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 현주소 "‘오월 최후의 격전지’…역사·정체성 담겨야" ‘도청 별관 철거’ 설계계획에 포함된 채 진행 고귀한기자 |
| 2017년 10월 09일(월) 10: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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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복원 ‘10년 갈등史’
옛 전남도청 복원 갈등의 씨앗은 2005년 사업설계 단계에서 심어졌다. 문화관광부 문화중심도시조성 추진기획단(이하 추진단)은 5·18민주화운동 25주년을 기념해 ‘아시아문화전당 건립국제설계경기공모’를 열었다.
같은 해 12월, 추진단은 우규승 건축가의 ‘빛의 숲’(Forest of Light)을 당선작으로 발표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5월단체는 물론 광주YMCA,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여자치21 등 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당시 시장이었던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비롯해 정치권이 "랜드마크 기능이 없다"며 설계변경을 요구하자 이를 적극 만류한 측도 시민단체였다.
갈등의 씨앗은 2008년 문화전당 기공식에서 발아했다. 도청 별관 철거가 별안간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추진단은 주 출입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별관 철거를 추진했고, 5월단체 등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보존과 철거 주장 대립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2005년 당시 설계공모 참가자들에게 전달된 설계지침에 옛 도청 별관 철거 내용이 포함된 것이 추후에야 알려졌다. 설계자인 우규승 건축사는 "문화전당은 도청 별관 철거를 전제로 설계됐다"고 수차례 밝혔다.
잠정적 공사 중지와 재개 과정에서 5월단체 내부 갈등도 표출됐다. 민주평화교류원 운영 참여를 조건으로 별관 철거를 수용한 5·18구속부상자회는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유족회·부상자회와 각을 세웠다.
이후 박광태 당시 광주시장 등 10인 대책위가 꾸려지며 별관은 ‘오월의 문’ 형식의 부분보존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1년 뒤 정밀안전진단 실시 결과 도청별관이 최하등급인 E(불량)판정을 받자 추진단은 결정을 번복했다. 안전을 이유로 오월의 문을 배제하고 도청 일부를 헐기로 결정했다. 5·18 유족회와 부상자회, 시민사회는 반발했지만 10인 대책위는 정부안을 수용했다.
2010년 이병훈 추진단장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과 민원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5·18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미래의 전당 안에서 숨 쉴 문화적 가치가 상생할 수 있도록 대승적 판단과 지혜를 당부’하는 것으로 논란을 일축했다.
착공 직후부터 불거진 보존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채 공사는 묵묵히 진행됐다. 그러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센터의 옛 도청 별관 개소 소식이 알려지며 도화선에 불이 다시 붙었다.
5월 단체와 시민사회는 "활용보다 원형복원이 먼저"라며 ‘옛 전남도청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출범시켰다. 광주시도 오랜 침묵을 깨고 의견을 수용, 대책위에 합류했다. 윤장현 시장은 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도청 보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화전당 측은 수차례 의견 수렴과 자문회·간담회를 거친 후 공사를 진행해왔고 2010년 이후 문제 제기가 없다가 완공을 앞둔 시점에 다시금 제기된 원형복원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선규 문화전당장 직무대리는 "5·18단체, 시민단체 전체의 전반적인 합의가 있었다, 그 합의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문화전당 독단으로 진행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2011년 민주평화교류원 운영방향 자문회의는 4차례 열렸고 그 중 3차례는 양희승 구속부상자회장도 참석했다. 당시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였던 윤장현 광주시장도 자문위원 중 한 명이었다.
이에 5·18기념재단은 "MB정권이 시작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공식적으로 문화전당으로부터 협의를 위한 초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참여시켜 놓고 이를 시민적 합의라고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훼손vs창조…다시 원점으로
대책위의 요구로 민주평화교류원은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처음으로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건축 리모델링은 1관부터 5관까지 전관 완료됐지만 콘텐츠 구축은 대책위의 요구로 일부 중단된 상태다.
