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한국과 모국 일본 잇는 매개체 역할 하겠다”

[해외에서 온 예술가]재일교포 작가 김영숙
하정웅 컬렉션 재일디아스포라 작가전 참석차 방문 활동
뿌리의식이 광주 찾게 한 동력…미술공간·전시 ‘인상적’
“관람객들에게 자유로운 상상력 안겨주기를 희망” 밝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10월 04일(수) 18:14
(2023 9월 124호=글 고선주 기자) 전남 광양이 고향인 할아버지가 징용으로 탄광에 끌려온 게 그의 조상이 일본에 뿌리내리게 된 사연이다. 그래서 굳이 그의 고향을 따지자면 일본 태생이지만 광양이 고향의 뿌리인 셈이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그래서 일본 속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한국어를 익히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지만 경계에 선 자신의 삶에 대해 조국은 한국이고, 모국은 일본이라는 답으로 정체성을 정리했다. 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삶, 그리고 해후’라는 타이틀로 지난 7월28일 개막해 오는 10월29일까지 열리는 하정웅 컬렉션 재일디아스포라 작가전의 주인공인 일본 오사카 거주 김영숙 작가가 광주를 방문했다.
김 작가는 재일교포 작가로 그의 스승인 김석출 작가 및 세미나 발제자인 카와세 슌지와 함께 7월9일 입국해 16일 출국 때까지 7박8일 동안 광주에 머물며 전시 개막식과 ‘재일디아스포라미술’ 조명 학술세미나 참석에 이어 광주·전남 전시 및 미술공간 등을 둘러봤다.
이런 그에게 경계의 작가로의 삶과 회화정신을 들어보기 위해 8월15일 오후 그가 머무는 호텔 인근에서 만났다. 때마침 무안 오승우미술관을 거쳐 강진에서 광주로 올라오던 참이었다. 그의 광주행은 자그마치 일곱차례에 이를 정도로 인연이 깊다. 하지만 개인전은 처음이어서 뜻깊다는 반응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소감을 가감없이 밝혔다.
“한국에서 그룹전은 다수 참여했지만 개인전은 처음이어서 너무 감개무량합니다. 그래서 뜻깊다는 생각을 합니다. 2000년 하정웅컬렉션 ‘재일의 인권’전 당시 처음 방문한 이후 2006년 하정웅청년작가전 ‘빛’전의 참여작가로 방문하는 등 일곱차례 광주를 찾았죠. 이는 할아버지 고향이 광양이어서 제 뿌리가 전라도죠. 지금은 친인척 한명 없지만 그래도 제 뿌리의식이 광주를 찾게 한 동력이죠.”
그는 일곱차례 광주를 찾았지만 여전히 문화예술분야에 갈증을 많이 느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하정웅미술관 전시장 밖 다른 작가들의 전시와 문화공간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읽혀졌다.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김영숙 작가의 전시 전경

그는 8월11일 학술세미나가 재일디아스포라를 다룰 때 그동안 도쿄를 중심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오사카가 포함된 간사이 지역을 다룬 점이 감명깊다고 전제한 뒤 광주시립미술관 김호석전(4.4~8.13)과 무안 오승우미술관 나오미·서용선 전시(8.12~11.5), 강진아트홀 조정태전(8.1~20)을 기억에 남는 전시로 꼽았다.
또 이이남아트스튜디오와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및 이장우 고택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양림동 일대의 공간들이 좋았다는 반응을 피력했다.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및 전일빌딩245, 5·18기록관, 옛 전남도청(5·18민주광장) 분수대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에서는 자신의 작품이 소장 중인 것을 확인하고 하정웅 선생의 기증정신에 깊은 감화를 받았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전시공간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좋은 전시들이 많이 진행 중에 있는 것을 보고,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하면서 이번 방문이 문화공간과 각종 전시를 둘러본 만큼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호남미술답사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를 통해 오사카 한인 미술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계가가 됐음은 생각지도 않은 수확이다. 오사카에는 ‘고려미술회’가 1980년부터 1998년까지 결성돼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는데 이 고려인미술회를 결성한 장본인이 김석출 작가였다. 그의 스승이었다. 제자의 고국 전시에 동행한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스승은 곁을 지키며 오사카 한인 미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고려인미술회는 광주5·18민중항쟁과도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됐다. 당시 아사히신문 등에 보도된 5·18 참상을 접하고서 창립 전시 주제를 ‘광주’로 했기 때문이다. 결성 장본인인 김석출 작가의 작업 촉매제는 5·18민중항쟁이어서다. 김석출 작가는 현재까지 5·18민중항쟁을 주제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스승으로부터 작업기조를 영향받았음은 물론이다. 몸은 일본에 있지만 정신 속에서 한국을 지워낼 수 없는 작가인 셈이다.
그에게 우문같지만 한국과 광주의 의미가 궁금했다. 거창한 답보다는 느끼는 대로의 답변을 기대했다. 답변은 짧게 돌아왔지만 그가 생각하는 한국과 광주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은 가깝지만 심리적으로 먼 나라죠. 동포로서는 작가적 자기고민이 늘 뒤따른다고 봅니다. 광주는 조국에서 처음 방문한 곳입니다. 광주는 저에게 특별한 곳입니다.”

사실 작가 역시 미술에 대한 입문은 비슷하다. 유년시절 그림이 좋아서라는 반응이 제일 많았던 것처럼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창시절에는 주로 만화에 빠져 지냈다. 그래서 만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만화를 그리는 한편, 농구와 소프트볼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다 고 3때 운명적 만남을 가지면서 그는 삶의 방향성을 정립하게 된다. 현재 재일작가이자 (사)오사카 코리아타운 이사장인 홍성익씨를 미술선생으로 만나면서다. 이분이 미술부반을 만든 장본인이다. 미술의 기본을 익힐 수 있는 기회였다.
그후 오사카시립미술관 부설 오사카미술연구소에 들어가 9년 동안 체계적으로 실기를 익히게 된다. 오사카미술연구소는 현지에서 왠만한 대학 미술학부보다 한수 위로 취급됐다고 하니 굉장히 권위있는 배움터였던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여기서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다수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정식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그는 재일교포 최초로 특대수료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존재에 대한 탐색을 지속하면서 오사카 아뜰리에에서 학생들의 그림을 지도하고 작업하며 지낸다.
그런데 이번 전시가 궁금했다. 유난히 여성의 형상화가 많이 된 작품들이 출품돼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여성의 의미에 대해 그는 차분하게 풀어갔다. 생명이 주로 여성으로부터 잉태되니까 여성을 선택해 그리게 됐고, 그 여성은 자신을 투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화상은 아니지만 경계에 끼어있는 삶의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녹아있다. 마지막으로 계획을 묻는 것으로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그냥 열심히 해서 조국 한국과 모국 일본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할 거예요.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등에서 공부를 했듯 서양과 동양을 같이 캔버스에서 조화시켜 활동하는 유일무이한 작가가 되고 싶죠. 그리고 제 그림을 보는 사람이 자유로이 상상하면 좋겠습니다. 또 관람객 자신이 자기세상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관람객들에게 자유로운 상상력을 안겨주길 희망합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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