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호남 기록물, 전라도 新콘텐츠로 새 생명"

이사람(김덕진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지역 유무형 자산 연구·조사부터 ‘스토리텔링’까지
사이버광주읍성·역사문화웹툰 등 데이터화 ‘성과’
근현대 민중들 삶에 초점·‘광주여행기’ 출간 계획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7월 22일(목) 10:24

(2021년 7월호 제98호=글 박세라 기자)

그의 업은 전라도를 연구하는 일이다. 지금 여기 우리가 딛고 있는 땅 전라도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그 전체를 아우른다. 지역의 역사·문화·인물 등은 물론 특정 ‘터’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그 분야를 한정할 수 없을 만큼 스펙트럼은 넓다.
김덕진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광주교육대 사회교육과 교수)은 사실 학자나 연구자라는 명칭보다는 콘텐츠 개발자가 더 잘 어울린다. 재단이 세상에 내놓은 것들, 이를테면 ‘사이버광주읍성’이라든가 ‘역사문화웹툰’, ‘호남기록문화유산’ 등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연구 결과물이 ‘자료’로만 머물지 않도록 애쓴 그의 노력이 이룬 결실들이다. 지난 6월17일 광주교대 본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오래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름과 관련한 것이다. 왜 이렇게 어렵게 지었느냐고 묻자, 김 이사장은 "나도 헷갈릴 때가 있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러면서 창립초기에 ‘지역학’을 연구·수집·보존하고자 했던 의지가 재단 이름에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설명한다.
"처음엔 ‘지역문화교류재단’이라는 명칭이었습니다. ‘호남’이 빠져있었죠. 지역문화를 다루는 지엽적 단체가 아니라, 전국적 조직을 아우르는 것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광주시가 아니라 당시 문광부에다 법인 등록을 했죠. 그러다 지역문화를 대변하는 시민단체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호남’을 집어넣은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재단의 공식 법인 등록은 2005년이지만, 그 뿌리는 1998년 ‘무등산권 문화유산 보존회’까지 내려간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안동 등 저마다 지역의 원류를 연구하는 기관들이 속속 생기고 있던 때, 전라도에도 ‘호남학’ 연구 기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움직임을 타고 탄생했다.
"지역에 산재해 있는, 어떻게 보면 제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기록물들에 ‘빛’을 보이는 게 우리의 제1의 목표였지요. 이 같은 연구 결과물들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지역민들에게 자존심과 명예심, 전라도를 사랑하도록 하는 애향심을 선사하고 싶었고요."
그에게 지금, 이 시대에 지역학에 대한 연구,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재생산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야구 이야기를 하는데, 비유가 그야말로 찰떡이다.
"선동렬 같은 에이스가 있으면, 9회까지 모두 커버해주면 좋지요. 하지만 세상살이는 그럴 수가 없어요. 에이스가 제 역할을 하고 빠지면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쳐줄 백업요원들이 필요합니다. 에이스들에게 100% 의존할 수는 없거든요. 말하자면, 대학에 계신 사학·국학 연구진들에게 전부 기대할 수 없고, 이른바 향토사학자, 어르신들이 가진 옛 자료들, 이야기들을 데이터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후 세대에 지역학을 이어주는 중요한 방법이지요."
현재 그는 향토사학자들이 하나 둘, 퇴장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어르신들이 고령으로 영면하게 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들마저 함께 소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학의 단절을 막기 위해 재단과 같은 단체들의 활약이 더더욱 절실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김 이사장은 이 같은 귀한 자료들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화’ 하는 것 까지가 재단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 대목이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이 여타 지역학을 다루는 연구기관들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쉽게 말해 재단은 조금은 지루하고, 어렵고 또 멀게만 느껴지는 지역의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가공하는 데 공을 들인다. 유무형의 자원들을 연구·조사해 ‘찾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 중 ‘사이버광주읍성’은 전국적으로도 주목받은 기획으로 꼽힌다. 이는 사라지고 훼손된 광주읍성과 그 안에 깃들어있는 민중들의 삶을 조사·발굴해 온라인상에 복원한 콘텐츠다. 역사·인물·자연·유물 등 각 카테고리로 구분돼 있어, 터에 얽혀있는 다양한 지역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왜 광주가 ‘문화도시’인가?"란 질문에 답을 찾는, ‘광주역사문화자원 스토리텔링’ 사업도 있다. 여기서는 우리 지역의 주목할 만한 1000개의 콘텐츠에 대한 기초자료조사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중 100개만 추려 스토리텔링 했는데 그 결과물로 웹툰, 역사문화이야기 스토리 북, 광주역사문화지도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탄생했다.
"1000개를 조사할 땐 정말로 속에서 ‘천불’이 났습니다. 말이 천개 이지 정말로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을 두고 돌아보니 참 잘했구나 싶어요. 이 같은 원천 자료는 언제든지 만화·영화·문학 등의 콘텐츠로 탄생할 수 있는 좋은 ‘소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첨단 기술들을 도입, AR이나 VR 등 실감콘텐츠로 그 보폭을 넓혀 나가고 싶은 욕심이죠."
재단은 현재 출판물 ‘광주여행기’를 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근현대 광주를 여행하고, 남긴 기록물들을 한 데 모으는 프로젝트다. 말 그대로 외부인이 바라본 광주의 모습이 일기나 기행문의 형태로 남아있는데 20~30편을 수집해 풀이 작업 중이다. 그 중에는 민족지도자 민세 안재홍 선생의 기록물과 조선의 예술을 사랑한 일본인 미술사학자 ‘야나기’의 광주탐방기도 흥미롭게 담긴다.
이제 그의 시선은 근현대 민중들의 삶에 가 닿아있다. 지금껏 재단의 연구가 전통사회 지역의 명문가들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국가와 민족이 어려울 때 들불처럼 일어났던 ‘의향’ 호남 민중들 삶에 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여기다 예부터 농업·어업 등 1차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호남의 특성에 비춰, 자연에 생을 일군 호남인들의 생활사 연구도 병행해갈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재단을 ‘메신저’라 칭한다. 이는 과거와 오늘, 미래를 잇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날 것의 자료들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선보이는 매개체라는 뜻도 담겨있다. 그는 스스로가 대학에 있으면서도 연구 이후의 일, 그러니까 하나의 콘텐츠로 개발하는 일은 "대학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 한다. 대학에서 1차적인 연구가 이뤄진다면, 2차 3차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이 해 나가야 할 ‘업’이라고 강조한다.
"선배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발굴, 정리하고 그것을 후속세대에게 원천자원으로 남겨주는 일, 그것이 끊임없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더불어 우리 시민들이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앞으로도 귀한 호남의 기록물들을 전라도의 새로운 콘텐츠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데 주력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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