유일하게 콘텐츠 구축이 완료된 1관(옛 전남지방경찰청 본관)에는 황지우 시인이 주도해 5·18민주화운동항쟁을 그린 ‘열흘간의 나비떼’로 채워졌다. 항쟁 기록을 상징하는 전시물이 벽면과 내부에 설치돼 관람객들이 당시 현장으로 들어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관(경찰청 민원실)에는 계엄군이 퇴각한 5월 21일부터 26일까지의 상황을 표현한 전시물이 일부 설치됐다. 4관(도청 본관)은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시민군의 최후 항쟁과 상황실 등을 비롯한 당시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채워갈 계획이었다.
문화전당 측은 "옛 전남도청을 비롯한 보존 건물의 역사적 의미와 공간적 특징을 반영, 5·18민주항쟁의 민주·인권·평화 정신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내외 관람자들과 폭넓게 공유할 수 있는 언어로 구현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구 전남도청 총탄 자국 복원은 시민군의 증언을 토대로 찾아갈 예정이며 상황실·방송실·대변인실 등은 리모델링 이전에 이미 훼손된 상태였으나 당시 증언을 토대로 구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관(도청 회의실)에서 점거농성을 진행 중인 대책위는 임시 공개된 민주평화교류원의 면면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대책위는 "내부를 돌아보던 유공자들과 유가족들은 탄식을 쏟아냈다"며 "단순히 5·18을 기리는 전시물이라면 잘됐다고 평가하겠지만, 최후의 격전지라는 도청의 역사성은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청만이 지닐 수 있는 역사적 아우라와 존재감이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대책위는 도청본관과 별관, 민원실(회의실), 경찰청 본관, 경찰청 민원실, 상무관 등 6개 건축물을 80년 5월 당시 원형대로 복원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구체적으론 2013년 부분 철거한 옛 도청 본관·별관 연결통로 2곳을 복원하고 민주평화교류원에 들어선 방문자센터를 철거·이전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8월 28일 대책위의 요청으로 광주를 방문한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6개 건물 전부가 복원 대상이라고 약속해 원형 복원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당면한 문제가 하나같이 까다로워 대책위가 요구하는 수준의 원형보존 가능성 여부도 모호하다. 10년을 돌고 돌아, 다시금 원형보존과 공간의 재창조 사이 갈림길에 서게 된 셈이다.
남은 과제는
도청복원 논의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예산마련 및 낭비논란, 안전성 여부, 민주평화교류원 개원 지연 등이 대표적이다.
당장 원형 복원 사업비 마련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당장 내년에 마련해야 할 예산과 몇 년에 나눠 세울 예산을 구분해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복원 비용은 약 300억 원으로 추산되지만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8년 정부예산안 중 아시아문화전당 관련 부문에 복원 사업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예산 반영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책위는 선제 대응을 선언했다. 복원에 필요한 예산과 기간을 분석하는 기초용역 추진 등 주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민주평화교류원 건립에 소요된 260여억원의 예산이 물거품이 되는 것도 향후 논란거리다. 막대한 세금을 낭비한 사례로 지적될 경우 향후 문화전당 활성화 관련 예산 확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민주평화교류원 개원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점도 복원사업에 부담이다. 민주평화교류원은 단순 문화예술을 넘어 민주, 평화, 인권의 가치를 아시아 각국과 교류한다는 점에서 전당 활성화와 맞닿아있다. 하지만 옛 전남도청 복원 논의에 에너지가 집중되면서 민주평화교류원 개원이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문화수도 완성과 문화전당 활성화가 지역여론의 주된 요구임을 감안하면 도청복원에만 목 맬 수 없는 상황이다. 박혜자 전 국희의원은 "도청 복원과 민주평화교류원 개원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5·18역사와 기억의 구심점은 도청이지만 5·18정신 세계화와 보편화의 구심점은 민주평화교류원"이라고 조언했다.
안전성 문제도 원형복원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 2010년 금남지하상가 지반이 일부 붕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데다 민주평화교류원 지하엔 지하철이 다니고 있어 시민안전이 우려된다. 당시에도 구조안전 전문가들은 도청별관의 노후화 억제 보수공사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살 수 없음은 물론 적정거리까지 접근을 통제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안전문제가 원형복원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경우, 보수공사 시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2026.10.23 (금) 2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