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 나면 어쩌나" 광주 7곳 소방차 진입 못해 광주 소방도로의 현주소 송대웅 기자 |
| 2018년 02월 04일(일) 1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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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신고 접수 후 119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까지 소요된 시간이다.
통상 초기에 불길을 잡아 대형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는 한계 시간인 ‘골든타임’은 불과 5분. 이 이상을 경과 하게 되면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 규모가 급증하고, 인명구조를 위한 소방대원의 옥내 진입 역시 어렵게 된다.
당시 119소방대는 스포츠센터 인근 골목에 불법 주·정차 된 차량 4대에 막혀 500m 가량을 우회했고, 결국 진화작업이 14분이나 지연되면서 6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혹한 결과가 빚어졌다. 문제는 광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계기로 ‘소방차량 진입로 확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광주의 전통시장 및 도로 폭이 좁은 골목길 등지에는 원활한 소방 활동을 방행하는 불법 주·정차가 즐비한 것이 현실이다.
광주시소방안전본부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자치구 등과 합동으로 ‘소방차 길 터주기’ 등 화재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시민들의 인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광주 소방도로의 현실을 짚어보고, 개선점 및 대책 등을 점검해 봤다.
▲공동주택·골목·전통시장 소방도로는 ‘오늘도 주차중’
제천 화재 참사로 불법 주·정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광주에는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이 7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지역은 대부분 협소한 도로 탓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구간은 전국적으로 모두 1409곳(685㎞)에 달한다.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구간이란 도로 폭 2~3m 이상의 도로 중 이동이 불가능한 장애물로 인해 진입 곤란 구간이 100m 이상인 지역과 상습 주·정차(장애물)로 인해 통행에 장애가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전국적으로 서울이 652곳(180.7㎞)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산 206곳(68.1㎞), 인천 138곳(138㎞), 대전 86곳(75.7㎞), 대구 76곳(36.8㎞), 전남 51곳(13.3㎞), 울산 30곳(21㎞), 충북 21곳(5.3㎞), 경북 20곳(13.3㎞), 충남 18곳(6.8㎞), 강원 14곳(5.4㎞), 세종 2곳(270m) 등의 순서다.
광주는 7곳(1.2㎞)으로 △동구 소태 3번길 19~소태3번길 31(도로협소) △동구 소태길 51~소태길 3번길 31(도로협소) △동구 필문대로 273번길 5~필문대로 289번길 29(도로협소) △서구 매월동 개산마을 내 도로(도로협소) △서구 벽진동 마산마을 내 도로(고정 장애물) △서구 세하동 동하마을 내 도로(급경사 및 급커브)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 주변도로(시장 내 이동식 좌판 등)가 소방차 통행에 장애가 있는 도로로 분류됐다.
실제 이날 오후 찾은 광주 북구 최대 재래시장인 말바우시장.
이곳은 장날(2·4·7·9일)을 맞아 물건을 팔기 위해 일찌감치 나선 상인들과 장을 보고 위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오전까지 불어닥쳤던 미세먼지가 오후를 기점으로 서서히 걷히면서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상인들은 준비해온 물건이 모두 소진되면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요구했던 물건을 잔뜩 실은 1t 화물트럭이 시장 어귀에 도착했다.
장날로 사람이 붐비는 탓에 내부로 까지 진입하지 못하면서 이들 화물트럭은 노란색 글씨로 큼지막 하게 ‘소방차 출동로’라고 적힌 도로에 주차를 한 채 물건을 나르기 시작했다. 시장 내부 역시 각 점포마다 설치한 매대와 물건이 담긴 상자 등이 널브러진 상태였다.특히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을 위해 곳곳에 설치된 소화기는 이미 가격표나 상품을 내거는 용도로 전락, 만약 화재가 발생한다면 온전한 소방차 진입은 물론, 초기 화재 진압도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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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 위치한 양동시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좁은 점포 면적 때문에 1m 가량 앞으로 상품을 전시하는 매대를 놓고 그 앞으로 이중 셔터를 설치한 곳이 눈에 띄었다.
통로 양쪽에 좌판 등이 널브러져 있어 소방차가 제때 진입하기는 어려운 구조를 보였다.
비단 이런 문제는 전통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골목길 불법 주정차로 인한 화재사고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주택 밀집지역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광주 서구 개산마을 내 도로 역시 도로 폭이 5m 안팎인 도로가 많고 여기에 불법 주·정차까지 뒤엉키면서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했다.
