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하는 버스가 변한다. 2007년 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후 10년만의 변화다. 10년 동안 광주의 풍경이 바뀐 만큼 버스 길목도 변해야 한다는 취지다. 더 큰 목적은 매년 커져가는 광주시의 버스 지원금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달 시행되는 시내버스 개편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며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짚어본다.

△버스 운영 악순환 끊자 ‘정공법’
시내버스 노선개편 사업은 2015년 말 광주시가 계획을 밝히며 대두됐다. 도시철도 1호선 개통 이후 부분적인 노선 수정은 9차례 있었으나 전면개편은 10년만이다.
광주시가 시내버스 노선개편에 두 팔을 걷어붙인 배경에는 버스 운영의 악순환을 하루빨리 끊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시는 2007년 도입한 준공영제 이후 재정손실금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도 시행이후 지급한 지원금은 10년 동안 3152억원에 달한다.
지원금은 2011년 301억원, 2012년 350억원, 2013년 395억원, 2014년 445억원, 2015년 532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도입 첫 해 버스 1대당 2100만원이던 재정지원금이 2015년 51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높아진 재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미봉책으로 제시된 카드는 요금 인상이다.
광주시 버스요금은 현재 일반인 14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일반버스, 현금기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각각 16.6%(기존 1200원), 11.1%(900원) 인상돼 전국 대도시 중 최고수준이다. 서울·부산시(1300원) 보다 비싸다.
버스 이용 승객은 2010년(1억6140만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고 있다. 2015년 이용승객은 약 2000만명 감소한 1억4330만명이다.
더구나 현행 노선이 생활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과 노선체계가 지닌 자체적인 한계도 이용률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수완, 첨단, 선운, 효천지구 등 도심 외곽으로 신흥 택지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데 반해 도심과 연결하는 노선 개발이 미흡했다. 새롭게 형성된 생활권이 교통 사각지대에 놓이는 등 노선에 도시개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시내버스 노선은 과다한 굴곡도와 중복도, 장거리 노선(장대노선·노선 거리 50㎞ 이상이거나 운행시간 180분을 넘는 노선) 등의 비효율성을 안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 이용률 감소는 버스 운송수입에 영향을 줬다. 2013년 1308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이듬해 45억원 감소했고 운송원가 대비 수입을 나타내는 운송수지도 꾸준한 하향추세다.
광주시가 채택하고 있는 준공영제 수입금관리형은 공공이 버스 재정을 지원하고 운영은 회사가 맡기 때문에 운송적자 폭이 커질수록 재정지원금 부담이 늘게 된다.
‘버스 지원금 증가 → 광주시 재정부담 증가 → 이용요금 인상 → 이용률 감소 → 지원금 증가’ 라는 고리를 끊기 위해 광주시가 노선 개편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광주시는 버스개편이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만큼 사업 속도를 냈다.
민선 6기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위한 전담팀(TF팀)을 구성·운영하고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박차를 가했다.
용역은 교통카드 데이터와 광주시에 접수된 주요 민원, 운전원 설문조사, BMS(버스운행관리시스템) 자료 등의 분석과 자치구 권역별 순회 시민의견 청취 등을 종합해 지난해 12월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최종보고회 결과를 보완한 후 버스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분야별 세부추진방안을 마련해 단계별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버스정책심의에는 시의원 2명과 교통 분야 전문가 6명, 시민단체 관계자 5명 등 모두 2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로드맵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새 노선안은 이달부터 적용된다.

