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제 84호=글·최성국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일제강점기 3·1만세운동 직후인 1920년 태동한 광주YMCA(이하 광주Y)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광주Y는 창립 이후 광복,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등을 역사적 기로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 광주 시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일종의 버팀목이 돼 왔다.
특히 오방 최흥종 선생 등의 헌신과 함께 100년 간 취약계층·시민·청소년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해온 광주Y는 명실공히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시아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세계 120여 개 국가의 YMCA와 국제 협력 체제를 구축해 세계적인 재난과 어려움에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과 대구에 시민들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기독사회운동체의 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광주Y의 이사장을 맡게 된 류한호 광주대학교 교수를 만나 100주년을 맞은 광주Y의 올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광주 YMCA 이사장을 맡게 된 소감은.
광주YMCA가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은 광주로도, 광주시민으로서도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일제강점기 3·1운동 직후인 1920년에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 지도자들과 30여 명의 청년들이 창립한 뒤로 100년이 지난 것이다.
광주Y의 기본정신은 ‘청소년에게 꿈을, 지역사회에 밝음을, 지구촌에 평화를’이라는 슬로건에 잘 녹아 있다.
이런 가치를 지향하고 실천해 온 이 단체에서 10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기에 이사장을 맡게 돼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책임을 무겁게 느끼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지나온 과거를 성찰하고, 다가올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만 한다. 100년 전 선배들이 구상했던 창립 정신을 지금 시대정신에 맞게 잘 해 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가 고스란히 숙제로 다가온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광주Y가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광주Y 백년사를 편찬하고 있다. 이제까지 살아온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 방향 설정을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광주Y 역사가 곧 광주시민의 역사이기에 광주YMCA 금남로 본관에 100주년 역사관을 만들 예정이다. 시민들로 하여금 한눈에 광주Y의 역사이자 광주 시민의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구상이다.
오는 10월 13일부터 5일간 광주Y 100주년 기념행사도 추진될 예정이다. 이 시기에 상하이, 요코하마, 광주 Y가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역할’이라는 주제로 3도시 YMCA 평화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에서는 각 국가의 해당 도시Y에서 지난 2년 동안의 실천 활동을 중심으로 사례발표를 진행, 향후 공통의 과제와 역할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3도시 YMCA 유스캠프도 함께 열린다.
또 일본 요코하마Y와 광주Y가 공동으로 발달장애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양 도시 발달장애청소년들이 함께하는 국제교류캠프도 오는 8월 광주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아시아지역 YMCA 중 한 곳을 선정, 광주Y의 100년 간의 시민사회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청소년과 청년들이 함께 교류할 자매Y 협약도 체결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한국YMCA 유아축구대회 등 연중 다양한 사업들이 준비되고 있다. 새로운 100년, 급격한 시대변화에 맞춰 지역사회와 시민과 함께 하는 YMCA를 만들고, 시민사회에 도움을 주는 운동을 하기 위한 비전과 구체적 활동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추진할 예정이다. 광주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요청 드린다.

최근 광주Y는 중국과 대구·경북에 코로나19 위기 극복 물품을 전달했는데.
광주Y와 중국 상하이Y는 형제Y로 30년 간 교류를 하며 우애를 다져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초기에 상하이Y 우지안롱 사무총장이 광주Y에 마스크를 요청했다. 우리는 바로 광주Y 회원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에 들어가 약 1000만원 상당의 마스크를 보낼 수 있었다.
이후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한국YMCA전국연맹에 속해 있는 각 지역Y 차원에서 모금을 진행, 필요한 물품을 전달했으며 광주Y도 모금을 통해 1200만원 상당의 손 소독제 1004개를 대구Y에 전달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온 것도 커다란 문제였다. 광주Y 금남로 회관에는 10여 개의 임대 사업체가 입주해 있는데 우리 주변의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등이 가장 힘들 것이란 생각에 15% 정도 월세를 감면하기로 했다.
임대업을 하고 있는 건물주들에게 자발적으로 월세를 감면해 주는 운동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IMF보다 더 혹독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이 때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재난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시민운동 차원의 청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5·18민주화운동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YMCA도 5·18민주화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Y 지도자들은 수습위원으로 활동하며 시민들을 보호하고 광주Y의 공간은 시민군들의 훈련 장소로 활용됐다.
그렇기에 5·18 40주년과 광주Y 창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광주Y와 기독사회운동의 역할을 조명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기존에 5·18민주화운동과 광주Y, 기독사회운동 인물 중 다수의 구술증언채록이 돼 있는데 아직 관련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분들을 대상으로 구술증언채록을 추가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연구사업으로 제안해 놓은 상태로 기록관과 원활하게 논의가 이뤄져 그간 조명받지 못한 인문들이 새롭게 연구돼 광주 5·18 역사에 잘 기록되길 희망한다.

광주Y 뿐만 아니라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한다면.
시민단체는 보통 NGO라고 불린다. 민간기구이지만 정부기구와 같은 공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다. 시민단체는 전통적으로 공공적 관점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위에 군림하던 권력을 시민의 눈높이로 이끌어 내고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민주사회의 거버넌스라는 큰 흐름은 이처럼 시민운동과 권력이 상시적으로 만나 공동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이 방식이 많이 활발해져 권력에 대한 견제를 넘어 시민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시민권력, 시민자치, 분관 등과 연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은 시민사회단체가 전환기에 서 있다고 본다. 사회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단체들이 특화된 주제를 가지고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단체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회원들도 분산되고, 회원 주동성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를 잘 정리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주요한 고민 대상이다.
광주Y의 예를 들자면 지역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기독사회운동체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100년에 걸친 광주Y 활동에 대한 성찰과 평가를 통해 변화해야 할 부분과 계승 발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잘 정리해 지역사회에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맞춰 조직의 시스템적 변화나 사업, 프로그램의 전환도 필요하다.
Y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 그 중심에는 당연히 사람이 있어야 한다. Y 단독으로 보다는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밝은 지역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일을 함께 하고, 다른 단체들이 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이는 광주Y의 창립 정신이기도 하며, 아무리 시대가 변화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YMCA의 고유한 정체성일 것이다.

광주·전남 시·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광주시민의 사랑으로 함께 한 광주YMCA 백년이다. 지금은 지난 100년을 잘 갈무리하고 새로운 백년에 ‘광주시민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징검다리에 해당하는 시기다.
결국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그리고 청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시민사회의 힘이 흘러가게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곧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갈 청소년들을 바르게 육성하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세대 간 신뢰를 통해 강력한 사회자본을 가진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광주시민들의 열린 참여와 광주Y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융합하면 광주도, 광주Y도 더욱 힘차고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시민과 함께 광주YMCA 백주년 행사를 잘 치르고, 새로운 백년에도 광주시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광주Y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