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제80호=정채경 기자)‘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놀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잘 노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물으며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통놀이를 연구, 현 시대에 맞게 선보이고 있다.
놀이연구가 문은희 놀이세상 시옷 대표의 이야기다. 지 난 12월11일 북구 운암동에서 그를 만났다.
문 대표가 처음부터 놀이연구가로 활동했던 것은 아니다. (사)한국반달문화원 소속으로 2004년부터 동화구연을 해오다 2010년 놀이문화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가 동화구연을 하게 된 계기는 사회적으로 성취감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결혼해 쭉 아이들을 키우다 문득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때 마침 우연히 어릴 적 친구에게서 그가 중학생 때 항상 수업시간에 일어서서 책을 읽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국어 선생님이 항상 했던 "은희는 목소리가 예쁘니까 커서 아나운서가 돼라"는 말이 떠올랐고, 그 말이 힘이 돼 그때부터 잘할 수 있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동화구연에 뛰어들었다.
그는 동화구연을 하면서 현장에서 다양한 대상을 만나며 ‘놀이’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에 주목해 2010년부터 공부를 시작, 이듬해 놀이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세상이 놀이에 관심을 두기 전이어서 전통놀이를 기반으로 놀이지도사가 돼 놀이의 중요성을 알리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그때부터 동화구연과 놀이지도를 하다 지난해 ‘놀이세상 시옷’이라 는 단체를 독자적으로 결성해 전통놀이를 둘러싼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연극배우로 3년여 동안, 시인으로서도 활동해 놀이와 시로 세상을 밝히고 싶단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문은희 대표

단체명은 혼자서는 있지 못하는 사람 인(人)처럼, 사람과 사람이 의지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가 활동하는 시 문학반 시빚을 이끌고 있는 정윤천 시인이 지어줬다는 전언이다.
문 대표는 놀이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며 삶의 원리를 스스로 깨우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놀이란, 광범위한 놀이의 정의 속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목적이 없는 활동이자 함께 즐겨 정서적 공감이 이뤄지는 활동이죠. 놀이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어요.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누군가와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녹아있고, 그러면서 공감대를 형성하죠.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많이, 다양한 방법으로 놀아야 해요. 따라서 놀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적당한 모험이 동반돼 아이들이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 가는 데 꼭 필요한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또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른이 돼 세상 밖으로 나가 세상 풍파 속에서 살아나갈 힘을 길러주는 교육요소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이 자체에 대한 연구와 인문학적 관점에서 본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골목이 있을 때는 약속하지 않고 만나 고무줄놀이, 담방구놀이, 말뚝박기 등을 했죠. 하지만 현재는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아이들이 집과 학원을 오가고, 컴퓨터나 휴대폰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 깨우치는 과정이 사라진거죠.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동안 사회는 왜 놀이를 해야하는지에 귀 기울이지 않았어요."
이어 문 대표는 "최근 몇년 간 학교폭력이나 게임 중독 등 사회문제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대두되면서 놀이에 하나 둘씩 관심을 두고는 있다"면서 어릴 적부터 누군가와 함께하는 놀이, 몸으로 부대끼는 놀이를 한다면 이같은 사회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컴퓨터 게임과 놀이를 비교하기도 했다.
"컴퓨터 게임을 생각해보면 서로 머리나 몸을 맞춰 총 을 쏘거나 맞으며, 피가 낭자돼 캐릭터가 죽으면, 시간이 지나 다른 캐릭터가 생성되죠. 이렇다 보니 실제로 사람을 죽이거나 피를 흘리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놀라지 않고 그런 상황에 무뎌지게 되는 거예요. 놀이에서는 친구가 도움 을 줘 살기도 하고, 스스로 노력해 살아나기도 하죠. 함께 공감할 수 있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죠."

문 대표와 함께 활동 중인 놀이세상 시옷 당사들

그가 놀이 중에서도 전통놀이에 관심을 둔 이유는 함께 부대끼고 땀 흘릴 수 있는 놀거리로는 전통놀이 만한 게 없는데다 문화의 형성과 놀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여서 다. 모든 놀거리는 전통놀이에 녹아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에 따르면 전통놀이 종류는 예로부터 입에서 전해온 전래놀이와 기록이나 문헌을 통해 남아있는 양반놀이, 민속놀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의 프로그램에서는 놀잇감 없이 여러 명이 함께하는 몸놀이와 참여자가 직접 만든 뒤 이를 이용해 놀 수 있는 놀잇감을 이용한 놀이가 진행 된다.
문 대표는 전통놀이가 오래 전부터 내려오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문화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놀이를 둘러싼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고 했다.
"널리 알려진 ‘우리 집에 왜 왔니’의 경우 일각에서는 ‘하나이치몬메’(花いちもんめ)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민족말살정책의 하나로 전통놀이로 둔갑, 자리잡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특정 사건 또는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지만 만약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이걸 놀이로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 고민이 이뤄져야겠죠."
해당 놀이는 위안부 관련성 의혹과 일본 에도시대 당시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된 인신매매와 밀접하다는 해석이 있는 상태다. 또 꽃을 여성으로 착안한 발상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문 대표는 놀이지도사 과정, 전문가 과정 수업을 진행할 때 지도사들이 "이미 자리잡은 놀이를 지금에 와서 이와 같은 주장으로 하지 않는다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인지에 대해 묻곤한다"며 "놀이지도사로서 놀이문화를 둘러싼 이같은 다양한 주장이 논의된다는 걸 알고, 아이들에게 바르게 가르쳐줘야 하는 만큼 놀이를 둘러싼 여러 의견을 콘텐츠에 적용해볼 생각"이라고 밝히기 도 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줬다.
"아이들이 자율성에 대한 경험을 기를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놀이가 전 분야 속에 투영됐으면 해요. 지금껏 전통놀이를 기반으로 해온 놀이지도와 동화구연, 제가 종종 선보이는 시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접목한 놀이를 선보이고 싶죠.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놀이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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