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6시, 광주의 현재를 기록하다

[이사람] 페이스북서 6년째 광주 알림이 활동 택시기사 한진수
2013년부터 페이스북 사진 게재…2400개 넘어
무등산·극락강 풍광·사라져 가는 일상 등 포착
"전시회 여는 게 꿈…훗날 역사적 자료로 남길"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19년 04월 24일(수) 17:44
(2019년 3월호·제70호=박세라 기자) 봄기운이 찾아든 임곡의 들녘,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의 골목, 대목을 앞둔 송정5일장의 북적임, 황룡강을 산책하는 시민들, 활기 넘치는 아이들의 하굣길 등 그가 포착해 온 광주 곳곳의 살가운 풍경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6년의 시간 동안 꾸준하게, 성실하게 기록해 낸 우리네 삶이다.
그의 하루는 이 기록들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침 6시가 채 되기도 전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진들을 업로드 한다. ‘아름다운 광산’이라는 타이틀로 올라간 사진이 1400개가 넘어섰고, ‘빛고을의 심장 으뜸 서구’는 500개, ‘빛고을 광주’로는 300여개에 달한다. 사진 올리는 일은, 6년간 단 하루도 빠트리지 않았다. 보통의 뚝심으로는 안 될 일이다. 누구보다 광주를 사랑하는 자, 택시운전사 한진수씨 이야기다.
그는 자신을 자칭 광주문화관광 홍보대사라고 소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씨는 광주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없다. 발로 뛰면서 광주의 면면을 담아왔으니, 그 머릿속엔 광주 지도가 떡하니 박혀 있을 터다.
"택시 트렁크에는 늘 카메라가 담겨있어요. 늘 카메라와 붙어있죠. 이틀 일을 하고, 하루 쉬는 날이면 광주를 돌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저의 주 무대인 광산은 3일에 한 번 한 바퀴 안 돈 적이 없죠. 그러면서 마주한 풍경을 사진에 담아냈어요. 제가 포착한 것들 중엔 지금은 사라져 버린, 이제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늘고 있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연히 소멸되는 것들을 기록으로나마 건져냈을 때 뿌듯한 마음이에요."
사실 사진을 찍고, 매일 매일 업로드 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들고 나면서 사진은 찍는대도, 이 중 좋은 것을 꼽아 SNS에 올리는 것은 꽤 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타임라인은 한결 같다. 몸이 아픈 날에도, 외국에 나가있을 때도, 심지어 집안에 상을 당했을 때마저 한씨는 사진을 넘버링 해 올렸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군 생활 30개월을 빼곤 줄곧 광주에 머물렀습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후에는 그 마음이 강해졌어요. 나는 절대로 광주를 떠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죠. 광주는 제게 그런 곳이에요. 아픈 상처인 동시에 꼭 보듬어내고픈 도시죠. 이 같은 광주를 향한 애틋함이 제게서 카메라를 들게 하는 힘 같아요. 내가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광주를 기록하는 중이예요. 그렇게 찍은 자료의 양은 정말 어마어마하죠."
2013년 처음 시작할 때 그는 먼저 광산을 다루기로 했다. ‘빛고을 광산을 알면 광주가 보인다’는 그의 프로젝트 이름처럼 광주의 면적 절반은 광산이었다. 또 자연 생태계가 그나마 많이 남아있어 그를 가장 설레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택시운전사 한진수씨가 SNS에 올린 사진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기 시작하자, 덩달아 마음도 급해졌어요. 재개발의 미명아래 광주는 광주다움을 잃고, 아파트 숲으로 변하고 있었으니까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너무나 안타까웠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남아있던 마을이, 골목이, 사라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참 허탈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먼 훗날, 100년 후 광주의 모습은 어떻게 남아있을까’란 고민을 했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개인 SNS에라도 자료를 축적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가 하는 일은 일종의 ‘아카이빙’인 셈이다. 벌써 광산의 60%는 기록을 완료했다. 광주의 면적 절반가까이가 광산임을 감안했을 때 그의 프로젝트가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이제 남아있는 게 북구와 남구예요. 남구는 50% 가까이 돌아보았고 북구는 현재 공부 중이죠. 지역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사진이 빈약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계림동, 우산동, 신가동 등 재개발에 들어간 지역들을 주력으로 촬영 중입니다. 사라지면 영영 볼 수 없는 모습이니까요."
한씨는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꼽는다. 그의 페이스북을 죽 훑어가다 보면, 철마다 표정을 바꾸는 계절의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극락강변에 자리한 풍영정, 호가정에서 바라본 무등산, 봉황산, 백마산의 절경들을 볼 때 마다 감동이 전해져요. 사진이란 게 그날, 그때, 그 빛이 아니었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없는 예민한 매체이기 때문이죠. 서창의 억새와 한낮의 한가로움이 전해지는 황룡강의 산책길을 바라다보면 광주가 참 아름다운 도시임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다 사람 사는 냄새 나는 사진들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운암2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국제미용실’에는 파마를 말고 있는 어머니들의 미소가 담겼고, 송정5일장에서는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대장간의 뜨거운 일상이 포착됐다. 겨울 무를 캐던 임곡의 무밭에서 새참을 먹던 농부들의 즐거움이 전해졌고, ‘시내’로 나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모습도 뷰파인더 안에 들어왔다.
택시 ‘영업 중’에도 사진에 관한 한 촉수를 열어둔 결과물들이다. 매일 아침 그의 사진과 이에 덧붙인 글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24시간 하루를 살아간다고 해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그 시간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믿어요. 앞에 나와서, 어딘가에 올라가서 광주를 알려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처럼 저만의 방식으로 묵묵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죠. 저의 SNS를 보는 사람들 뿐 아니라 저의 택시를 타는 승객들도 마찬가지예요. 목적지에 동행하면서 제가 아는 광주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죠. 아주 어린 학생들부터 어르신들, 광주 시민들부터 머나먼 타 지역의 사람들에게 까지요. 광주의 숨겨진 매력을 알리는 일은 자그마한 택시 안에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더라고요."
오래 카메라를 들어온 사람으로서 욕심나는 일은 있다. 바로 지금껏 결과물들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선보이는 일이다.
"SNS에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지만 미완이라는 생각입니다. 온라인의 특성상 시간대별로 게재된 게시물이 남아있을 뿐, 한 눈에 조망하기는 어렵잖아요. 어등산이면 어등산, 정자면 정자. 이렇게 한 공간에서 주제별로 펼쳐놓고 싶습니다. 하나 하나 털어가면서 완성하고픈 마음이에요. 이미 콘텐츠는 있으니,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료들을 꼽아서 많은 시민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죠."
한씨의 바람은 명료하다. 그가 남긴 기록들이 훗날 역사적으로 귀한 자료로 활용 되는 게 그것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킵니다. 누군가 기록하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되죠. 광주를 사랑하는 마음.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 노력들이 필요한 때가 된다면, 기꺼이 내놓을 작정이에요. 오늘도, 내일도, 또 앞으로 무한히 맞을 아침 6시의 일상엔 변화가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꾸준하게 또 묵묵하게 해나갈 거니까요."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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