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자리한 골목에 예술 향기…주민들 문화 소통·향유 역할

[창간 특집_컬처트렌드] 가정집 개조한 예술공간
2층 양옥 매입 개조 ‘라라갤러리’
동네 ‘작은 미용실’ 전시공간 변신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19년 09월 05일(목) 18:55
예술공간 집

(2019년 7월호 제74호=고선주 기자) 가정집(한옥·양옥)을 개조한 예술공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정집을 개조한 예술공간들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있지 않을만한 골목에 자리하고 있어 주민들의 문화소통과 향유의 공간을 지향, 예술적 소외를 해소하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 예술작품을 접할 수 없는 곳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골목 골목에서 이뤄지는 전시회는 예술이 시내 문화공간들에서만 구현됐던 한때의 흐름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한때 예술의거리를 중심으로 전시회가 소통되던 흐름도 있었지만 가정집을 개조한 예술공간들은 일상의 공간에 자리하면서 정형화된 미술공간이 주름 잡던 전시문화의 균열을 반증하고 있다. 지역이나 공간의 획일적 흐름 대신 현시대의 개성이 투영되고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예술공간들로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듯하다.
성냥갑 같은 건물로 지어지는 미술관이나 그 안에 세들어 있던 미술관의 외형에도 변화가 가해지고 있다. 이를테면 전통 한옥을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면서 2017년 11월 광주시 동구 제봉로 158번길 11-5(장동)에 문을 열었던 예술공간 ‘집’ 같은 곳은 기존 미술공간의 틀을 깼다는 평이다. 한옥 가정집이 미술공간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예술공간 집보다 3개월 뒤인 지난해 초 광주 동구 밤실로(산수동)에 자리한 산수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장민한 교수(조선대 미술대 시각문화큐레이터과)가 점집으로 사용된 가옥을 매입, 문화공간화했다. 이 미술관은 40년된 2층 가옥을 개조한 것으로 현재도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광주 동구 지산동 푸른길 소재 ‘신시瓦(와)’가 2013년 5월 문을 열고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기도 했다. 1969년 지어진 아담한 한옥을 활용한 신시와는 광주롯데갤러리 큐레이터와 ‘2008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 총감독 등을 역임한 박성현씨가 광주 동구 지산동 푸른길 소재 한옥을 매입해 1년여 준비 끝에 문을 열어 운영됐다.
라라갤러리

송정동 소재…커피 마시며 작품 감상 문화소통 호응
청년작가들에 기회…조선대 미술학과 그룹전 진행

이런 가운데 아예 미술공간이 전무한 골목에 갤러리가 문을 열고, 매월 전시회를 열어 전시문화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광산로 19번길 24(송정동 837-19)에 자리한 ‘라라갤러리’와 광주 청춘발산마을 소재 옛 ‘언덕미용실’ 같은 곳이 대표적 가정집을 개조한 갤러리들로 꼽히고 있다. 이들 예술공간을 소개한다.
먼저 광산구청 뒤쪽에 자리한 라라갤러리는 양옥집 두채를 매입해 그중 한채를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다. 본관과 갤러리동으로 이뤄졌다. 본관에는 베이커리와 음료 생산시설, 카페, 루프탑(rooftop·옥상)으로 구성됐고, 갤러리동은 전시공간과 카페가 융합된 형태다. 라라브레드 송정점에 속한 라라갤러리는 사회사업가인 강호동씨(현 대표)가 사비를 들여 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이 갤러리는 가정집을 개조해 미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는 점에서 예술공간 ‘집’과 닮아 있다. 2018년 7월께 갤러리에 대한 구상이 시작됐고, 그로부터 3개월 뒤 개관 첫 전시를 열게 된다. 그해 10월 김유나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 것이 개관전으로 갤러리의 출발을 대내외에 알렸다. 라라갤러리는 강 대표의 미술에 대한 오랜 관심이 현실화된 곳으로 차도 마시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강 대표는 광주 본점 외에 서울 잠실과 한남, 공릉 등 3곳에 지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라라갤러리는 송정역 인근 사립 갤러리가 부재한 2층 양옥 매입 개조 ‘라라갤러리’가운데 존재하는 유일한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모든 전시가 초대전 형식으로 열리고 있으며, 청년 작가들을 위해 대관료 없이 운영, 호응을 얻고 있다. 굳이 지역만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게 전시를 총괄하는 정희운 기획팀장의 설명이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출생의 라종민 작가 전시회(6.1∼26)가 진행됐다. 라 작가의 작품전은 줄곧 광주·전남 작가들의 전시회를 탈피하는 첫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이 전시에 이어서는 조선대 미술학과 2학년생들의 그룹전(6.26∼7.8)이 진행 중이다. 이 그룹전은 보통 한달동안 열던 전시를 6월의 끝 자락과 7월초에 걸쳐 마련했다. 이는 전시기간 한달이 아니더라도 자투리 기간을 활용해 마련한 것이다.
정희운 기획팀장은 "그동안 채색화 작품을 많이 선보여 왔는데 고객들이 음식을 먹고 하니까 작품 훼손 등 고려돼야 할 것들이 많았다. 라라갤러리는 작가들의 편의를 중심으로 전시기간 한달을 보장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주민들에게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덕미용실’

