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묵은 체증이 내려가고 우울한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문득여행] 전북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무주탑 현수교 방식의 국내 최장 길이 270m 달해
섬진강·동계들녘·광주대구고속도로 한눈에 조망
순창 3대 명산 중 한곳 스릴 만점 새로운 명소 기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04월 19일(일) 17:00
(2020년 4월호 제83호 =고선주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때문인지 토요일 오후 고속도로가 보통 때보다 차량이 많지 않았다. 이번 여정은 전북 순창으로 잡았다. 광주에서 가까워서다. 이런 시국에 장거리를 다녀온다는 것도 부담이어서 광주에서 가까운 곳을 조회하다 50㎞ 안팎에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멋진 형상의 아담한 산이 있다는 것을 알았 다. 그 전에 현빈과 손예진이 주인공을 맡아 최고 시청률 21.7%를 기록, 기존 ‘도깨비’의 인기를 넘어서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tvN 토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의 한 곳으로 담양 레이나CC와 함께 소문이 나서 기회가 닿으면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랑의 불시착’이 아니었다면 관심권 밖에 있었을 산이다. 필자가 잘 아는 지인이 ‘사랑의 불시착’ 광팬이어서 자연스럽게 그곳의 촬영지가 궁금하던 차 눈에 들어왔던 이름이 채계산이었다.
채계산 정상인 송대봉은 해발 360m 높이로 아담하다. 다만 능선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파르다 보니 나무 데크 계단같은 게 없다면 오르기 어렵다. 해발로는 낮지만 경사도 때문에 다른 높은 산 못지않게 등산이 쉽지는 않다. 계단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못했을 지 모른다. 전북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회문산 및 강천산과 함께 순창 3대 명산으로 꼽힌다. 남원 책여산과 맞닿아 있어 등산객들은 보통 이 두 산을 함께 둘러보는 것이 관행 처럼 굳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채계산은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멋진 형상 외에 적성강을 품고 있어 적성산(赤城山), 화산옹 바위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화산(華山)으로도 불린다. 채계산은 적성강변 일대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마치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 달을 보며 창을 읊는 모습인 월하미인(月下美人)의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 다.
이 일대에서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르는 소리꾼들이 많이 배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이 화중선(李花仲仙·1898~1943)이 꼽힌다. 이화중선은 원래 부산 출생이지만 김초향(金楚香)과 더불어 당시 여류 창악계의 쌍벽이었던 거목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17세 때 남원시 수지면 호곡리 홈실박씨 문중으로 출가해 살던 중, 협률사(協律社)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아 장득주(張得周)에게 판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천부적인 목소리와 재질을 타고난 이화중선은 송만갑(宋萬甲)· 이동백(李東伯)의 지도를 받아 당시 여류명창의 반열에 올라선다. 아무리 어려운 대목도 거침없이 시원스럽게 불러 청중을 매혹시켰으나, 오히려 거침없이 쉽게 부르는 것이 감동을 덜 주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일제 때에는 임방울(林芳蔚)과 함께 음반을 가장 많이 녹음한 명창으로 꼽히고 있다. 채계산 일대가 이화중선과 깊은 인연이 있다 보니 채계산 나무 데크 계단이 시작되기 전 산을 소개하는 안내글에서도 이화중선을 언급하고 있다. 그만큼 적성강변 뿐 아니라 섬진강까지 맞닿아 있는데다 그리 높지는 않으나 가파른 산악지대가 펼쳐져 있는 등 산수 풍경이 뛰어나 소리꾼이 타고날 수 밖에 없었는지 모를 일이다.

광주대구고속도로(구 88고속도로)를 타고 오다보니 담양을 지나 순창읍에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주유소에 잠깐 들러 주유를 한뒤 12㎞를 달리니 채계산 주차장이 나왔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장소였다. 아직은 포장이 되지 않은 상태였고, 두 군데의 나무데크 계단은 개방되지 않았다. 다른 쪽 계단을 찾다 눈에 띈, 하늘을 가르는 출렁다 리는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순창군 적성면에서 남원시 대강면으로 넘어가는 국도변에 자리한 출렁다리의 높이는 물론이고 길이 역시 엄청났다. 자그마치 길이는 270m 에 이르고, 최고 높이는 90m에 달한다. 이 출렁다리는 순창군이 추진한 섬진강 뷰라인 연결사업의 핵심사업으로 국비 34억원을 포함해 82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주탑 현수교 방식의 국내 최장 길이 출렁다리로 전해지고 있다. 채계산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새겨진 조형물이 설치된 곳의 계단 루트만 공개됐다. 방문했을 당시는 도로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출렁다리 개장을 앞두고 공사가 한 창이었다.
처음에는 계단을 조금 타면 출렁다리가 나오겠지 생각 했으나 오산이었다. 한참 가파른 능선을 올라채야 출렁다리가 나오고, 출렁다리에서 또 한참을 가야 전망대가 나온다. 숨이 헉헉 막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온 뒤 휘트니가 문을 닫으면서 꾸준하게 하던 운동마저 접었기에 이날 계단을 오르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근육이 당기고, 숨에 찬 목이 찢겨져나갈 정도로 힘이 들었다. 중간 중간 쉬면서 도착한 출렁다리는 아직 개통하지는 않았다. 마무리 공사 때문인 듯했다. 일명 사진 뷰 좋은 장소를 물색해 몇컷 담고, 좀 더 시원한 조망을 위해 전망대 에 올랐다.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계단을 오른다고 생각하 면 된다. 전체 세곳에 걸쳐 세워진 전망대 중 한곳에 오르니 채계산 일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순창 동계들녘과 섬진강, 남원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여기다 멀리는 광주대구고속도로가 산 자락을 끼고 들판으로 뱀처럼 미끄러져 돌아 나간다. 가깝게는 아래쪽에 자리한 출렁다리 가 곡선을 이룬 채 아름답게 휘어져 있다. 특히 건너편 금돼지굴봉은 정상이 우뚝 솟구쳐 그쪽에 놓인 계단이 개방이 되지는 않아 오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힘을 아낄 수 있 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칼날 능선은 물론이고 출렁다리와 철제난간 등 고산에서만 볼 수 있을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여기다 무량사와 일광사 등의 사찰에 수변쉼터와 유원지, 체육공원, 오토캠핑장 등이 갖춰져 있어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는 곳이 채계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창군은 출렁다리 정식 개통을 3월37일 갖고 일반에 공개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수습되고 완전 종식되면 많은 인파가 스릴을 맛보기 위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순창에는 또 아찔한 출렁다리가 있다. 채계산보다 더 일찍부터 개통돼 운영해온 강천산 출렁다리가 그곳이다. 강천산 출렁다리와 함께 순창 일대에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을 것 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조망은 막힘없이 탁 트여 있었다. 그동안 복잡한 일상은 늘 가슴 속 체증으로 켜켜이 쌓여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은 더욱 답답했다. 하지만 전망대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경으로 인해 가슴 속 묵은 체증이 내려가고, 우울한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우리 삶에 풍경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은 실로 엄청나다 는 것을 새삼 깨우친 기회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05. 0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02. 02 |회장 : 양진석|발행인 : 차재진|편집인 : 이승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