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솜씨 가꾸는 사람들…우리 전통 풍류 알리다

[예술기획] <56>퓨전국악그룹 늘솜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 지향 2006년 창단 후 15년째 활동
전남대 재학생 중심…전통악기·소리꾼 6명 밴드 3명 구성
판소리 다섯바탕 눈대목 작곡·각색…내년 2집 준비 계획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11월 04일(목) 17:23
(2021년 11월호 제102호=글 정채경 기자)‘그때여 백백홍홍 난만중에 어떠한 미인이 나오는디, 도련님 광한루 위에 올라서서 그네 뛰는 춘향을 보고 첫눈에 반했던가 보더라.’(Romantico)
‘이렇듯 춘향과 도련님 만나 나이 어린 사람들이 부끄러움은 훨씬 멀리 가고, 정이 담뿍 들어 하루난 안고 누워 둥글면서 사랑가로 놀아 보는디.’(Blossom)
‘이렇다시 호사다마라 사또께서 동부승지 당상하야 내직으로 올라가시게 되었구나 도련님 하릴없이 춘향집으로 이별차로 나가는디.’(Like a shadow)
‘그때여 어사또는 잠행하던 그 복색으로 광한루 마루 위에 우루루루 들어서니, 각 읍 수령 정신 잃고 이리저리 피신 헐 제.’(I’ll be back)
‘이리하여 열녀춘향, 어사가 된 이몽룡을 다시 만났으니 뉘아니 기쁘리요 남원의 춘향 내력 종두지미를 품고 허니, 춘향을 올려다가 열녀로 표창하여 천천 만만세를 부르는디.’(Happiness)
‘이리하여 열녀춘향, 어사가 된 이몽룡을 다시 만났으니 뉘아니 기쁘리요 남원의 춘향 내력 종두지미를 품고 허니, 춘향을 올려다가 열녀로 표창하여 천천 만만세를 부르는디.’(Happiness)

이는 ‘춘향, 꽃피우다’ 무대를 꽉 채운 소리들이다. 다섯바탕 중 ‘춘향가’의 눈대목이다. 판소리지만 이를 알리는 이름은 독특하게도 영어다.
국악그룹 늘솜의 무대는 듣는 귀를 편안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미 알고 있던 판소리도 이들이 구성한 무대를 통해 들어보면 어딘지 모르게 새롭다. 전통악기와 밴드가 내는 연주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소리꾼의 소리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무대가 된다. 이들은 직접 작곡 및 각색한 곡들로 무대를 올린다. 힘들 법도 한 데 이같은 무대로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는 데는 이들의 15년 내공이 뒤에서 단단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악그룹 늘솜은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을 지향한다. 구성진 우리가락에 뿌리를 두되, 음악 안에서 현대적인 변화를 꾀한다. 퓨전국악을 하는 단체인 셈이다.
구성원은 총 10명이다. 공연 연출기획과 전통 타악을 맡는 허동관 대표(나주시립국악단)와 음악감독, 피리·태평소 윤민석(나주시립국악단), 가야금 임영대(광양시립국악단), 해금 이다정(프리랜서), 대금·소금 임황철(나주시립국악단), 아쟁 김정민(전남도립국악단원), 판소리 윤혜선(나주시립국악단), 작곡·편곡 건반 문경미(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드럼 황성훈(재즈그룹 마일즈), 베이스 기타 정해종(재즈그룹 마일즈)씨로 구성돼 있다.
국악그룹 늘솜은 전남대학교 국악과 재학생들이 주축이 돼 2006년 창단했다. 지금이야 젊은 국악인들이 모여 창단한 공연단체가 흔하고, 퓨전국악이 낯설지 않지만, 이들이 단체를 창단할 때만 해도 광주지역에 젊은 국악인이 의기투합해 공연단체를 꾸린 일은 드물었다.
허동관 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곳으로 월드뮤직그룹 루트머지와 현악앙상블 아이리아를 꼽았다. 막 활동을 시작하던 때 함께한 타 단체를 언급하니, 국악그룹 늘솜이 얼마나 지역 공연계에 일찍 발을 들였는지 확 와 닿았다. 전통국악도, 퓨전국악도 지금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전이다. 그래서인지 늘솜을 창단한다 했을 때 주변에서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를 건넸다 한다. 그게 곧 이들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할 수 있다.
창단할 때 이들의 이름은 늘솜이었다. 가야금 4중주 단체였고, 가야금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은 반주를 맡았었다. 기존 곡들을 편곡해 부르고, 외부에 곡을 의뢰해 작곡된 곡을 받아 무대를 펼치자니 썩 시원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팀내 작·편곡이 가능한 이가 있었으면 해 밴드를 영입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전통국악에서 퓨전 판소리, 판소리 가요를 들려줄 수 있게 무대 스펙트럼이 확대됐다.

2013년 ‘For the public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는 판소리 다섯바탕의 눈대목을 스토리텔링해 작곡, 각색, 한 시간 짜리 무대로 재탄생시켰다. 이름도 국악그룹 늘솜으로 구체화했다. 이 시기 우리가 아는 국악그룹 늘솜의 방향성을 갖추게 됐다.
허동관 대표는 "판소리는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됐을 만큼 높은 가치가 있는 우리 문화유산"이라며 "어렵고, 지루하다 생각할 수 있는 판소리 무대로 관객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춘향전은 ‘춘향, 꽃피우다’, 심청가는 ‘공양미 삼백석’으로, 별주부전은 ‘이번엔 토끼다’, 흥보가는 ‘강남제비 박씨’로 재구성했다. 다섯바탕 중 네바탕이 완성된 상태다. 특히 각 대목의 제목을 영어로 정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소리꾼의 말소리 그대로 해설을 다는 게 이들 무대의 특징이다.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 뜨는 대목은 ‘Bright world’, ‘흥보가’에서 흥보가 박을 타는 대목은 ‘Gourd&gold’인 식이다. 관객들은 이 과정에서 판소리를 새롭게 느낀다고 한다. 이렇게 풀어낸 무대는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공연하면 웃음이, 흥겨운 가락에는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창단 12년 만인 지난 2018년 첫 앨범을 발매했다. 내년 중 앨범을 발매, 네번째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햇수로 15년이 된 국악그룹 늘솜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깊어질 무대가 기대된다고 말한다. 그간의 여러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함께 활동을 시작해 졸업한 이후, 결혼한 뒤에는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되기까지 함께 성장해왔고, 그 과정을 지켜봐 와서다. 마지막으로 늘솜은 이름처럼 늘 솜씨를 가꿔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들려줬다.
"안 없어지고 장수하는 국악그룹이 돼야죠. 이효리가 엄정화를 보면서, 화사가 이효리를 보면서 꿈을 키웠듯, 후배들에 귀감이 되는 음악을 하면서 이끌어주는 역할도 해야죠. 관객들에게는 무대를 위해 ‘늘 솜씨를 가꾸는 사람들’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5. 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2. 2. | 대표 ·발행인 : 전용준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