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다보면 꽉 막힌 일상이 풀리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 것

[문득여행] 광주 도심 호수에 가다
풍암·운천·쌍암호수…전평제·양산제 쉼터로 각광
지친 시민들 심신 달래며 건강 증진·휴식에 큰 도움
가족과 함께 쉽게 다녀올 수 있는 나들이 장소 적격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11월 04일(목) 18:21
(2021년 11월호 제102호=글 고선주 기자)국내외 도시를 방문해 보면 도심 안 호수가 있거나 광활한 녹지지대가 있는 곳은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역설적으로 광주는 도시 인프라가 매우 낙후돼 있어 그런 습성이 생긴 듯하다. 이는 자연 환경이 원래 낙후돼 있을 수 있으나, 이 도시를 대상으로 정치를 펼치는 사람들이 낙후시
켰을 수도 있다. 자주 후자를 되뇌인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안타까움과 탄식이 삐져나올 때가 있다. 원래 가지고 있던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잘 유지하며 보존했더라면 충분히 아름다웠을 도시를 누가 이렇게 흉포화시켰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광주는 내륙 도시이다보니 강과 호수, 그리고 산이 어우러졌을 때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유명한 경양방죽이 지금도 있었더라면 도시 인프라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을텐데 말이다. 더욱이 도심 녹지 역할과 시민들의 쉼터로 충분했을 태봉산을 헐어 흔적조차 없애가며 메웠다고 하니 당시 정책 집행자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등산이 덩치가 작았다면 무등산도 밀었을 사람들이다. 여기다 몇년 전에는 풍암호수(풍암저수지)를 메우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다행히도 풍암호수는 살아남았다. 지금이나 그때나 위험한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 같다. 만약 풍암호수마저 메워졌다면 얼마나 도심이 더 황폐화됐을까 아찔하다.
더욱이 고층 아파트 등 무분별한 토건으로 인해 도심 미관이 말이 아니다. 예향이니, 미향이니, 무향이니, 문향이니, 의향이니 등 온갖 수사들이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도심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도심 호수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없이 그 존재로 고마운 광주 도심의 호수들을 둘러본다.
광주에는 앞서 언급했던 풍암호수를 비롯해 전평제, 운천호수, 쌍암호수, 양산제 등이 있다.
특히 대다수 도심 호수들은 시내권이든, 외곽이든 주민들의 생활 공간에 자리해 시민들의 건강 증진과 휴식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도시생활이라는 게 대개 아파트나 주상복합, 단독주택 및 상가 지구 등에 몰려 살아가기 때문에 녹지 공간을 비롯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들 호수의 의미는 작지 않다
먼저 광주시 서구 매월동 소재 전평제는 45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시초는 1566년으로 매월과 벽진 지역 주민들의 물 걱정을 덜어줘 농사를 편하게 지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선 중기의 문인 회재 박광옥 선생(懷齋 朴光玉·1526~1593)이 개산방죽을 쌓은 것이 시초로 알려지고 있다. 1999년부터 국토공원화 시범사업으로 쉼터를 조성하면서 오늘의 모습을 조금씩 갖추기 시작한 전평제는 저수지 가운데 인공섬을 사이에 두고 목교가 설치됐으며, 수변경관이 수려하고 자연탐방이 가능해 가족단위 여가선용의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공원면적은 46,992㎡, 일주산책로는 767m로 아담하지만 산책하는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봄에는 벚꽃 터널이 호수의 운치를 한껏 더해주고, 겨울에는 한폭의 산수화같은 설경 풍경이 오가는 시민들을 붙잡는다. ‘부귀’의 꽃말을 가지고 있는 배롱나무와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 및 운동 보조기구, 지압판이 깔린 산책로, 물과 달이 있는 집이라는 의미의 정자 수월당, 현시대 저마다 문향을 뽐내고 있는 현존 시인들의 이십여 시화들까지 만날 수 있다.
이어 수변 산책로가 2㎞에 달하는 풍암호수는 작은 도서관이 있고, 각종 시화(詩畵)들이 설치돼 있다. 수변 산책로를 따라 중간 중간에 목교가 설치돼 있어 목교를 건너는 즐거움이 작지 않다. 제1목교 상류에 자리한 장미원은 시민들에 널리 알려진 명소로, 코로나19 이전 장미 시즌에는 시민들로 넘쳐난 곳이었다. 제1목교를 건너 오래된 나무 아래 의자에 잠시 앉아 숨을 가다듬을 수 있고, 거기서 좀더 이동하면 2010년에 설치된 미디어아티스트 진시영씨의 작품 ‘하모니’(Harmony·화합)를 만날 수 있다.
