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제84호=정채경 기자)전국적으로 폐산업단지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가 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은 예술 작품과 카페가 한데 어우러진다’는 기본 공식을 깨고 특화된 콘셉트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복합문화공간이 진화하고 있다. 각각의 개성을 살리는 것은 물론, 과거의 기억을 품으며 가치를 재생산해 내는 데다 트렌드에 부합해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그중 소양복합문화공간 ‘산속등대’는 전북 완주군 소양면 원암로에 지난해 5월께 문을 열어 이달 개관 1주년을 맞이했다. 1980년대 문을 열어 가동해오다 40여 년 동안 방치돼온 제지공장 건물과 그 일대를 지난 2016년 기획·운영사 (유)제이와이프롭(대표이사 원태연)이 3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역 문화 예술을 견인하는 가족 단위의 복합문화공간 겸 쉼터로 탈바꿈시켰다. 2018년 하반기에 첫 삽을 떠 어린이체험관인 어뮤즈월드와 산속등대미술관, 슨슨카페, 야외공연장 등 문화예술을 한곳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조성해 지역문화예술을 밝히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의 인상과 창의력이 바탕이 되는 길잡이와 조력자로 등대를 자처하고 있다. 이같은 도시재생공간 조성으로 지난해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장관상을 수상, 인근 삼례의 삼삼례례미미, 전주 팔복예술공장과 함께 지역 랜드마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멀리서 금테를 두른 붉은 굴뚝이 눈에 띄어 복합문화공간 산속등대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 산속등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입장료가 있지만, 방문했을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무료로 둘러볼 수 있었다. 8000여 평의 탁 트인 공간에는 별빛 문양을 띈 광장이 한 가운데 있다. 별의 5개 꼭지점이 닿는 자리에 크게 미술관과 수장고, 어뮤즈 월드, 아트플랫폼 및 별빛동산이 위치해 있다.
산속등대 곳곳에는 과거에 공장지대였던 것을 읽을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가 그대로 남아 있고, 공장을 연상하게 하는 삼각지붕의 건축물이 곳곳에 형성돼 있다. 과거 구조물 옆에 새로운 구조물을 재현한 기억의 파사드로, 지난 세월을 잊지 않게 한다.
미술관 제1관과 제2관을 비롯해 어뮤즈월드, 슨슨카페, 등대, 별빛광장 및 동산, 아트플랫폼, 야외공연장 등이 구성, 구석구석 모두 포토존이 될 만큼 세심하게 꾸며졌다.
김세진 실장은 "‘산속등대’는 방치됐던 옛 공간에 새 희망을 불어넣어 다시는 길을 헤매지 않도록 밝게 비춰주는 길잡이 등대가 되겠다는 의미"라며 "전라북도 도민들을 새로운 방향으로 안내해주고자 세워진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양은 본래 종이 생산지로 알려졌지만,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했다. 환경 문제로 인해 방치된 공장을 ‘버려진 시간 속 새로운 문화를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미술관과 아이들 체험, 카페 등 가족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공간의 배경을 밝혔다.

따라서 이 공간은 미술관과 아이들 체험, 카페 등 가족 중심의 공간으로 꾸며져 아이들에는 체험학습을, 어른들에게는 정보교류 및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또 청년층에게는 문화플랫폼으로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나아가 지역주민과의 공존을 꾀해 전북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잡는게 목표라는 설명이다.
공간에 들어서면 입구를 사이로 미술관과 수장고가 관람객을 맞아준다. 제1종 등록미술관이라는 큰 현수막이 외벽에 걸려 있고, 미술관 제 1관에서는 ‘Wild aura 2020’이라는 타이틀로 탁노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으나 전시장이 휴관이어서 아쉽게도 전시를 볼 수 없었다.
전시장 맞은편의 어뮤즈월드는 대형컨테이너 20여 개로 이뤄져 산새와 절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은 독특하게도 어른들의 출입을 제한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회성 및 협동심, 창의력을 길러주는 공간으로, 체험중심형 교육과 기술 및 직업 체험 등 예술과 놀이, 과학, 안전 등 다양한 테마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보물찾기와 요리, 과학, 스포츠, 안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진행된다.
여기다 컨테이너로 이뤄져 공간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아트플랫폼은 히스토리관과 제2미술관, 기념품샵 등으로 구성, 한숨을 돌리면서 산속등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휴식공간인 별빛동산도 마련돼 있다.
이와 함께 등대 왼편에서는 기존 폐수처리장을 개조해 야외공연장을 조성, 버스킹 무대를 열어오고 있으며, 무당개구리와 청개구리, 참개구리, 맹꽁이, 두꺼비 등이 서식하는 개구리 놀이터가 있다. 등대 오른편에는 현존하는 고래 조형물 중 가장 큰 33m의 어미흰수염고래와 새끼흰수염고래를 형상화한 고래놀이터, 폐산업시설을 재활용해 수생물을 살펴볼 수 있는 수생생태자원, ‘더 맑게 더 푸르게’라는 표어가 새겨진 기존 공장의 외벽을 활용해 만든 등대폰드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형성돼있다.
또 쉬었다 갈 수 있는 기존 공장 건축물과 신건축물이 이어진 슨슨카페가 마련, 당시 건물 기둥을 그대로 보존해 지난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음료와 먹거리를 즐기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향유, 720m의 국내 최장 우드슬랩으로 대자연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 로스팅 체험과 베이커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앞으로 물론 문화접근성이 어려운 지역민들에게 문화와 예술의 다양성을 소개하고, 시간을 활용해 여가생활 만족도를 제고하는 역할을 해나갈 전망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와 지역 상생의 계기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융·복합 의 다원예술을 포용, 편안하고 쉼이 있는 사람중심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