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일출과 조망이 실화일까 [문득 여행] 바다 위 불심 안면도 안면암 부상탑
시멘트 산길 한참 이동 거대한 불상과 7층 대탑 ‘한눈에’
여우섬과 조구널섬 사이 미니 법당 ‘부상탑’ 대중들 압도
부교, 세상의 중심 잡으며 흔들리지 말고 살라는 가르침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2019년 10월호 제77호=고선주 기자)불국토(佛國土)는 아마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 까. 부처님이 계시는 국토 또는 부처님이 교화하는 국토를 ‘불국토’라 하는데 생전 이런 데는 처음 접했다. 일전에 부 산을 방문해 해동용궁사를 들렀었다. 그때 이곳이 불국토 가 아닐까 했다. 그런데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꼭 그런 불국토를 만났다. 안면도에 대한 기억은 늘 새롭다. 방문할 때마다 실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지도를 폈다. 첫 눈에 봐도 규 모가 있는 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도가 90.0㎢인 데 안면도가 113.5㎢이니까 작지 않은 섬이다. 국내에서 여섯번째로 크다고 한다. 여행기를 여러 차례로 나눠 작성 할 수 있을 만큼 섬의 스토리는 차고 넘친다. 지난해 10월호에서 할미 할아비 바위 일몰을 포함해 꽃 지해수욕장 풍경과 최남단 영목항을 다룬 바 있다. 미친 풍경들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찾은 안면도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먼저 안면암 의 기억을 정리해본다. 안면암을 둘러본 사람들이라면 불국토라고 한 이유를 미루어 짐작했을 터다. 지극히 정당한 느낌이지 않을까 했 는데 안면암의 주소가 안면읍 정당리라는 것을 알고 살짝 미소가 터져나왔다. 안면암을 찾아가는 길은 산길을 감내 해야 한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지방도로가 아니다. 산길을 넘고 넘어 시멘트길 좁은 도로를 타고 가야만 만날 수 있 다. 어느 정도 근접하면 거대한 불상이 고개를 내밀고 사부 대중들을 맞는다. 안면암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7층 대 탑도 질세라 까치발을 딛고 서있다. 웅장하다. 하지만 고 풍스런 맛은 덜했다. 규모면에서는 압도하고도 남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17교구 본사 금산사의 말사로, 1998년 지어진 사찰이다. 천수만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하다 보니 역사는 짧지만 안면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누구 가릴 것 없이 한두번은 들르는 필수코스가 될 법 했다. 사찰은 무량수전과 산신각, 용왕각, 나한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건축미학적으로 분석하고 따져볼 가치보다는 바다 일 출과 조망이 전국 사찰 중 몇 손가락 안에 들만큼 아름다웠다. 실화일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건축미학적으로는 아 직 역사가 짧아 뭐라 할말이 없다. 여기다 이 사찰이 진짜 유명해진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여우섬과 조구널섬 사이 미니 법당인 부상탑 때문일 것이 다. 부상탑은 탑을 안고 있는 미니 법당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섬과 섬 사이에 자리해 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가 까이 가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법당이 있는 부상탑에 갈 수도 있고,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 7층 대탑(왼쪽)과 불상(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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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방문한 날,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해가 기운 오후에 도착하다보니 바다에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튼튼 한 교각이 아닌, 배나 뗏목 따위를 잇대어 매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서 만든 다리인 부교(浮橋) 길을 따라 바다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마치 바다로 놓인 산책로 같았다. 바다로 놓인 둘레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교 지지대(기둥)에는 불법이 새겨져 있었다. 그 글귀 하나, 풍경 하나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 출렁거려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는 듯했다. 출렁거리는 부교에서 몸을 가누려다보니까 불법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세상 중심을 잡으며 흔들리지 말 고 살아가라’는 부처님의 무언의 가르침이 적혀져 있는 것 으로 받아들였다. 용케 그날 불법 몇 문장을 카메라에 담 아 되새긴 것은 행운이었다. 한발 뗄 때마다 출렁 출렁 몸이 흔들린다. 처음에는 중 심 잡기도 힘들었다. 실제 삶도 이것만큼이나 흔들릴 때 여러 차례 있었지만 넘어지지 않고 헤쳐나온 점은 칭찬해 주고 싶다. 필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물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고 있을 때여서 부상탑까지 갈 수 있을 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부교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자 바 다 물이 들어차고 있어 그냥 내려설 수는 없었다. 폴짝 뛰어 운동화와 양말, 바짓가랑이가 젖는 것을 피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부상탑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부상탑 가까이 가자 무섭게 바다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바지를 걷어 올린 채 물에 적실 각오를 하지 않 는 한 작은 법당에 올라설 수 없을 정도였다. 물살은 왜 저 리 성급했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빨리 길을 지워버렸다. 부상탑에서 부교 끝자락까지 200여m 되는 거리였는데 아예 부교까지 가라앉을까 싶어 서둘러 사진 몇컷 찍고 부 랴부랴 뛰어나와야 했다. 물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길을 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법당에 발도 올려보지 못한 채, 산으로 치면 하산을 해야 해 아쉬움이 컸다. 좀 더 서 두를 걸 하는 후회감이 들었다. 손에 잡힐 듯 했으나 바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절에서 나오는 길에 안면암 입구에 자리한 꽃피는 절도 바라보면서 불국토를 떠났다.
그날 흔들거리며 부교 위를 지나 바다 한 가운데 미니 사찰로 향하며 주워 담았던 법구경 한 구절이 잊혀지지 않 는다. ‘의리없고 어리석은 이는 피하고 어질고 지혜로운 이를 항상 찾으라.’ 훗날 어질고 지혜로운 이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번 해 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