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 주종장 김애립 대표작품

[문화재 다시보기] 고흥 능가사 동종
쌍용 용뉴·팔괘 등 독보적 가치
규모는 아담하지만 소리 우렁차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11월 04일(목) 17:43
(2021년 11월호 제102호=글 여균수 기자)고흥 팔영산 자락에 위치한 능가사는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이다. 신라 때인 420년 아도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나 근거가 남아있지 않아 명확치는 않다.
원래 보현사로 불렸으나 임진왜란 때 당우가 모두 불탄 뒤 1644년(인조 22)에 벽천 스님이 중창하면서 능가사로 이름을 바꿨다. 벽천은 90세의 나이로 지리산에서 수도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서 절을 지어 중생을 제도하라는 계시를 받고 이곳에 능가사를 지었다고 한다. 1768년(영조 44)과 1863년(철종 14)에 대대적인 중수가 이뤄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능가사는 보물 제1307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 동종(보물 제1557호), 능가사 사적비(전남도 유형문화재 제70호), 목조사천왕상(전남도 유형문화재 제224호), 추계당 및 사영당 부도(전남도 유형문화재 제264호)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능가사 동종은 1698년(숙종 24) 조선 최고의 주종장으로 꼽히는 김애립의 작품이다. 이 동종은 그의 현존 작품 가운데 가장 뒤늦은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높이 157cm에 지름 101.5cm의 다소 아담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인근 점암면 일대에 울려 퍼질 정도로 소리가 우렁차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탐을 내 헌병대로 끌고 가 쳐봤지만 소리가 나지 않아 무사히 돌아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종 아래 바닥을 둥그스럼하게 파 낸 것은 종소리의 울림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로, 한국형 범종에만 있는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

종을 거는 용 모양 끈을 용뉴라고 하는데, 능가사 범종의 용뉴는 여의주를 문 쌍용으로 제작됐다. 일반적으로 범종의 용뉴는 가운데가 솟은 대나무 모양의 관이나 한 마리 용을 감싸는 형상으로 만들어지는데, 쌍용이 뒤틀지며 공간을 만든 것 또한 능가사 범종만의 특징으로 풀이된다.
동종의 윗부분을 일컫는 상대(上帶)에는 조선시대 범종의 형식인 열두 자 범자(梵字)을 돌렸다. 상대 바로 아래에는 두 줄로 테두리를 한 사이에 덩굴문을 새긴 장방형 유곽(연곽) 네 개을 만든 뒤 그 유곽마다 아홉 개씩 종유를 조각했다. 연꽃 모양으로 튀어나온 것이라고 해서 연뢰라고도 하는 종유는 유곽과 함께 한국 범종의 특징이다.
유곽 아래에 태극기에서 볼 수 있는 팔괘를 새겨놓았다.
팔괘는 건(乾)에서 곤(坤)까지 주역에 나오는 자연 구성의 여덟 가지 기본요소인데, 이 문양을 범종에 사용한 것은 능가사 범종이 유일하다.
유곽과 유곽 사이에는 화려한 보관을 쓴 보살입상 넷이 새겨져 있고, 종신의 밑엔 두 줄의 띠를 둘렀고 그 안에 꽃잎과 당초문대를 돌렸다. 종신 아래에 시주자 명단과 함께 제작연대를 기록해 문화재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이 종은 용뉴의 웅건한 표현과 단정한 보살입상, 세부 문양의 정교함 등 김애립 범종의 완숙한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해 17세기를 대표하는 범종으로 꼽힌다.
능가사 앞 마당에 코스모스가 한 무더기로 피었다. 대웅전 뒤로 보이는 팔영산도 슬슬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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