‘하모니’는 빛고을 광주의 ‘光’을 형상화해 역동적인 모습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인간의 모습과 서로 화합해 빛을 받드는 모습을 조형화했다고 한다.
제2목교를 건너면 황토빛 흙길이 이어진다. 부담없이 걷는데 안성맞춤이다. 여기서 좀 더 이동하면 나무에 상처를 주지 않는 가운데 둘러쳐져 있는 의자와 체력단련시설, 정자가 나오고 호수에서 가장 멋진 작은 풍암호수작은도서관이 나온다. 앙증맞을 정도로 작지만 있을 책 다 있다. 호수를 삥 둘러쳐 시화가 분포해 있지만 도서관 옆 공터에도 내로라 하는 시인들의 시화들이 설치돼 있다. 가만 서서 읽는 사람보다 그냥 지나치는 시민들이 더 많지만 어차피 안볼 사람들은 안 보니까 유심히 볼 시민들을 위한 시화인 셈이다. 시화들은 한결같이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일상이 투영돼 있다.
아울러 운천호수는 가장 인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자 상가 및 주거 공간이 밀집돼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벚꽃 명소여서다. 벚꽃이 필 무렵 절정에 이른다. 1951년 제방(420m)을 쌓은 것에서 그 역사가 시작돼 벌써 70년에 이른다. 농업 용수는 물론이고 뱃놀이와 수영이 가능했지만 금호지구와 상무지구가 개발되면서 거의 방치돼 악취가 진동하는 오폐수 집하 처리장 같은 시절도 있었다. 예전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연탄재도 함부로 버려졌다. 1995년 모든 오폐수를 차단하고 물을 공급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여기다 서민친화형 공간을 표방하면서 목교와 산책로가 구축되고, 맛집과 카페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서구 명소로 이름을 올렸다. 광주 서구는 이곳을 팔경 중 하나로 지정해 관리 중에 있다.
벚꽃 시즌, 목좋은 인근 상가에서 내려다보이는 운천호수는 소리로 비유하자면 절창에 해당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도심 호수에는 시화들이 설치됐다. 이곳에도 시화들이 오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작품 수준을 좀더 높일 필요는 있지만 운치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서호로 불리기도 한다.
수변 데크와 바닥분수를 비롯해 음수대, 데크 목교, 일주산책로(1km), 운동기구, 연꽃관찰 데크, 지압보도, 야외무대, 음악분수, 팔각정 등이 갖춰져 있다. 현재 저수지와 주변 7만4020㎡의 공간이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돼 관리 중이다. 2020년 11월23일부터 데크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횡단공사 구간에 속하면서 8만5000t에 이르는 수량에 대한 배수 작업을 벌였다. 2022년 9월까지 ‘물빠진 상태’를 유지하며 분수 가동도 전면 중단돼 아쉬움을 더한다. 2호선 공사가 끝나야 원상복구될 전망이다.
쌍암호수는 첨단지구의 대표적 호수다. 둘레가 약 1km여 달하는 이곳은 한바퀴 돌면 3만보가 넘는다고 한다. 쌍암공원과 연계된다. 보호수가 있고 건강정보 게시판, 잔디구장, 축구장, 농구장, 족구장이 구비돼 있는데다 놀이터도 3개소, 정자, 여러 벤치가 설치돼 있다. 축구공 조형물과 월드컵 역사 명패, 다채로운 LED 조명경관으로 인해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친자연형 인공습지로 알려져 있다. 또 쌍암공원에 설치한 ‘별밤 미술관’이 인기를 얻고 있고, 호수 둘레길을 걷다보면 잠시 도서를 접할 수 있는 숲서가도 만날 수 있다. 도심 호수 중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보내기에 적격이다.
이외에 양산제는 양산호수공원으로 불린다. 연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저수지 주변으로는 해바라기가 만개한다. 한편으로는 꽃무릇과 백일홍도 장관이다. 정자와 산책로가 어우러지는 시즌에는 도심 다른 호수 못지 않게 아름다운 절경을 뽐낸다. 이곳 역시 아이와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인공이 아닌 자연방죽으로, 30년 전에는 정리되지 않은 채 습지로 있었다고 한다.
이들 도심 호수들은 각박한 도심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산책로로 심신을 달랠 수 있도록 하는 허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을 비롯한 여행길이 거의 막히다시피했는데 집 근처에 호수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항간에는 광주사람들이 가장 많이 무등산을 안간다는 말이 있듯, 자기 집 옆에 호수가 있어도 가장 많이 안갈 수 있다. 하지만 속는 셈치고 한번 호수를 찾아 보자. 천천히 걷다보면 꽉 막힌 일상이 풀리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도심 호수로 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가성비 최고의 여행지이자 산책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5. 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2. 2. | 대표 ·발행인 : 전용준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