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날것 그대로의 은갈치떼 파닥거림 ‘생동하는 숲의 기운’ 자연이 주는 선물

[문득 여행] 제주 산굼부리·사려니 숲길

산굼부리, 억새 물결…백록담 보다 더 큰 분화구 장관
사려니숲길, 하늘가린 비자림로…살아있는 숲의 전형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19년 01월 06일(일) 18:02
제주도에 가는 일은 늘 즐겁다. 육지에서 각박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필자에게 제주는 그리운 곳이다. 아예 이사를 해 살고 싶을 정도로 이상적 공간이다.
매번 방문 때마다 제주도는 만족도가 높았다. 매일 매일 킬링 같은 삶을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힐링지로서 최고라 말할수 있다.
특히 자연 공간들은 제주만 가지고 있는 지리적이고, 풍토적인 특성 때문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바닷가 커피숍이나 찻집, 레스토랑의 분위기 역시 육지에 비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다. 여기다 심신을 다독일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제주행은 후회가 거의 없다.
제주에 오면 차량을 렌트해 골목골목을 누비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코스 같은 공간들 중 여전히 가보지 않은 곳이 넘친다. 여러 차례 제주를 찾았지만 그때 그때마다 제각각 다른 목적으로 찾다보니 미처 빠져버린 공간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제주행에서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소재 산굼부리(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제263호)나 제주시 봉개동에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이르는 구간에 분포한 사려니 숲길, 그리고 제주시 도두항 같은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11월의 제주는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하늘은 푸르고 드높았다. 서귀포에서 1131도로를 타고 한라산으로 들어가는 내내 그곳의 벌겋게 타오르는 듯한 단풍에 빠져들었다.
물론 운전이 신경 쓰이기는 했으나 운전하는 동안 틈틈이 눈으로 스캔을 하며 연신 감탄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한라산 안으로 들어갈수록 도로는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을 거듭했다. 우리네 인생도 한라산 산간도로처럼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하며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닐
까 싶다. 가을 한라산의 품은 크고도 아늑했다. 잠시였지만 ‘저 하늘처럼 푸르고, 드높은 꿈을 꾸며 가라’고 기원하기도 했다.
몇년만에 들러본 성판악 휴게소는 단풍철이어서 그런지 인근 도로 모두 차량들로 빽빽히 들어차 있었다. 잠시 쉬어갈까 하는 생각을 접어야 했다. 도저히 주차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성판악을 지나쳐 사려니 숲길로 내달렸다. 사려니 숲길로 가기 위해 우회전해 다시 달렸다. 비자림로는 운치를 더했다.
아직 미지의 공간 같은 곳이었다. 10여회 넘게 방문했지만 이 비자림로는 처음이었다. 푸르고 드높은 하늘과 하늘 향해 까치발 딛고 서있는 비자림로는 마치 그림 속 풍경 같았다. 이럴 때 "이거 실화냐" 하고 말을 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상 산굼부리를 먼저 보고 사려니 숲길로 돌아오기로 해서 비자림로를 지나쳐 산굼부리를 향했다.
이곳에도 허와 호, 하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많았다.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행락철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내국인만 있는 것은 아니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뒤섞여 산굼부리의 절경에 취해 있었다. 길이 650m, 둘레 2㎞, 깊이 140m에 이르다보니 한
라산 백록담보다 더 넓고 깊다고 한다. 산굼부리를 보기 위해 산자락을 오르는 동안 드넓은 억새 물결과 마주했다.
산굼부리를 먼저 만나기 전에 자연이 주는 선물 같았다.
이렇게 넓은 억새밭은 생전 처음 접했다. 햇빛들 사이로 억새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와 몸을 뒤집으며 눈에 들어오는 반짝거림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억새들의 흰 반짝거림은 마치 날것 그대로의 은갈치떼 움직임 같았다. 한라산을 향해 가는 듯 했다. 핸드폰을 꺼내 카톡용 사진들도 부족하지 않게 넉넉하게 찍었다.
때로는 억새밭 전경을 잡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밀어내면 저 멀리 한라산이 해지는 오후,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앉아 조는 듯 보였다. 정상에 오르자 데크로 닦여진 곳에 다다르자 아득한 분화구가 펼쳐졌다. 원형의 분화구는 매우 넓어 보였다. 자연이 어떻게 저런 원형의 분화구를 빚어냈을까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곳에서 영화 ‘연풍연가’나 SBS특별기획 ‘결혼의 여신’ 등이 촬영됐다고 하니 아름답고 오묘하기는 하나 보다는 생각이 스쳤다.
엄청 많은 인파들을 뚫고 산굼부리의 여운이 채 가기도 전에 다시 사려니숲길을 향했다. 산굼부리를 나오면서 사려니숲길의 주차가 걱정이 됐다. 그 인근에 주차가 거의 불가하다는 것을 알아서다. 우선 주차공간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다 숲길 안쪽으로 가니 오솔길처럼 나있는 공간에 차 몇대가 주차돼 있었다. 너무 멀리 가기에는 부담이 돼 몇번이고 후진을 거듭해 겨우 주차를 했다. 숲길 입구로 가는 동안 하늘 가린 비자림로의 매력에 푹 빠졌다. 활엽수림과 달리 비자림은 침엽수인데다 잎사귀가 한여름의 푸른 색감과 거의 별반 차이없어 ‘생동하는 숲의 기운’을 그대로 전해받을 수 있었다. 사려니숲길 입구에 다다를 때까지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른다. 차들이 쌩쌩 통과해 애를 먹었지만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려니숲길은 제주특별자치도와 국립산림과학원이 수십년 간 정성을 들여 가꾸어온 시험림이라고 한다. 제주 올레길이 바다를 걷는 길이라면, 이 숲길은 숲을 보며 걷는 생태트레킹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숲과 오름, 계곡의 조화를 한꺼번에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차단해 완벽하게 보전해온 해발 500m 안팎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원시림이다.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에 이르기까지 15㎞ 구간의 숲길을 말한다.
완만한 평탄지형으로 주변에는 물찻오름, 말찻오름, 괴평이오름, 마은이 오름, 거린오름 등이 분포하고 있으며, 졸참나무와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살아있는 숲의 전형을 보이는 듯 했다. 15㎞ 구간을 거닐며 확실한 힐링
을 꿈꾸었으나 일정 때문에 숲길의 초입을 걷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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