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주(綾州)는 전라남도 화순지역의 옛 지명이자 화순군에 속해진 지역 명이다. 소백산맥이 품고 있는 분지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같은 지리적 특성으로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였고 때문에 도로망이 발달, 왕성한 거래가 이뤄지는 장터도 형성됐었다는 설이 있다. 현재 그 진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시의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고 전해지는 화순 능주전통시장을 찾고 그 속살을 들여다봤다.

능주 IC에서 약 500m, 능주역에서 약 600m거리 전남 화순군 화순읍 시장길 3-1에 위치한 능주전통시장은 화순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과거 1923년 2월10일부터 능주전통시장으로 정식 개설돼 꾸준히 운영되고 있지만 현대화를 거치며 옛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능주전통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현대화된 널직한 주차장이 눈길을 끈다. 시장 정문 입구와 측면 등 1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방문객들과 도매상들의 편의를 돕는다.
실제 장이 열린 지난 5일 찾은 능주전통시장은 여름의류와 신발부터 마을, 파, 감자, 수박과 살구 등 각종 야채와 과일을 펼쳐놓고 파는 상인들과 이를 구경하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먼저 정문 입구에 들어서자 넓게 펼쳐진 통로가 눈에 띈다. 바둑판 모양으로 된 내부 통로 양측에는 신선한 바다 내음을 풍기는 생선 판매점이 가장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눈알을 번뜩 치켜뜬 각종 생선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방금 잡아 올린 듯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수족관 속 활어도 보인다. 상인들 역시 밀려드는 손님 탓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손님들의 요구에 맞춰 생선들의 내장을 빼고 뻐를 발라 건넨다.
뒷편에는 각종 채소와 과일 등 특산품 판매점들이 길게 자리하고 있다. 단내를 폴폴 풍기는 제철과일인 복숭아와 사과, 수박 등 크기와 당도별로 나눠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덤을 더 달라는 손님들과의 즐거운 실랑이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주부 고모씨는 "저녁에 가족 모임이 있어서 장을 보러왔다"며 "가끔씩 차를 몰고 오는데 주차공간도 넓고 상인들의 인심도 후해 자주 장을 보러 온다"고 말했다.
10여년째 능주전통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다는 김모씨는 "예전에 비해 손님들 발길도 뜸해지고 매출도 안 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수년째 거래하고 있는 단골손님들 덕에 그나마 먹고 살만하다"면서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더 싸고 질 좋은 과일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덤이라도 하나 더 챙겨줄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한약제, 주조장, 식료품점, 건어물 상회, 미곡상, 사료상, 농기구 수리상, 포목의류 및 이불 가게, 종약 자재상, 지업사, 신발가게 등이 모여 있다. 사실상 화순군민의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이 있다.
능주전통시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세월의 풍파를 함께 겪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거래가 왕성했지만 이후 국내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대형마트 등 현대적 유통 시설의 등장으로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게다가 다른 지역에까지 이름나 있던 우시장과 어물전까지 사라지면서 빈 점포들이 늘어났고 점포의 30%가 문을 닫는 등 장세가 약화되는 흐름이 지속됐다.
이처럼 상권이 말라가고 시설이 노후화됐던 능주전통시장에 2009년 무렵부터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화순군은 능주전통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27억원을 투입, 시장의 진입로를 정비와 함께 오래된 상가 건물을 철거 후 신축, 공중 화장실을 설치했다. 또 시간 인근의 쉼터 및 조경 공사 등을 시행했다.

전통시장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교통·주차난을 해소하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군의 의지가 주요했다.
또 인근에 조광조 유배지, 영벽정, 능주 향교, 능주 삼충각, 죽수 절제 아문 등 지정 문화재를 가까이 둔 지리적 특성도 능주전통시장의 현대화를 이루는데 한 몫 했다.
현재 매월 5일·10일·15일·20일·25일·30일 장이 열리는 능주전통시장은 82개 점포에 287명이 종사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군은 능주전통시장의 시장현대화사업이 최근 마무리됨에 따라 쾌적한 환경에서 상인들이 장사하고, 소비자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웰빙 시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침체된 재래시장 환경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특화된 웰빙 시장으로서 고객유치 및 전통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군 관계자는 "능주전통시장은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소중한 우리들의 터전이다"면서 "앞으로도 상인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면서 전통과 현대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광주·전남의 대표적인 웰빙시장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