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짱짱한 해안 풍경과 조우 이보다 더 완성된 풍경은 없다

[문득여행] 부안 격포·내소사·선유도
총 66㎞에 달하는 변산마실길 아름다운 풍경 ‘압권’
내소사 가는 길목 700여 그루의 전나무 숲에 탄성
격포·채석강은 ‘명불허전’ 그 자체…선유도 절경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11월 06일(일) 15:52
(2022 10월 제113호=고선주 기자)곰소와 모항(8월호) 편을 다루면서 필자는 이 일대가 최애 해안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안 줄포에서, 곰소, 모항, 격포와 채석강, 새만금 선유도, 군산에 이르는 코스는 국내 최고의 해안도로로 손색이 없다. 곰소와 모항이 상편이라면 격포·내소사·선유도는 하편인 셈이다. 둘레길로는 변산마실길이 8코스로 구성, 보통 한 코스마다 1~3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총 길이 66㎞에 달하는 변산마실길은 코스로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변산의 산과 들내(川)와 바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변산의 자연풍경은 물론이고 그곳에서 터를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풍경까지 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해안도로와 함께 둘러볼만한 둘레길로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그래서 변산반도국립공원이 아닐까 싶다.
괜히 국립공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보통 변산반도에서 해안 도로를 지칭할 때 736번 지방도로가 언급된다.
변산은 흔히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구분짓는다. 내변산은 100여 개 봉우리로 둘러쌓여 있고, 외변산은 3면으로 바다를 접할 수 있는 해안지역을 지칭한다. 내변산은 기암괴석과 소나무숲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고, 외변산은 물이 빠졌을 때 드러나는 갯벌과 햇빛에 출렁거리며 부서지는 푸른 바다 물결에 무딘 감성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이곳의 매력에 빠져들면 마치 수렁에 빠진 것과 같다. 좀체 헤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서부 해안도로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측면에서 최애 도로라고 칭한 것이다. 후에 울산과 포항 등지에 깊은 생채기를 남긴 태풍 힌남노가 예보된 며칠 앞선 9월3일과 4일 호텔까지 예약해 1박을 하며 둘러본 곳이 이 일대다. 떠나기 전 혹여 힌남노 때문에 비라도 오면 어떡하나 했으나 천운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가끔 강한 바람과는 대면했으나 강한 폭우는 피할 수 있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태풍이 남해안에 도달하지 않았던 때였다. 여행을 떠나다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과 직면한다. 그런 우발적인 상황들이 예측가능한 여행에 방해꾼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형화된 여행을 탈피하게 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돼 그리 싫지는 않다. 오히려 하나 하나 극복하며 하는 여행은 더 만족감이 배가된다. 이번 방문한 코스에는 소노벨변산(옛 대명리조트)이 유명하지만 더 한갓진 곳은 모항의 해나루가족호텔이다. 그리고 일전에 몇 차례 소노벨변산에 묵어봤기에 이번에는 모항 해나루가족호텔을 선택했다.
숙소로 가기 전 줄포 IC로 빠져 나가 곰소를 향했다. 어느덧 점심 무렵이 다가왔다. 줄포는 조용한 갯벌이 드러난 풍경이 압권인 곳이다. 그곳에 머물며 점심을 하기 보다는 곰소가 국내 최대의 젓갈단지로 유명한 곳이어서 점심은 그곳에서 하기로 했다. 지난번 방문 때 접하지 못했던, 그 유명한 젓갈 백반이 간절해서다.
그 작은 곰소에서 줄서는 식당이 있을 정도이니 ‘맛의 고장 전라도’라는 말이 허투루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그중 한 곳인 아리랑식당에서 젓갈로만 구성된 백반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맛본 젓갈백반이었던 것이다. 간간하면서도 정갈한 맛, 단짠단짠을 넘나드는 맛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미각을 저격한 젓갈백반을 한뒤 내소사로 향했다.
능가산 기슭에 자리한 내소사는 삼국시대 백제의 승려 혜구두타(惠丘頭陀)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지고 있다. 내소사 전에는 소래사(蘇來寺)로 불리웠다고 한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禪雲寺)의 말사로 창건 연도는 633년(무왕 34)으로 전해진다. 내소사는 가람구조가 알려져 있지만 일주문을 지나 사찰 안으로 향하는 진입로에 펼쳐진 전나무 숲길이 방문객들과 불자들의 입소문을 타 유명해졌다.
전나무는 모두 700여 그루로 곧게 하늘로 뻗어 오른 자태에서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하늘 한번 볼일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하늘을 보며 꼿꼿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전나무가 끝나는 꼭대기에 보자기처럼 하늘이 펼쳐져 있다. 여기에 있는 전나무들은 대략 120년 수령을 자랑한다. 전나무 숲길과 대단위로 꽃무릇 단지가 조정돼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아름다움을 넘어 황홀감까지 안겨준다. 일주문에서 본찰에 이르는 코스가 제법 걸어야 함에도 짧게 느껴졌던데는 이 전나무 숲길과 꽃무릇에 푹 빠진 탓이다.
