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 일부…한국어 교육 지원 절실”

[사람사는 이야기2]조혜진 광주이주민지원센터 한국어 교육 강사
10년 넘게 다문화 이주민 대상 무료 교육 봉사 매진
대광여고 미녀봉사단 설립 카르타스 작업장 도움도
“스스로 치유 경험…더 나은 사람 될 수 있어” 밝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12월 25일(수) 14:03
(2024년 10월 137호=김다경 기자)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증가하는 국제결혼과 이주 가정 등의 변화로 세계 각국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한국에 정착해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한국 적응기가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다문화가정이 겪는 가장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언어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언어 발달 지연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교육 격차 및 사회 부적응 등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조혜진씨는 이러한 다문화가정 또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광주이주민지원센터에서 10년 넘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과거 해외에 거주했을 뿐 아니라 승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그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고, 그로 인해 인종차별 등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당시 인종차별이나 문화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을 실제로 겪거나 자주 보곤 했죠. 또 외국에 살면서 그 나라 언어를 잘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언어문제로 곤란한 일들이 많이 생기니까요. 그렇게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다문화가정이나 이주배경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우연히 광주이주민지원센터가 있다는 걸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다가 지금까지 한국어 교육 봉사를 하게 됐지요.”
원래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조혜진씨는 대학 시절부터 지역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수업 등을 했다. 결혼 후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여유를 찾을 때쯤 다시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는 다문화가정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봉사를 주로 하고 있다. 영어를 전공했지만 한국어를 더 체계적으로 잘 가르치기 위해 한국어 교원자격증도 취득했다. 대광여고 1회 졸업생인 그는 2017년 동문 봉사단체인 ‘미녀봉사단’을 만들었다. 이후 평동 장애인자활시설 카리타스 보호작업장과, 대인동 해뜨는식당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 곳곳에서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다른 여고 동문회를 보면 골프동호회, 문학동호회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대광여고는 비교적 신설학교라 동문회원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젊은 편이었습니다. 이왕이면 좀 더 특별하고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봉사에 뜻을 가진 후배들을 모아 봉사 동아리를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 그는 한 달에 두세번씩 평동에 위치한 장애인자활시설 카리타스 보호작업장에 방문해 장애인들의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심했을 때 집단 거주로 단체 감염의 위험이 큰 장애인들이 출근을 못하게 되자 미녀봉사단이 매일 작업장으로 출근해 장애인들의 월급이 보존될 수 있게 대신 근무했고, 그를 계기로 지금까지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2020년 동구 대인동의 천원식당으로 알려진 해뜨는식당의 김윤경 대표가 다리를 다쳐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미녀봉사단이 고등학교 동문인 그를 돕기 위해 팀을 짜 돌아가며 일을 돕기도 했다.
조씨는 남편과 자녀를 둔 평범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다. 자신을 챙기고 살기도 각박한 세상에서 남을 위해 시간을 내고 힘든 일을 자처해 봉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봉사를 하면서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내가 누구를 도와준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봉사를 계속하면서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이 아닌 스스로가 치유되고 충만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저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게 봉사라고 생각해요.”
현재 광주이주민지원센터 한국어 교육반에는 기초부터 중급, 고급반이 있으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누구나 무료로 공부할 수 있다. 그가 맡은 기초반은 이주노동자가 많은 편이며, 고급반은 좀 더 나아가 명확한 목표를 가진 다문화가정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원래 모국에서 간호사 등 전문적인 직업을 가졌지만 한국에서는 언어적 문제로 공장일 등 전혀 다른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 직업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가 가르친 학생 중 한명은 한국어능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장학금을 받고 전남대 대학원에 들어가기도 했다.
조혜진씨는 그런 학생들을 보며 강사로서의 소명과 봉사정신을 더욱 느낀다고 언급했다. 그가 현장에서 실감하는 다문화가정 대상의 한국어 교육과 지원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다문화가정은 우리사회의 일부분이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잘 적응하고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죠. 제가 한국어 교육 봉사를 계속하는 건 다문화사회가 돼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한국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입니다. 엄마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자녀를 잘 교육시킬 수 없죠. 엄마와 소통이 안 되니 학습 문제는 물론 사회 활동에도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고요.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맞춤 학습센터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조혜진 강사는 앞으로도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교육 봉사는 물론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 우물을 파면 한 마을이 먹고 산다’는 말이 있는데요. 먼 미래에 대광여고 미녀봉사단 이름으로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는 꿈도 꿔봐요. 당장 할 수 있는 일로는 한 끼 식사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무료급식소도 운영해보고 싶고,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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