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은 예로부터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환경과 신선한 식자재로 손꼽히는 지역 중 하나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계마리(바다낚시)를 비롯해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백수해안 도로까지 관광명소가 즐비하다. 특히 영광하면 바로 떠오르는 특산물인 영광굴비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맛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영광지역 중심부인 터미널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영광을 찾는 관광객들에 시작과 끝을 알리는 데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영광터미널시장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영광터미널시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자연스레 상인들이 모여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덕에 시민들의 왕래가 많았고 거래 또한 활발히 이뤄졌다. 영광군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등 빠른 배송으로 신선한 농수산물을 가장 먼저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소비자의 구매 형태 변화와 대형마트 등에 밀려 장세가 약화되는 흐름이 지속됐다.
상권이 말라가고 노후화된 영광터미널 시장에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 2007년 재래시장 관련법에 따라 정식시장으로 등록된 영광터미널시장은 군의 추진의지에 따라 시설 현대화를 꾀했다. 이후 이용객들의 가장 큰 불편을 야기했던 화장실 증·개축을 시작으로 아케이드 시설 보강과 전기, 소방, 통신시설 정비 등을 마치며,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터미널 인근 골목에 상가건물형의 중형시장으로 변모한 영광터미널시장은 8484㎡ 대지에 3931㎡ 규모의 건축물로, 65개(직영21·임대44)의 점포로 이뤄졌으며, 130여명의 상인들이 시민들을 반긴다. 먼저 정문 입구에 발을 들여놓으면 넓게 펼쳐진 통로가 눈에 띈다. 양측에는 영광의 특산물을 자랑이라도 하듯 10여개의 농·수산물 판매점이 들어서 있으며, 신선한 바다내음을 풍긴다. 방금 잡아 올린 듯 눈알을 반짝이는 각종 생선들과 신선한 채소들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수산물 품종도 굴비를 비롯해 고등어, 홍어, 우럭, 쏙, 쭈꾸미 등 다양하게 채워졌다. 상인들 역시 활기를 띈 모습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매일 시장이 열린 날이지만 틈틈히 몰려드는 손님 탓에 생선손질에 여념이 없다. 손님들의 요구에 맞춰 내장을 빼고 가시를 발라 건넨다.
영광터미널시장 내에는 일반 시장에서 즐길 수 있는 수육과 국밥 외에도 바다와 뭍에서 나는 먹거리가 풍성하다. 굴비의 고장답게 대부분 점포들마다 지푸라기를 넣어 엮은 말린 굴비를 대롱대롱 내걸고 있다. 영광터미널 시장 역시 굴비 판매점들이 주를 이룬다. 영광굴비는 산란 직전의 조기를 잡아 소금으로 간을 쳐서 말린다. 동지나 해역에서 월동한 조기떼가 산란하기 위해 연평도 근해까지 북상하는 법성포 앞 칠산바다에서는 4∼5월경 특히 곡우사리 때 알이 차고 맛이 좋은 산란 직전의 조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고려 인종 때 처음으로 진상됐으며, 명·청나라에까지 널리 알려졌다고 전해진다. 일설로는 법성포에 귀양 온 이자겸이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그 맛이 변하지 않는 영광굴비를 진상하면서 ‘비굴’의 글자를 바꿔 ‘굴비’ 라고 불렸다고 한다. 굴비 만드는 법은 토굴 속에 조기 한 마리씩을 소금에 절여 3일간 돌로 눌러 놓았다가 물이 빠지면 십여 마리를 한 두름으로 엮어 걸대에 걸어 7∼14일 동안 해풍에 건조시킨다. 돌로 눌렀기 때문에 석수어(石水魚)라고도 불렸다. 최근에는 어획량이 적어서, 영광굴비의 전통은 법성포의 약 40가구에 의해 겨우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크기 및 품질에 따라 1만~5만원까지 다양하게 구매,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굳이 값이 비싼 굴비가 아니더라도 푸짐하게 구매해 즐길 수 있다. 또 이맘때가 되면 백합도 큰 인기를 끈다. 4월부터 5월에 많이 나는 백합은 탕·죽·구이·회·찜 등으로 먹을 수 있다. 향긋하고 담백하며 차진 맛이 일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담석증과 간질환에 좋고, 핵산과 철분이 많아 노화방지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오도리’로 불리는 보리새우(6~7월)와 대하(여름) 요리, 설도젓갈 등도 주요 판매상품이다.
이와 함께 영광터미널시장에서는 영광의 명물인 ‘모싯잎 송편’도 쉽게 맛볼 수 있다. 일반 송편보다 2배 이상 크고 콩·깨·팥가루를 넣지 않고 동부를 통째로 넣어 향과 씹는 맛이 일품이다. 때문에 영광터미널시장 내외에서는 수십여 개에 달하는 모싯잎 송편 판매점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몇 년 전 한 유명방송에 소개돼 인기를 끌고 있는 전통 팥죽도 영광터미널 시장만의 별미로 꼽힌다. 게다가 영광터미널시장 주변에는 우도농악전수관, 계마리(바다낚시) 등의 명소가 자리 잡고 있어 관광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한편, 영광터미널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주차난 등 문제도 조간만 해소될 전망이다.
영광군은 최근 공용터미널 주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총 사업비 43억원(국토교통부 21억5000만원 지원)을 투입, 추진중인 주차환경개선 지원사업을 올해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주차환경개선 지원사업은 구도심이나 상가 및 주택 밀집지역 등 주차공간 확보가 절실한 곳에 공영주차장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영광군은 2015년 주차환경개선지원사업 공모를 신청, 부지 확보를 완료한 후 2016년 11월 착공해 200면 규모의 지상 3층 공용주차장 신축공사를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김준성 영광군수는 최근 공용주차장 건축공사 현장을 방문, 터미널주변의 고질적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서는 공용주차장 확충이 시급한 만큼 주차장 이용에 불편함이 발생되지 않도록 개선사항을 보완해 차질없이 공사를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영광군 관계자는 "공용주차장의 출구방향 도로가 좁아 일방통행으로 운영될 경우 주차장 이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변 상인들의 의견에 따라 전통시장 출구방향 도로 확장으로 양방향 통행이 가능하도록 개선대책을 강구중이다"면서 "앞으로도 공영주차장에 대한 주민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 주차환경개선 지원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돼 장 활성화와 공용터미널 주변의 고질적인 주차난이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고귀한·정규팔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