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번잡한 마음 내려 놓을 수 있었다

[문득 여행]나주 불회사
불갑사 이어 방문 백양사 말사로 풍경에 매료
진입로 편백 숲길 감탄…진여문 'T'자형 산문
대웅전 비로자나불 종이로 만든 '지불'로 희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8월 02일(수) 16:02
(2023 7월 122호=글 고선주 기자)나주 불회사는 5월호에서 다룬 영광 불갑사의 연장선 상으로 이해하면 된다. 백제 침류왕 1년(384년) 인도승 마라난타가 영광 법성포에 도래해 꽃무릇이 유명한 불갑사를 먼저 창건한 뒤 이어 불회사를 닦았기 때문이다. 무려 1657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천년 고찰이다. 사찰 이름 제일 앞자가 ‘불’로 같은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두 곳 모두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장성 백양사의 말사다. 백양사가 40여 사찰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다. 모르면 어쩔 수 없지만, 불갑사를 둘러봤다면 이동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불회사도 함께 둘러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5, 6월 연이어 사찰을 다루기가 난감해 부득이하게 7월호로 다루게 됐다. 둘러본 시점은 5월27일 부처님 오신 날 다음날인 28일 경내에 있었다는 점을 밝힌다.

불갑사는 유년시절부터 드나들던 사찰이어서 낯설 지가 않지만 불회사(주지 철인)는 문화답사로 20여 년 전 들렀던 것이 기억의 전부다. 물론 나주 지역에서 꼭 가봐야 할 사찰이라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잘 숙지하고 있던 터였다. 불회사는 들어가는 진입로 숲길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그래서 ‘춘불회(春佛會) 추내장(秋內藏)’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말이지만 한번쯤 방문해본 사람들이라면 진입로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 말은 ‘봄에는 불회사 가을에는 내장사’가 으뜸이라는 의미로 반드시 봄철과 가을철에 방문해 보라는 소리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나주)를 거쳐 불회사로 향했다. 봉황면을 지나 다도면으로 이동하다 보면 산세가 고봉들은 많지 않아도 나즈막한 산들이 계속 이어지며 제법 빽빽한 숲을 이룬다. 이동하다 시골 사거리에 있는 중화요리 간판이 눈길을 붙잡는다. 농촌마을인데 중식당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호기롭게 다가왔다. 불회사는 덕룡산 자락에 포근하게 안겨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보면 왜 덕룡산이 포근하게 안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동하면서 든 생각이지만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여기다 작약밭이나 야생 차밭은 마음이 혼란스러운 불자나 방문객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곳의 하나이고, 절 입구 재미있는 표정으로 해학적으로까지 보이는 석장승이 눈길을 붙잡는다. 또 석장승 못지 않게 건성건성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챙겨봐야 할 게 연리지다. 수령 600여 년의 느티나무로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음양수인 불회사 연리목은 큰 나무뿌리 밑에서 자라난 두 나무가 바위 위에 누워 자라다가 한 몸이 됐고, 한 몸이 된 나무는 네 갈래의 가지를 하늘로 뻗은 형상으로 2004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사찰 입구 일주문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사찰 주차장에서부터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만나는 울창한 편백길 덕분이다. 이곳 편백 숲길은 사부대중들이 모든 번뇌를 씻어내고 잠시 이상향 혹은 힐링의 극치가 있다면 그곳에 당도할 수 있을 만큼 아늑하고 수려하다. 국내 유명 사찰 중 진입로가 아름다운 곳 못지 않다. 풍경이 너무 빼어나다 보니 오히려 멍해질 수 있다. 편백 숲길을 지나 사찰 입구에 도착하면 진여문이 맞아준다. 가람은 진여문을 비롯해 대양루, 대웅전, 나한전, 명부전, 삼성각, 극락전, 천수전, 괘불대 등으로 구조가 짜여져 있다.
진여문은 정면 1칸, 측면 3칸의 세로로 긴 평면 구조를 이루고 있다. 진여문 뒤로 바로 붙여 정면 3칸, 측면 2칸의 천왕문을 덧붙여 지어 전체적으로 ‘T’자형 평면을 이룬 독특한 형태의 산문으로 보면 된다.
대양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의 익공계 팔작집으로 대웅전을 마주보고 위치해 있다. 경사진 대지를 이용해 전면은 2층이지만 뒤에서 보면 단층 구조다.

어느 사찰이고 가장 주의깊게 바라 보는 곳이 대웅전이다. 이곳 대웅전은 1799년(정조 23년) 중건된 정면 3칸, 측면 3칸의 장식성이 돋보이는 조선후기의 화려한 다포집으로 보물 제1310호(지정일 2001.4.17)다. 자연석 기단 위에 세워진 팔작지붕 건물로 정면 어간문에는 통판으로 좌측에 수생동식물, 우측에는 육상동식물들이 조각돼 있고, 양 측면에는 화려한 연화문으로 조성돼 있다. 기둥을 받치고 있는 초석은 덤벙주초로 비교적 큰 편이며, 그 위에 세워진 기둥은 민흘림 수법을 보여주고 있다. 대웅전 내부에는 건칠비로자나불(보물 1545호)과 관음보살, 대세지보살(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267호)이 함께 봉안돼 있다. 이중 비로자나불은 종이로 만든 ‘지불’(紙佛)이어서 매우 희귀한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회사는 계절별로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특히 불회사로 가기 위해 드라이브 코스로 잡을 수 밖에 없는 818지방도로에는 봄철에는 벚꽃이 만개해 한껏 운치를 자아낸다. 이맘때 전후 ‘동백꽃 산사문화제’까지 진행돼 아름다운 절경에 취할 수 밖에 없다.
가을에는 애기단풍이 천국을 이룬다. 사찰 뒤편으로 이동하면 우거진 비자나무 숲과 그 밑에 서식하는 야생 차나무를 만날 수 있다. 불회사는 ‘비로다’(榧露茶)의 본산이다. 불회사의 명물로 꼽히는 비로다는 비자나무 이슬을 먹고 자란 찻잎을 덖어 만든 것이다. 차 애호가들은 사찰을 찾으면 반드시 구해가는 명품차라고 한다.

불회사는 조선 정조 22년(서기 1798년) 2월 덕룡산에 큰 불이 나면서 사찰의 전각이 완전히 소실된데 이어 6·25한국전쟁 때도 전각 일부를 남겨두고 모두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회주 정연스님이 1991년에 주지로 부임해 25년 간의 불사를 통해 모두 복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회사는 거대 사찰이 아니다. 아담한 가람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불회사 급 규모의 사찰로는 남도 최고 사찰 중 한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화순 운주사가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시간이 되는 분들은 운주사까지 둘러보면 더 유익한 나들이가 될 것이다.
이번 불회사행은 고단한 삶에 허우적대다 나들이를 가곤 했는데 옛 기억을 더듬어 찾은 곳이다. 기억 속에서는 진입로마저 지워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진입로에 들어서자 마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마음의 감탄보다 한 발 더 빠른 반응을 보였다. 가끔 살아가다 마음까지 움직이는 풍경을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갈수록 삶은 팍팍하고 각박해지고 있는데 불회사에서 잠시 번잡한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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