통상 높이 4m, 폭 2.5m, 길이 13m인 소방 사다리차는 최소 도로 폭이 3.25m, 회전 반경도 9m 이상 확보돼야 한다. 물을 급수하기 위한 펌프·탱크차 역시 높이 2.8∼4m, 폭 2.5m, 길이 6∼13m로 최소 도로 폭이 3.25m, 회전 반경은 6.4∼9m)이 확보돼야 원활한 화재진압에 나설 수 있다.
공동주택 내 주차장에 그려진 소방차 전용 구획선 위로 무분별하게 주차하는 차량도 재빠른 화재 진압을 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상황은 공동주택이 지어진 연한과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일선 소방관들의 설명이다.
지어진 지 오래된 공동주택의 경우 확보된 주차공간이 워낙 적어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이 유명무실화 되고,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공동주택은 주민 편의시설 및 녹지공간 확보 등을 이유로 관련 주차구역을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골든타임 확보 71%…‘물적손실보상’ 조례 현실화 시급
통상 화재는 안전불감증 탓에 발생하고 여기에 시민의식 부재가 맞물리면서 피해를 키운다.
지난해 66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5년 13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는 안전불감증과 시민의식 부재가 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 사례 모두 좁은 도로 양 옆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광주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923건.
이 중 골든타임 내 119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한 건수는 71%인 656건(3분 이내 303건·5분 이내 353건)으로, 나머지 167건(10분 이내 195건·20분 이내 72건)은 골든타임을 훌쩍 지난 뒤에 현장에 도착했다.
일선 소방관들은 취약 건물 밀집지역과 좁은 도로, 불법 주·정차 문제, 진로 방해 차량 등이 골든타임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국적으로 소방차 양보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지난 2013년 48에서 2014년 124건, 2015년 218건을 거쳐 지난해 253건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사실 긴급하게 출동한 소방차의 통행을 막거나 소방 활동에 방해되는 주·정차 차량의 ‘제거’ 또는 ‘이동’은 소방기본법상 현재도 가능하다.
현행 소방기본법 제25조(강제처분 등)에는 소방자동차 통행과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차 또는 정차 차량, 물건 등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으며, 시·도지사는 강제처분 등으로 입은 손실을 보상해야 하지만, 불법 주차 차량이 소방차 통행과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됐다면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돼 있다.
‘제거’, ‘이동’의 사전적 의미를 되짚어 볼 때 소방차의 긴급한 통행이 필요할 경우 차량 훼손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부 광역자치단체는 자체적으로 주차 차량 제거·이동에 따른 물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상 기준도 마련했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11월 서미정 광주시의원이 발의한 ‘재난현장활동물적손실 보상 조례안’ 이 본회의에서 의결돼 앞으로 소방관이 화재 진압이나 인명을 구조하다 생긴 물적 피해를 보상할 제도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제정된 조례는 광주시 소속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이나 구조·구급 등 재난현장활동 중 타인의 재산에 물적 손실을 끼쳤을 때 그에 대한 보상을 광주시에서 책임을 지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례가 소방관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민간인이 청구한 보상 금액을 심의·의결할 손실보상심의위원회가 가동돼야 하는데 아직 광주는 이 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아서다. 즉, 근거는 있지만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 같은 조례가 제정돼 있어도 주·정차 차량을 치우는 것에 선뜻 나설 수 없다는 게 일선 소방관들의 전언이다.
▲소방법 개정안 등 처리 속도…"결국 시민의식이 좌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계기로 그동안 국회에 계류돼 있던 소방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처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참사 발생 20일 만인 지난 10일 소방안전 관련 법률안 5건을 처리했다. 통과된 5개 법안은 소방기본법과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다.
먼저 소방기본법은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하는 경우에는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전용구역 진입을 가로막는 행위도 금지토록 했다.
소방산업진흥법은 화재현장에서 소방장비의 고장 없이 안전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소방장비 기술점검과 운용교육을 하도록 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법’은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안전관리자와 보조자에 대한 실무 교육 실효성 재고를 위해 실무교육 이수를 안 한 소방안전관리자와 보조자에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이처럼 화마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 법안 처리가 속속 이뤄지면서 이제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의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입은 모은다.
광주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국내 안전문화의 현실"이라며 "긴급을 요하는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이 사라질 수 있도록 범 사회적 차원의 의식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2026.10.23 (금) 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