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호 제77호=고선주 기자)서른을 갓 넘긴 젊은 화가에게 앞날은 어떤 의미 로 다가올까. 창작자로서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직장인으로 방향을 틀 것이냐의 최종적 결정을 해야 할 시기다. 더욱이 대학원을 소속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신예 작가라면 더더욱 고민이 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시대 청년 작가들의 삶을 들어 보고, 그들이 직면한 현실을 느껴보기 위해 첫 개 인전을 마련한 한 화가를 만나봤다. 그는 청각에 다소 문제가 있으나 평범하다. 청각 에 크게 개의치 않고 공부와 예술활동을 병행 중인 서른 한살의 화가 이우주씨를 9월6일 오전 만나봤다. 마침 그의 첫 개인전이 9월5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거리 갤러리S에서 진행되던 중이었다. 그가 이곳을 전시장소로 잡은데는 김종경 교수(조선대 미술대학)의 추천이 큰 몫을 했다. 서울에서 전시 를 열 수 있음에도 광주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첫 개인전에서 ‘울림’, ‘정념’, ‘우주’ 등 24점을 출품해 선보였다.
그의 소감을 통해 얼마나 긴장 속에서 개인전을 맞았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적응이 안됩니다. 공허하지는 않지만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전을 오픈했지만 긴장이 많이 되네요."
이처럼 첫 개인전 소감을 밝힌 그에게 그림은 우 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일곱살 때 오른쪽 귀 수술 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던 무렵 부친이 사다준 크레 파스와 도화지 덕분이었다. 어린 소녀는 병원 안에 서 마구 마구 그림을 그려댔다. 이후 중·고등학교 에 진학해서도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일반 학교를 줄곧 다니며 그림의 꿈을 버리지 않은 것이 다. 수화를 배울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정상적인 활동에 전혀 장애가 없어서다. 광주예고를 거쳐 조선대 미술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게 되고, 더 나아가 홍익대 대학원 동양화과 에 진학하면서 공부와 창작을 병행하게 된다. 그가 대학원을 위해 상경한 때는 2013년 조선대 미술학 부를 졸업한 해다. 상경한 이듬해인 2014년에 잠 실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1년 6개월 동안 활동을 펼친다.

01‘우주'(宇宙) 02-03 '평안’04‘영혼의 안정감'

그러면서 해외의 미술 흐름을 숙지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와 뉴욕, 그리고 일본 등지를 돌며 스케치도 하고, 작품 구상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미국에서는 아카데미 코스에 입학해 미술공부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공부, 내외연을 확장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 그는 개인전 작업을 모두 끝내놓고, 다녀왔다는 전언이다. 그에 앞서 4월에 는 석사학위청구전이 홍대미술관에서 열렸다. 그 만큼 분주한 일상을 견뎌낸 뒤의 일본행이었다. 그에게 해외에서의 경험은 또 다른 미술의 에너지가 되고 있는 듯 보였다.
"미국과 일본의 여러 도시들과 공간을 답사하며 둘러봤어요. 그곳들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 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그곳에서의 작품들이 다양했고, 문화시설도 보면서 그동안 접해온 것들과 자연스럽게 비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이런 경험들이 축적돼 그의 작품은 완성도를 더 해가는 듯하다. 개인전을 통해 보여준 그의 회화는 ‘이원성’을 주제로 한다. 다양한 꽃들의 언어가 꿈 틀대고 있고, 소망 메시지를 던지는 형식이다.
"작품에는 희로애락이 투영돼 있어요. 꽃 속 온 도에 대한 민감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해 왔어요. 사람도 기복이 있듯 꽃들도 기후와 온도의 변화 속 에서 기복이 있죠. 이처럼 자연물과 영혼의 문제 및 삶과 영혼의 문제를 천착하면서 표현해보고자 하는 게 제 그림이죠."
이처럼 그의 작품에는 작가가 설정한 울림이라 는 게 스며있다는 설명이다. 작은 빛과 만난 ‘울림’ 말이다. 이 울림의 이면에는 변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삶과 영혼의 작품을 평면에서 주로 했지만 앞으로는 변화의 느낌을 가지고 설치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일본화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일본을 돌아다니면서 일본화의 담백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담백한 느낌을 살려 변화를 모색할 생각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위해 창작에 대한 고민 을 좀더 해볼 계획도 가지고 있구요."
그의 작업들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장지를 사용하는 스며듦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한지를 여러 겹으로 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하니까 인내심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에게 ‘청각에 문제가 있다보면 손감각이나 집중력이 더 깊어지고 내밀해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집중력이 다르겠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 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universe’

때마침 갤러리에 들른 작가의 학부 때 지도를 맡 았던 박홍수 교수(조선대 미술대학 미술학과)가 답 변을 보충했다. 박 교수는 작가에 대해 "자기세계는 다 있는데 작업에 임하는 태도가 산만하지 않고, 집중력이 다른 학생과는 차별화되는 것 같았다"며 "한국화는 채색기법을 구사해야 돼서 집중력이 없으면 작업이 어려운데 집중력에다가 타고 난 테크닉이 있어 작업을 잘 소화했다"고 밝혔다.
장지 채색화에는 수간채색과 진채채색으로 나눠 지는데 작가의 경우 색을 두껍게 겹쳐 올리는 진채 기법을 구사한다. 이 기법은 일본에서 많이 넘어왔 는데 유토피아적 관점을 표현했다. 선적인 것과 색 채가 두드러졌다. 이런 점이 일본화의 일부분으로 파악되는 배경이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한국화의 채색화에 준하고 있는 게 큰 흐름이라는 평가다. 채색을 구사, 선의 화면이 크다는 점이 큰 특징인 셈이다. 색의 채도 를 면적인 것으로 묘사했는데 작가의 작품에서는 마치 선적인 것이 색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듯 보였다.
젊은 작가로서 탄탄함을 다지면서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단계로 읽혔다. 또 주도면밀하면 서 자기 예술의 가치와 정체성을 탐색해가고 있음 은 물론이다. 그는 아직은 미완이다. 완성을 향해 가야하는 신예이지만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하던 무렵 아트페어에 출품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는 행운으로 연결됐다. 중견이나 원로 에게는 흔한 일일테지만 신예에게는 이또한 쉽지 만은 않았을 일이다. 이런 그가 신예작가로서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과 패기를 발휘해 고단한 창작여 건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만의 확고부동한 회화세 계를 구현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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