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제73호=고선주 기자)"광주는 이번에 처음 방문했는데 대개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광주중외공원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지산동 법원과 조선대, 광주극장 등을 둘러봤지만 광주에 오기 전부터 이미 5·18광주민중항쟁을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광주는 역사적으로 슬프지만 중요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죠. 광주에 오게 된 것은 행운인데, 더 알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광주시립미술관과 대만 타이페이 아트 빌리지와의 교류프로그램에 따라 5월말까지 중외공원에 머무르며 작업을 펼친 개념적 복합예술가 웨이쉰옌(34·Wei Hsinyen)은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스 스튜디오 입주활동 60일을 앞두고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사진과 영상, 퍼포먼스로 작품을 구현해온 그는 ‘워킹 프로젝트’(Walking project)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간의 문제를 탐구해 독창적 세계를 개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참신한 시도라는 평이 미술계로부터 뒤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는 먼저 ‘워킹 프로젝트’의 메시지부터 설명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나눈다는 차원이에요. 시간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걷는다는 게 일상적이고 편안하며 평범하게 이뤄지는 것이지만 지인과 제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이라 할지라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이뤄진다고 봐야죠. 걷기는 오히려 시간을 나누는 가치가 있는데다 제 자신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안겨주고 있어요.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스 입주작가인 양나희, 조은솔, 미하엘 그루젯스키, 웨이쉰옌(왼쪽부터)

그는 ‘워킹 프로젝트’가 자신의 대표 작품이 맞지만 모든 작품 중 대표작이라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대표작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진행해온 작업이 별개의 내용을 담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장소, 상황, 시간을 나눈다며 연속선상에서 바라보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 프로젝트에 대한 보관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걸으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글을 다이어리에 기록하거나 편지를 써서 참여자들에게 보내주기도 했고, 그 사람의 상징이 될만한 물건을 받아 전시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기록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고심으로 읽혔다.
모호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그는 사진을 줄곧 찍어왔는데 그 프레임 속 이미지가 궁금했고, 그 이미지를 좋아했다고 한다. 비디오 역시 자신의 작업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장르로 바라본다.
여기다 실행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좋아하게 됐다는 점 또한 잊지 않았다.
이를테면 공공장소에서 실행을 하게 되는데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퍼포먼스를 선택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됐다.
아울러 그는 광주에서의 경험을 추후 작업에 반영하고 전시를 열어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떤 작가로 평가받고 싶고,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진실의 의미를 상세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갈무리했다.
"여기서 진실은 여러 예술가나 보통 사람들에게 예술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100% 전달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죠. 어떤 주제나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감없이 100% 진실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진실되고 진중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웨이쉰옌은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 대학원에서 퍼포먼스를 전공했으며, 2017년 8월 포르투갈과 그해 10월 일본 가나자와에서 입주작가로 활동을 펼쳤다. 서울과 부산은 방문한 적이 있으며, 이번 광주 입주는 해외에서의 세번째 입주활동이다.
뉴욕 퀸즈미술관과 퀸즈 보태니컬 가든, 런던의 리치 믹스, 시애틀 현대미술센터, 시카고 엑스포,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등에서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올초 대만에서 프로젝트와 관련된 키워드에 걸맞는 아티스트 4명을 선정, 전시를 열었으며 ‘스몰 투어’(small tour)를 진행했다.
그는 3월14일부터 광주에 머물며 작품 구상과 활동을 펼치다 지난 5월30일 대만으로 돌아갔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