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활동 플랫폼…"청년들 ‘일’ 벌이는 살롱"

문화공간탐구(대안예술공간 ‘산수싸리’)
동구 산수시장서 충장로5가 골목으로 ‘확장 이전’
정체성 ‘시각예술’ 부문…의도적 ‘공백’ 둬 개방감
계단·다락방 등 독특한 구조 "자유롭게 노니는 곳"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7월 22일(목) 10:27
(2021년 7월호 제98호=글 박세라 기자)


‘산수싸리’는 충장로5가 한 골목에 ‘나 찾아봐라’ 하듯 숨어있다. 광주극장 옆 골목 ‘영화의 거리’를 찬찬히 구경하다 보면, 오랜 건물 한 채가 서 있다. 꼭 이곳 ‘산수싸리’로 인도하기 위해 꾸며진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두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손님 맞이를 하고 있는 ‘산수싸리’는 청년예술인·기획자들이 재미난 일을 벌이는 놀이터이자 아지트다. 원래는 동구 산수시장 안에 있었는데 지난 6월 이곳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사 덕에 광주극장과 ‘소년의 서’가 이웃사촌이 됐고,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40평 규모로 평수도 넓혔으니 성공적인 새 출발이다.
무엇보다 박수 받아야 할 일은, 김민지 대표가 2019년 처음 공간을 꾸릴 땐 동구의 ‘전통시장활성화청년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일을 벌였지만, 이번엔 보란 듯 자립을 했다. 지원 사업이 끝나면 하던 일도 중단되기 일쑤인데, 이를 발판삼아 ‘확장이전’ 한 것이라 주목된다.
‘산수싸리’의 첫 인상은 흥미롭다. 지난달 17일 방문당시 재개관 기념전 ‘진정성해방’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인데, 여느 전시장의 모습과는 달라서다. 화이트 톤의 정갈한 전시장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차별화를 꾀했다.
우리가 아는 전시장의 모습이 깨끗한 백색 도화지라면, 이곳은 거칠게 패인 멋스런 판화와 같다. 천장은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바닥은 옛 건물 특유의 네모진 대형 타일이 그대로 남아있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손대지 못한 것이라는데, 그마저도 일부러 꾸민 것 같이 느낌 있다. 작품이 내걸리는 벽은 따뜻한 느낌의 원목을 덧댔다. 화이트와 원목의 조화는 ‘진리’라더니, 셀프 인테리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깔끔하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것은 ‘자유’다. 무언가 정답을 찾아 가야할 것 만 같은 정제된 전시장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돌아보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해방감이 만족감을 더한다.
전시 주제인 ‘진정성해방’의 의미를 공간의 분위기만으로도 흠뻑 느낄 수 있다. 개관 전시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여겨지는 예술가들의 세계가 실제로는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열하고 마는 예술가들이 ‘진정한 해방이란 무엇인가’ 자문한 결과물이다. 예술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 아래 취향, 시의성, 예술성 등 여러 명목으로 세워진 ‘진정성’의 장벽을 마주한 이들의 시선들이 화폭에 자유롭게 풀어졌다. 각기 다른 진정성의 장벽 사이사이 균열을 일으키고 그 너머의 세상을 그리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곧 ‘산수싸리’의 모습을 담아낸 것만 같다.
이미 공간 오픈 소식을 듣고 찾아온 청년예술인들은 ‘산수싸리’만의 독특한 콘셉트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공간 자체가 작품 욕구를 자극하는, 좋은 매개체가 돼 준다는 평이다.
김민지 대표는 "내부 공간의 분리 구조가 특이하게 빠진 형태라, 기존 전시 구성과는 다르게 꾸며볼 수 있다. 대작을 내보일 수 있는 널찍한 공간부터 계단 사이의 작은 다락에 딸린 공간은 다양한 형태의 설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미술관의 위계적인 느낌들을 지우고, 누구나 편하게 와서 자유로운 동선을 따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문화공간답게 꾸미는 데는 꼬박 3개월이 걸렸다. 김 대표를 비롯해 산수 시장 시절부터 연을 맺어온 친한 청년들이 제 일 처럼 손을 보태줬다. 거의 ‘썩어간다’고 표현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던 폐건물이 멋스러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한데는 이 같은 고급인력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이곳의 장소적 이점을 높게 봤다. 골목 안쪽에 자리해 찾아오기가 쉽지는 않지만, 광주극장이나 ‘소년의 서’ 등이 이미 인지도가 있다 보니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문화 불모지인 시장 안 보다는 접근성이나 인프라 면에서 훨씬 이점이 많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산수싸리’의 내부는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따로 공간 분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립된 방이었을 공간들의 ‘문’은 모두 없애서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진다. 모임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의도적 ‘공백’으로 남겨둔 것이다. 굽어 돌아가면 기다랗게 복도처럼 뻗은 곳도 있고, 계단도 있다. "2층엔 뭐가 있지?" 생각하며 오르다가, 1.5층에서 딱 멈춰야 한다. 그곳 자투리까지가 ‘산수싸리’이기 때문이다. 계단을 없앨까도 생각했지만 재미있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대로 뒀다는 후문이다.
공간 구석구석이 전시가 열리는 곳이자, 세미나 또는 워크숍 장소가 되기도 하고, 원데이클래스, 소규모 모임이 이뤄지는 공간으로의 변신도 가능하다. 교류와 소통의 장 역할을 했던 ‘살롱’이라 생각하면 쉽다.


김 대표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신진 작가·청년기획자들과의 협업 프로그램들을 기획, 예술인들의 지속적인 활동 플랫폼을 깔고자 한다. 지역에는 문화전당이나 비엔날레 등 굵직한 문화 기관들이 포진해 있지만, 청년들의 다양한 기획들을 펼쳐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문화현장의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 모여서 일을 벌이는 곳으로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간의 주 정체성은 ‘시각예술’ 분야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한계를 벗어나 기획전이나 대관전시도 가능하게 돼 잔뜩 설렌다는 그다.
그는 공간이 가진 힘을 믿는다.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닥모닥 모였을때 다양한 가능성들이 발현됨을 그간 ‘산수싸리’ 운영으로 실감해왔다.
지역 문화예술계에 활기를 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받아드려지고, 논의되고 또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이 같은 대안공간이 많이 생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이곳은 머물 곳이 적은 청년예술인들이 쉬이 발걸음 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7월에는 ‘산수싸리’의 오픈 때부터 이어 온 기획자들과의 협업프로젝트 ‘큐레토-리얼리즘’의 세 번째 버전이 진행된다. ‘큐레토-리얼리즘’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 기획자들과의 협업 프로그램으로, 세미나·전시현장 리서치·초청강연·개별 멘토링·결과발표 그리고 이를 모두 아우른 도록 발간까지 일련의 과정을 기획자들이 함께 해 나가는 프로젝트다.
결과물 중심보다는 한 전시가 탄생되기까지 기획자들이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묻어난다. 새롭게 론칭하는 프로그램은 기획자·작가매칭 비평프로그램 ‘광주비평소생’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곳은 어떻게 하면 ‘예술하면서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곳"이라며 "예술인들에게는 자신의 기획들을 마음껏 펼쳐나가는 플랫폼 역할을, 시민들에겐 동네마실 나오듯 편안하게 들러 노니다 갈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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