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풍경화에 압도당한 여운이 여전하다

[문득여행]딜라이트 담양에 머물다
거대한 미디어아트의 환상적 세계로 안내
달부터 빛의 호수·폭포까지 눈길 사로잡아
조형적 미감 더한 외관…라라브레드서 휴식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10월 03일(화) 18:00
(2023 9월 124호=글 고선주 기자) 무릇 여행이란 풍경이 좋은 곳으로 떠나야 제맛이다. 맞는 말이다. 가히 절경이라 할만한 풍경을 찾아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지친 심신을 충전하는 것이야말로 고래나 지금이나 변치않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번 문득여행은 결을 달리했다. 아트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는 것이 그것이다. 풍경이 펼쳐진 여행지와 아트 공간에서 변치 않는 모습은 사람 구경이다. ‘사람구경하는 게 뭐 휴식이 될까’마는 충분히 휴식이 된다. 머리 속을 비워가며 별별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그 별별 사람들을 구경하며 속으로 ‘저 사람은 어떻고, 이 사람은 어떻고’ 하며 평가를 매기거나 우열을 가려보는, 혼자만의 심판놀이는 시간가는 줄 모른다.
물론 그 공간에 존재하는 아트 작품의 감상은 빼놓을 수 없다. 다 작품 감상이 일번이다. 작품 감상을 뒤로한다면 그냥 놀러온 것일 게다. 그러나 이번 여정에서는 다이나믹한 작품들이 즐비해 찾아오던 길이었다. 멋드러진 외관부터 한껏 기대감을 부풀게 만들었다. 모던하면서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감성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입장료가 비싸다는 곳인데 그 정도 투자할만하다는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잡한 풍경 여행지를 가서 오히려 지쳐 돌아오느니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알찬 여행지를 택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문득여행지는 담양에 자리한 실감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딜라이트 담양’이었다. 전남 담양군 월산면 화방송정길(화방리)에 소재한 딜라이트 담양은 지난해 10월15일 오픈, 총사업비 180억원을 들여 2만1000㎡ 부지에 4600㎡ 규모로 건립됐다. 미디어아트 전시관과 1·2층으로 연결된 카페, 산책로 등의 부대시설로 꾸며지고, 전시관 외부에 다양한 조형물과 조명시설이 야간 볼거리를 제공, 호응을 얻고 있다. 콘텐츠는 ‘웰컴투 담양’이 펼쳐져 11개 테마로 구성됐다
어쩌면 여행지로는 단조로울 수 있겠으나 직접 대면한 그곳의 전시물들은 몇년 동안 전시 작품을 바꾸지 않아도 지겹지 않을 듯 보였다. 모든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압도하고 남을만한 작품들이어서다.
딜라이트를 방문하는 사람 전체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나들이의 수확은 미디어아트전시공간으로 광주·전남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중적 공간을 둘러봤다는 것 자체가 아닐까 싶다. 딜라이트는 건축물 외관이 현대적 미감을 더한 회색빛(?) 색상으로 외관을 이루고 있었다. 라라브레드와 연결된 건물 형태로 전시공간은 일직선 일자형 구조를 이루고 있고, 라라브레드는 기역자의 윗부분 음운처럼 배치됐다.
특히 건물 앞 연못(수조)을 구성해 건물만 놓여져 있는 단조로움을 피했다. 건물에 순응하는 직사각 연못을 형성해 놓음으로써 그냥 건물만 있을 때보다는 여러 조형성을 구축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둬 다양한 연출을 통해 방문객을 형상화한 빛의 향연 앞에서 감탄을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각양각색의 빛들은 마치 현실을 떠나 이상향에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빛의 호수’를 지나면 가마골 용소를 재현,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환상의 계곡을 지나’가 나온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용소 폭포를 맞으며,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모션 트레킹 기법을 사용해 손을 내면 물이 갈라지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규모는 자그마치 9m 높이에 달한다. 보는 것만으로 압도당한다.
‘딜라이트 담양’ 외관

폭포를 지나 나타나는 ‘딜라이트 담양’은 지나 온 천년의 시간과 앞으로의 천년을 담은 미디어피사드, 담양의 자연이 세계 속 낭만으로 우뚝 선다는 설정이다. 담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펼쳐지는 미디어아트로 담양의 성산을 노래한 ‘성산별곡’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공간은 전망 공간까지 따로 조성해놓아 입체적 화면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쪽 벽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적인 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미디어 파사드 쇼가 펼쳐진다. ‘별주부전’을 소재로 설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입구 대나무와 달 및 빛의 호수가 연인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다면, 이곳은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해하면 된다. 메타세쿼이아길을 배경으로 시공을 초월해 펼쳐지는 담양의 낯익은 모습이면서도 매력적인 ‘숲의 갤러리’를 비롯해 바닷속을 누비는 별주부의 이야기가 몰입형 미디어로 공간을 채우는 ‘설화’, 체험한 담양의 순간을 오래 기억하도록 다채로운 색과 무늬로 연출된 포토존에서 순간을 담아갈 수 있는 ‘스트리트·순간·나의갤러리’, 오늘 느낀 감동을 남겨 담양호에 띄우는 ‘우리 그리고 미래’ 등 역시 전시 몰입감을 더해준다는 평가다.
‘스트리트’는 방문객들의 사진이 화면에 나타나 진열된다. 키오스크에 인식하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색깔과 배경을 연출할 수 있는데 이것이 스트리트의 스크린에 나오는 방식이다.
‘순간’은 영원하지 않은 기억에 대한 흔적을 남길 수 있다. 딜라이트 담양에서 체험하고 관람한 곳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채로운 색상과 무늬를 통해 연출된 포토존에서 또는 직접 그린 그림으로 순간을 담아보는 형식의 코너다.
마지막으로 ‘우리 그리고 미래’는 딜라이트 담양의 마지막 코스로 딜라이트에서 보낸 시간의 감동을 포스트잇에 기록해 붙이도록 돼 있는데 엄청난 분량 앞에서 입이 쩍 벌어졌다. ‘앞으로도 쭉 건강하자’라고 써서 한장 붙여놓고 전시장을 나왔다.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나오면 라라브레드와 연결된다. 전시를 보느라 갈증 난 목을 축이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 적합하다. 다만 다소 비싼 가격대가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 옥의 티였다. ‘가성비 갑’의 가격대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풍경화에 압도당한 여운이 여전하다. 지금도 풍경화를 되새기고 있는 중이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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