과·시조시인)가 주인공으로, 전남 진도군 임회면 죽림길 97 옛 죽림분교를 ‘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으로 오픈하고, 관람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가 문을 연 ‘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은 5363㎡(4647평) 부지에 건평 1029㎡(311평) 규모로 시문학과 그림, 수석 등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박물관은 현재 수장고와 시화전시실, 시조전시실, 교육 및 체험실, 게스트룸, 자료실 등이 구비됐다. 시화전시실에는 이 교수가 수집한 시화들을 위시로 유산 민경갑 선생 그림 및 김남조 시인 작품 등이, 시조전시실에는 작고 문인 및 현역 문인 자필 서화, 미당 서정주 시인의 그림, 문학평론가 팔봉 김기진의 돋보기 등이 출품돼 선보이고 있다.
여귀산 미술관과 진도 수석박물관을 더했다. 여귀산 미술관에는 진도가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로 33세에 요절한 양두환의 조각 작품을 유족 측과 협의해 가장 중요한 본관 현관에서 선보이고 있고, 야외 운동장에는 대표조각가로 평가받는 박달목·배현·박정흠 조각가 등의 작품이 설치됐으며, 중견작가인 박주부의 개관기념 조각전도 마련됐다.
이처럼 ‘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은 문화소외 지역인 진도에 복합문화시설을 표방한 박물관을 개관해 새로운 문화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개관식 당일 관장실에서 이지엽 교수를 만나 개관 전후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이 교수는 경기대 교수로 이직하기 전에 광주여대 문예창작과에 재직하며 후학들을 길러내 그 누구보다 이 지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지역에 애착이 있었기에 박물관에 대한 기대 또한 커 보였다.
먼저 이 교수는 박물관 개관하기까지 경기도와 전남을 오가는 강행군 속 피로가 누적됐음에도 박물관 개관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시는 문학, 그림은 미술관으로 획일화 돼 있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2007년 현대시 100년 기념으로 시인 1000명과 미술가 1000명이 참여하는 대형전시회를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바 있어요. 그 당시 일주일 내내 축제 분위기였고,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네요. 독자들은 시와 그림, 문학과 그림이 같이 있는 융합 버전을 원하는 것으로 이해했죠. 서울시 지원으로 2019년 ‘한국의 소설을 그림으로 그리다’라는 행사를 서울에서 진행했는데 그때 역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런 행사들의 결정체를 모아 이번에 시화 박물관을 열게 된 겁니다."
시나 미술이 이웃 장르지만 융합되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피력하면서 이웃 장르들을 한 공간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고향이 해남이지만 그곳에 마땅한 부지가 확보되지 않아 결국 진도에 문을 열게 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시화박물관을 여는 문제 또한 작지 않은 문제여서 주변의 지지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러 생각 끝에 진도군이 적극적으로 유치 의사를 보이면서 지금의 자리에 박물관이 들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해남에 적당한 부지가 적기에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진도군에서는 적극적으로 유치 의사를 보이고 군수께서 제가 재직하고 있는 경기대를 방문하고 총장과도 면담하며 학교와의 연대까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경기대는 전국 유일의 한류대학원이 있고, 진도의 국립남도국악원과 연대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죠."
개관이 됐으니 하는 말이지만 리모델링이 끝난 뒤 해남군 관계자들이 방문해 고향인 해남에 개관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이 교수는 박물관이 있는 진도를 고향처럼 생각하고 봉사할 생각을 내비쳤다.
당일 둘러본 박물관 내부는 다양한 콘텐츠로 관람객들이 탄성을 자아낼 만큼의 구성을 이루고 있다. 1층에서 접한 진도가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양두환의 작품들에서 이 박물관이 지향하는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아울러 1층과 2층 복도에는 시화와 수석을 동시에 배치했으며, 교실로 된 각 전시실에는 유화 그림들이 주로 전시되고 있다. 동시에 각 실에는 전문의 세련된 감각을 담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한다.
"양두환은 33세에 요절한 인물로 수상작인 ‘상황 73’의 작품을 보면 남편과 아내, 아이의 한 가족을 담았는데 자유에 억압당하는 쇠사슬 등을 담고 있어 당대의 아픈 현실과 시대정신을 가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옆에는 창현 박종회 선생의 관도 따로 만들었죠. 창현 선생은 문학을 그림으로 줄기차게 표현하고 있는 원로 화가로 매번 행사 때마다 표제작을 그려왔어요."
이 교수는 양두환의 삶과 조각정신을 기리기 위해 상금 2천여만원의 ‘양두환 전국 조각공모전’ 실시 구상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이 교수는 창현 선생이 2007년 이은상의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100호)에서 분단된 조국을 형상화를 했고, 2016년 윤동주 100년 기념전표제작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에서는 시인의 얼굴과 치심(恥心)으로 형상화했으며,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그림으로 형상화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 고암 정병례, 김일해, 유영도, 정우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골고루 많이 전시되고 있는 점 또한 빠트리지 않았다.
시화박물관은 문학과 미술을 망라해 평면 작품에만 신경을 쓴 것이 아니라 볼만한 조각 작품들이 많이 설치돼 단조로운 전시 패턴을 탈피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이해됐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영혼 치유의 정신을 담고 있는 박주부의 조각전 역시 주목된다. 박주부의 조각은 영혼 치유의 정신을 담고 있는 만큼 나무의 형상과 의자를 형상화해 조각 작품에 앉아 힐링할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했다. 전시는 9월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박달목 박정흠 배현 선생의 작품이 정원 구석구석에 배치되고, 한쪽 편에는 야외무대도 만들어 야외 공연도 진행할 복안이다.
특히 이 교수는 박물관에 많은 콘텐츠들을 담고 있지만 미흡한 부분들 역시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부족하거나 미흡한 점은 부속 건물까지 합하면 400평 정도가 되는데 전시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소장품의 30% 안팎을 전시 할 수밖에 없어 3개월 마다 교체 전시를 해야 해요. 수석은 기념패와 타이실링, 석보 등 3000여점을 확보하고 있어 국내 최대 규모죠. 사택까지 다 전시장으로 만들었으나 여력이 허용되면 공간을 더 확보해 다양한 전시들을 구현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 지속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 예정이라는 이 교수는 ‘진도의 역사와 예술, 문학과 만나다’라는 주제로 한 특강을 지난 5월12일 개강, 오는 8월18일까지 총 15회에 걸쳐 박물관 2층 세미나실에서 열고 있다면서 매회 30~50명의 수강생이 참여하는 가운데 줌으로는 100~1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계획이라는 점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역사 속에 묻혀있는 전시관이 아니라 살아있는 박물관, 인문학적인 내용을 베이스로 지역민의 예술적 감수성을 높이고 품격높은 서정성을 배가하는 박물관으로서 역할을 다할까 해요. 아울러 문인들이 와서 글을 쓸 수 있는 레지던스 하우스를 생각하고 있죠. 동시에 문학인들과 미술인들이 폭넓게 교우할 수 있는 전시 등을 계획하고 활성화해 전국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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