△노선 수↑ 배차간격↓
이번 개편안은 노선 효율성을 높여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배차간격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노선개편 주요 내용은 △주요 생활권 급행버스 노선 신설△비효율 노선 조정△마을버스 노선 신설△탄력배차제 확대△시외운행 시내버스 개편이다.
노선신설과 비효율 노선 통합·분리를 통해 전체 노선 수는 기존 98개에서 102개로 늘었다. 신설 4개, 조정 39개, 분리 3개, 통합 6개로 개편된 노선 총 수는 49개다. 2004년 폐지됐던 가지노선(00-1)이 부활한 것도 특징이다.
탄력배차제를 확대해 교통수요가 몰리는 시내출퇴근 및 등하교시 증차하는 반면 일요일에는 축소 운행한다.
개편으로 노선길이가 평균 23.3㎞에서 22.8㎞로 0.5㎞(2.1%) 짧아짐에 따라 평균 주행시간은 71.4분에서 61분으로 10.4분(14.1%) 단축됐다. 배차 간격은 기존 42분에서 32분으로 10분(23.8%) 줄어 시내버스 이용이 편리해질 전망이다.
신설된 4개 노선은 수완 03, 선운14, 양산60, 충효188이다.
수완 03은 급행노선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수완지구에서 광천터미널 및 주요대학과 진월지구 학군을 빠르고 단번에 도달한다. 당초 예상보다 더 큰 호응을 얻어 1일 최대 9922명이 이용할 정도의 황금노선으로 거듭났다.
선운 14는 신규 택지인 선운지구에서 출발해 시청, 광천터미널을 잇는다. 양산 60은 용전, 지산중, 운암중을 지나 광천터미널이 종점이다. 도시 공간 확대 및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개발됐다.
충효 188은 그 동안 소외됐던 석곡동, 충효동 주민의 교통편의 향상을 위해 신설된 노선이다. 효령노인복지타운에서 신촌, 4수원지를 거쳐 소쇄원에 이른다.
통합된 노선은 6개다. 수완11과 선운101은 선운101과 선운101-1로 통합됐다. 선운101은 송산유원지, 송정역, 광주여대, 진흥고를 오가고 선운101-1은 선운101보다 운행거리가 6.9km 추가돼 광주시립인광병원까지 연결된다.
지원150과 지원 152는 지원 152으로 통합돼 전대치대병원, 광주역, 동구청, 화순터미널을 잇는다. 일곡180과 용전184는 용전 184와 용전184-1로 통합변경됐다. 용전184는 수북부터 우치공원, 31사단, 전남대후문(남), 롯데백화점을 왕복한다. 용전184-1과는 병풍리부터 시목까지 노선에 차이가 있다.
장거리 노선이었던 상무22, 문흥48, 용산 56은 각각 2개 노선으로 분리돼 운행한다. 상무22는 첨단22(대창운수~서광주역)와 첨단23(장등동~대창운수)으로 나뉜다. 기존 첨단2지구에서 광주송정역 연결은 송정33번으로 대체된다.
문흥48은 문흥53(장등동~광천터미널)과 용산56(월남동~광주역)으로 나뉘고 임곡90은 임곡90(임곡~도산동)과 송정88(도산동~연산차고지)로 분리된다.
장거리 노선이 분리될 경우 정시성이 향상되고 주행시간이 단축돼 급행처럼 운행될 수 있다.
조정되는 노선은 39개로 마을버스 8개, 시내버스 31개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사각지대 수요에 맞는 소형 승합차로 운행함으로써 주민 교통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기존 광산720, 송정700, 서구760 등으로 운영되던 마을버스 명칭은 마을1~8로 통일된다.
순환01은 기존 상무지구에서 세하동으로 경로와 회차지가 변경된다. 세하동까지 노선을 확장함으로써 향후 개발될 마륵지구와 서창지구의 교통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좌석02번은 조선대 내부를 경유하지 않기로 했다. 급행간선에 적합하도록 노선을 직선화해 효율성을 높일 목적이다. 대신 금남57, 풍암61을 조선대를 경유하도록 조정해 학생 통학편의를 배려했다.
송정19는 광주역방면 노선을 직선화하고 송산유원지에서 도산동으로 운행구간을 변경된다. 지원25는 불법 주·정차로 상시 혼란한 치평로에서 상무중앙로로 운행구간을 변경했다. 회차지 역시 상무지구에서 세하동으로 바꿔 안정적인 회차 공간을 확보했다.
송정33 운행구간은 첨단에서 비엔날레주차장 방향으로 바뀐다. 이로써 첨단지구와 양산지구 교통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매곡동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지원45 노선은 송정19 노선조정으로 미운행하는 도산동 구간을 대체하기 위해 기존 노선에서 도산동으로 확장된다.
운림50은 치평로 구간을 상무중앙로로 대체하고 기존 회차지는 서광주역으로 옮겨진다. 금남59는 기존 월드컵 경기장 앞을 지나던 노선에서 롯데마트 앞으로 변경해 주요체육시설과 대형유통시설 접근성을 높였다.
진월75는 이용수요가 거의 없는 노대정류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신가교에서 조각배어린이공원으로 진행해 운행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암 81은 2.3km를 늘려 장등동에서 장등마을로 구간이 연장됐다. 두암81은 광주병원방향, 두암81-1은 각화무등파크방향으로 번호가 분리된다.

△지역민 반발·장거리 노선은 과제
광주시가 빅데이터 활용 등 적극적으로 대중교통망을 손보고 있지만 과제는 남았다.
노선 효율성을 이유로 시경계를 오가는 노선을 단축하면서 광주시와 인접한 시군이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 학군으로 통학생이 존재하고 병원, 문화시설 등을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에 재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다.
그동안 광주는 생활권이 겹치는 화순(3개 노선), 나주(1개), 장성(3개), 담양(5개)군에 시내버스를 운행해왔다.
광주시는 가급적 해당 지역민 편의를 고려해 조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실제로 장성을 오가는 첨단192, 첨단193, 송정197은 공청회를 거치며 장성군민의 의견을 반영해 시계 외 구간을 기존대로 운행하기로 수정했다.
하지만 시외구간 노선단축으로 안전성과 운전원의 근로여건을 높인다는 방침이라 인접군과의 마찰 여지가 남아있다.
송정196은 이번 개편안으로 진곡산단∼나주터미널을 오가던 것을 진곡산단∼정렬사까지로 단축돼 시 경계 이외 지역인 나주터미널을 없앴다.
윤영민 화순군의원은 "지원150, 151, 152번은 1일 왕복 30회~49회해왔는데 150 운행중단과 151, 152 노선 단축이 개편안대로 확정된다면 군민의 피해와 사회적 갈등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시내버스 노선 조정은 광주시와 인근 시·군의 상생발전과 전면 배치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직행·급행버스 도입과 도시철도 2호선과의 연계가 계획초기에 비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3~4개를 기대했던 급행버스가 수완03(수완~송암) 1개 노선에 그치고 도시철도와 연계성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장거리 노선 분리도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회차지나 기종점이 변경되면서 개편 전에 비해 오히려 운행거리가 늘어난 노선이 다수 눈에 띈다. 순환01, 지원45, 운림50, 금남57 등 노선이 연장됐고 특히 임곡89의 경우 7km늘어 총 운행거리가 42.5km에 이른다.
이번 노선 개편안을 시행하려면 47대의 시내버스가 증차돼야 하지만 광주시는 증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광주시 대중교통과는 "기존에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노선의 배차를 조정하고 기존 차량을 최대한 유지한 상태에서 노선별로 재배분하기로 했다"며 "증차를 억제함으로써 연간 77억여원의 운송원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전남연구원의 대중교통전문가는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이 수년간 정체된 상태에서 노선조정을 통한 서비스 향상은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줄이는 당면 과제"라며 "추후에는 다양한 상업·문화·업무시설과 연계한 광역환승센터 구축 등 복합개발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귀한 기자·사진 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