청춘발산마을 옛 ‘언덕미용실’ 15평 규모 리모델링
매월 신진작가들에 기회…지구발전오라와 연계도

또 한때 여성들이 마을 사랑방으로 이야기꽃을 피웠을, 허름하고 퇴락한 동네의 작은 미용실이 전시공간으로 탈바꿈됐다.
광주 청춘발산마을에 자리한 옛 ‘언덕미용실’이 그곳으로, 15평 규모이지만 청년들의 다양한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을 위해 2016년부터 활동을 펼쳐온 문화예술대안공간인 아우라팩토리(대표 박세라)가 주도해 전시공간을 주도했다.
광주 서구가 청년단체들에 예술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비어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가능해졌다. 언덕미용실은 그동안 방치돼 미용실의 분위기가 많이 흐트러졌지만 일부 남아있는 바닥 타일을 살리면서 미용실의 옛 분위기와 자취를 잇는 등 장소적 맥락을 복기하면서 복원해냈다.
올해 1월부터 공간 구축을 위해 착수한 가운데 최소한 전시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해온 것이다. 올해 말까지 오래된 양옥 형태인 미용실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을 진행하되, 정적인 공간보다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전체적인 콘셉트를 찾아간다는 복안이다. 방문객들이 미용실 자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그 흔적을 모두 없애기보다는 이를 살려 공간의 흐름을 이어갈 요량이다. 그래서 연말까지는 리모델링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전면적 리모델링 대신 최소한의 예술공간으로 변화를 꾀하는 이면에는 기존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 정형화된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이거나 전시회를 여는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작품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열리는 전시의 콘셉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도 그 이유의 하나다.
라라갤러리 내부

이 전시공간 옆에는 2015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인예술시장을 연고로 활동하다가 올해 발산마을로 옮겨온 대안공간 ‘지구발전오라’(공동대표 김탁현·김영희)가 자리하고 있다. 지구발전오라는 전시와 레지던시 공간 등 두 개의 축으로 활동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여 아우라팩토리는 향후 사안별 연계를 시도할 예정이다.
당분간 단체명을 전시공간 명칭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아우라팩토리는 전시공간 콘셉트를 잡아가는 과정 중에 전시를 마련했다. 지난 6월5일부터 18일까지 청년작가 3인의 작품전 ‘발산마을 아트뷰티샵’이 그것이다.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의 하나로 마련된 전시에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관한 욕망을 탐구한 박기태 김성결 이반석씨 등 3명의 청년작가가 출품해 작품 20여점을 선보였다.
아우라팩토리 관계자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번 전시처럼 향후 전시를 열면서 콘셉트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전시에 관한 방향을 잡아나가면서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을 마무리할 것이다. 전시공간 명칭은 더 좋은 명칭이 생기면 바꾸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당분간 단체명을 전시공간 명칭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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