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답게 불타다 미련없이 서해바다로 몸을 숨겼다 [문득 여행] 영광 백수해안도로 ‘노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 2019년 02월 12일(화) 17: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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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많은 시간을 뺏기지 않으면서도 심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었으면 더더욱 좋겠다는 생
각을 했다. 갑작스럽게 가도 부담스럽지 않을 한 곳이 떠올랐다. 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였다.
백수해안도로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여정이 되겠지만 여태 제대로 보지 못한 ‘노을’을 정성껏 맞아봐야 겠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드라이브에 현혹되지 말고 진득하니 기다려 ‘노을’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을 ‘노을’이라 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그렇다
는 것이다. 아침 나절 노을은 필자에게 신산하고 생경한 기운을 안겨줄 때가 많았다. 실제 아침에 노을을 본다는 것은 삶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올빼미형 인간’에 가깝다보니 모든 게 해질 무렵 전후가 더 좋다는 느낌이다. 일 하는 스타일 역시 학창 시절 빼고는 미리 하기보다는 곰삭아질대로 삭아지게 해서 후다닥 후다닥 해치우는 습성을 갖고 있는 것도 이번 여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리라.
‘마감인생’을 살고부터는 더더욱 이런 습성이 강해진 듯하다. 이제 새벽에 해를 맞는다는 일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를 잊어 버렸다. 오히려 해가 스멀스멀 지는 석양 무렵에 더 마음이 움직이는 듯하다. 아쉽지만 대개 아련한 그 무엇
이 좋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필자에게는 산보다는 바다가 훨씬 더 운치있게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다.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구불구불 해안도로만 보고 돌아갔던 기억만 저장이 돼 있을 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꼽혔다는 대외적 명성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백수해안도로는 백수읍 백암리에서 대신리를 거쳐 길용리에 이르기까지 16.8km 구간에 걸쳐져 있어 드라이브 하기에 적격이어서다.
특히 평일 드라이브는 한적하기까지 하다. 중국에 가닿을 것 같은 칠산 앞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바다가 끌어내리려고 손을 뻗치고 있는 해안에는 바다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힘을 주고 있는 길이 바닥에 바짝 붙어 있다. 마치 뱀이 구불구불 산길을 미끄러져 가는 듯하다.
하지만 백수해안도로에는 해안도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안절벽을 비롯해 모자바위와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이 다이나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고, 외롭게 서 있는 암초와 칠산도, 안마도, 송이도 등이 칠산 앞 바다에 점을 찍고 있어 여행객들의 감성 지수를 자극하고도 남는다. 해안도로가 일품인 이유인 셈이다. 광주에서 가까운 것 또한 매력적이다.
여기다 인근에는 해안도로의 대표적 문화시설의 한 곳인 노을전시관, 해안로를 따라 언덕 진 곳을 아슬 아슬하게 따라 걸어볼 수 있는 데크 산책로, 365계단, 영광해수온천랜드 등이 자리해 둘러보는 재미를 더한다. 한 이태 정도 됐을까. 어찌됐든 그 안팎으로 됐을 것 같다. 각종 공사현장으로 인해 산만한 느낌을 지을 수 없던 곳이 이곳 해안도로였다. 그래서 한동안 발길을 끊었는지 모른다.
지금 백수해안도로는 펜션과 커피숍, 민박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아울러 우후죽순 건축물이 들어선다면 해안도로는 망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해안도로의 전체적 밑그림을 그려놓고 어떤 특색의 해안도로로 만들어갈 것인지를 고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보였다.
차 한잔 마시고 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이곳 해안도로 일대다. 절경 하나로도 충분해서다.
그러나 차 한잔 마시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빠져나갔다면 백수해안도로를 제대로 못본 것이다. 그곳에 왜 전국 유일의 ‘노을전시관’이 있을까를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답을 찾았을 것이다. 이곳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노을’이다. 아침 나절에 노을과 함께 할 수 없는 처지로 해가 떨어질 때를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노을전시관 옆 바다로 내려가는 데크와 등대가는 길, 또 전시관 1, 2층이 노을을 바라보는 포인트다. 필자는 주차장 끝자락 데크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왠지 카메라에 노을을 담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선택한 법성포 장어집에 들러 오후 4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벌써 노을 시간이 다가왔다. 마음이 급해졌다.
다시 노을전시관으로 서둘렀다.
이날 일몰은 오후 5시46분이었다. 영광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로 진입하자 일몰까지 10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구름 속으로 해가 숨었다. 노을이라는 것이 구름에 가리워진 게 훨씬 운치있고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진짜 구름 속에 숨을까 싶어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주차하자마데크를 타고 아래로 내달렸다. 겨우 자리를 잡고 해가 지는 서해 노을과 대면할 수 있었다. 등대와 어우러진 노을은 순식간에 주변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
노을은 가장 젊은 혈기의 우리네 삶을 빼닮았다. 짧지만 가장 붉게 타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해저물녘 노을은 하루의 황혼이었을텐데 아름답게 불타다 미련없이 서해바다로 몸을 숨겼다. 아스라이 사라질 수 있다니 질척거릴 때가 많은, 끝이 서툰 삶이 복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참 정신을 잃고 보다가 절벽 위 노을 전시관 쪽으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봤더니 먼 하늘에 달이 떠 있었다. 달
도 어둠이 내리기 직전의 노을이 궁금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노을 보러 가는 길에 ‘밀재’를 들렀다. 밀재 아래로 새로운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모두 밀재를 통해 영광에 들어가곤 했다. 유년 시절과 젊은 시절에 가본 뒤 잊혀졌던 밀재
를 둘러보았다.
밀재도 세월의 풍상을 비껴가지 못한 듯 낡은 채 남루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도 드물었다. 급변하는 세상은 때론 추억에 생채기를 남기곤 한다. 씁쓸한 마음으로 전망대에 올라 해보와 월야의 풍경을 내려다 보았다.
한눈에 들어온 풍경으로 인해 잠시 답답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어둠이 내려깔린 백수해안도로를 떠나 올때 광주로 향하다 잠시 영광성당에 들렀다. 밤인데도 유럽풍의 건축물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이날 노을 끝 페이지에 추가해 두었다.

2026.10.26 (월) 02: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