가는 길목에서 만난 연못에서는 한류 드라마 ‘대장금’이 촬영됐다고 하니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내소사가 선운사 말사라고 하지만 대 소래사와 소 소래사가 있었을만큼 그 위용은 대단했다고 한다. 대 소래사가 불타 소실되면서 사라졌고, 현재 우리가 접하는 내소사는 소 소래사가 전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진왜란 때 모든 전각이 소실됐다가 인조 11년(1633년)에 청민 선사가 중건했다고 한다.
내소사

가람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을 비롯해 1963년 보물로 지정된 동종, 1963년 보물로 지정된 백지묵서 묘법연화경, 1997년 보물로 지정된 내소사 영산회 괘불탱 등과 1986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내소사 설선당과 요사, 설선당(說禪堂)·보종각(寶鐘閣)·봉래루(蓬萊樓), 1986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삼층석탑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내에는 수령 1000년이 된 보호수인 거대한 느티나무가 사찰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는 듯하다.
느타나무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내소사라는 현판이 붙어있는 건축물은 지붕이 세모형태로 양 옆에 배치돼 다른 사찰에서 보기 힘든 구조였다. 그 건축물 아래에서 대웅보전과 석탑 등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냈다. 멋드러진 풍경이다. 사진뷰가 몇 군데 있는데 워낙 오랜동안 사진을 촬영하느라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 어디가 사진뷰 혹은 사진 포인트인지 들어온다. 사진은 일반인처럼 정면에서 찍곤 하는 습성을 떨쳐낸 지 오래됐다.
소위 ‘사진 좀 찍네’라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내소사
를 찾았을 당시 한 여름보다 더 더웠다. 한쪽에서는 태풍 온다고 난리고, 또 다른 쪽에서는 9월인데 왜 이리 덥냐는 반응이었다. 내소사를 바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기와불사 접수를 받는 공간 앞 편상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한 뒤 떠나올 수 있었다. 사찰을 나오는 길에 찍사(사진찍는 사람) 역할에 충실하느라 한참 시간을 보내고서 사찰을 빠져나왔다.
변산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격포와 채석강을 향했다. 격포와 채석강은 초행은 아니었고, 여러 차례 찾았던 곳으로 구경한다기보다는 어떻게 변화했나에 초점을 맞춰 둘러봤다. 격포는 변산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안온하기 이를데 없는 어촌과 서해바다 풍경, 일몰, 어선들이 정박하고 있는 항포구, 바다로 놓여진 등대 가는 길, 그 길 입구에서 조망이 가능한 채석강과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뽐낸다. 방파제 위 낚시꾼들마저 운치 있어 보인다. 채석강은 전라북도기념물 제28호이자 명승 제13호로 중생대 백악기 때 퇴적한 해식단애가 마치 수만권의 서적을 포개놓은 듯한 수직암벽을 이루고 있다.
서해안하면 갯벌로 통하는데 이곳은 갯벌이 없는 점이 독특하다. 대천 및 만리포 등과 서해안의 3대 해수욕 중 하나로 꼽히는 격포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격포와 채석강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한자성어로 설명할 밖에 없다.
격포와 채석강을 뒤로 하고 이름만 들어봤지 한번도 방문한 적 없는 고군산열도 선유도를 찾아갔다. 고산군열도는 크고 작은 6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새만금 끝자락을 지나 죄측으로 꺾어 들어가면 신시도와 무녀도를 지나면 선유도다. 선유도 다음에는 장자도가 자리하고 있다.
선유도는 고군산열도에서 가장 대표적 섬이다. 한참을 달려 선유도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선유스카이 SUN 액티비티(짚라인)가 멀리서도 눈에 들어왔다. 짚라인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코스다.
스릴만점의 체험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두 개의 거대한 기암괴석이 솟구쳐 있는 망주봉(109.5m)은 이 일대 풍경에서 압권이다. 망주봉은 그 옆 갈래로 뻗어나간 봉우리들과 함께 바다를 에워싸는 울타리처럼 퍼져 있어 그 유명한 석양과 함께 어우러져 이곳이 지상낙원 혹은 이상향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망주봉은 선유도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포털 등에서 선유도를 검색하면 제일 많이 잡히는 것이 망주봉 두개의 봉우리에 걸쳐져 있다. 진안의 마이산을 똑닮은 듯하다. 내륙을 대표하는 기암괴석의 봉우리가 마이산이라면, 국내 섬에서 가장 대표적 기암괴석이 선유도 망주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래들어 여러 곳을 답사했지만 풍경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망주봉이 자리한 선유도 해수욕장 일대였다. 여름의 끝자락임에도 해수욕장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이름값을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여정에서는 가장 짱짱한 풍경들과 조우했다.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풍경이 아니라 가서 행복했던 풍경 말이다. 일상은 번잡하기 이를데 없다. 피로는 쌓여만 간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 아울러 사느라 받았던 상처들을 치유하려 든다. 백번도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국내에 있을까. 그런데 격포와 내소사, 선유도 일대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보다 더 완성된 풍경은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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