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휴식공간 구축 예약자들 쉬었다 가기를

[신문화탐색] 예술적 상상력으로 ‘휴식’ 탐구 김자이 작가
숲의 느낌 안겨줄 수 있는 인공적 공간 조성 주력
여행 등 동적 힐링 추구…집중할 수 있는 쉼 ‘선호’
상업 행위보다 순수하게 예술의 길 가며 작업 매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06월 03일(수) 23:51
(2020년 5월호 제84호=고선주 기자) 벚꽃이 만개했지만 세상은 벚꽃처럼 화사하지만은 않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 여파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와 시립미술관, 역사민속박물관 그리고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광주중외공원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진입로 양쪽으로 벚꽃을 위시로 각종 봄꽃들이 만개해 있다. 잠시 여유를 부릴 틈도 없이 시립미술관 앞 국제레지던시를 찾아갔다.
국제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코로나19 여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실에 출퇴근하며 작업을 펼치고 있는 김자이 작가 취재 때문이었다. 2층 작업실은 다양한 화분과 사진으로 꾸며져 있었다. 어수선하지 않고 단정하게 정돈돼 작업실이라기보다는 잘 꾸며져 쉴 수 있는 공간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물감냄새 진동하는 여타 작가들의 작업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이처럼 다른 풍경의 작업실을 꾸릴 수밖에 없던 이면에는 작가의 건강문제가 큰 이유다. 올해 서른 아홉에 들어선 작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렀다. 유학을 떠난 것이다. 그런데 유학 중 몸이 아파 한국으로 돌아와 건강검진을 받게 됐는데 진단 결과 갑상선암을 선고받았다. 이 갑상선암은 작가에게 휴식의 진정한 의미들을 탐구하고, 이것들을 예술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자연에 가지 않았지만 마치 자연에 와 있는듯한 공간 창출에 그의 관심은 집중됐다. 그래서 씨앗이나 화분, 사진 등이 그의 미술 도구가 된 셈이다.
예술적 상상력이 온통 휴식에 모아졌다. 2010년 이후 그의 작업은 두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전조증상에 대한 성찰을 하면서 자신이 한 말들을 녹음해 들어보고는 통계를 내게 된다. 여기다 행동 등을 분석하고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3∼4년 동안 펼쳤다.
이어 2017년부터는 건강상 이유로 인해 적어도 1∼2년 동안 체계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휴식을 마음먹게 된다. 그는 막상 휴식을 하려고 하다 보니 휴식도 해본 사람이 하지 자신같은 사람은 휴식을 잘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쳤다고 한다. 작가는 이때부터 휴식에 관해 공부하며 연구 및 탐색에 돌입한다. 그의 휴식은 철저하게 작업으로 건너가기 위한 절차같은 것으로 이해됐다.
"저는 휴식에 동적인 휴식과 정적인 휴식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동적인 휴식은 여행이나 걷기 등을 말하는 것일 테고, 정적인 휴식은 수면이나 명상같은 것을 말하는 것인데 제게는 동적인 휴식이 맞았어요. 움직이는 것들을 작업의 테마로 해 접근했죠. 20대 때에 조금씩 했던 퀼트나 뜨개질까지 호출해 봤습니다. 뜨개질을 했더니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를 계기로 작가는 휴식을 추구하지만 집중할 수 있는 휴식을 선호하게 된다. 그런 휴식을 더 체계적으로 이해, 예술에 투영하기 위해 휴식에 관한 논문을 읽고 연구를 하는 것을 도외시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심리학자 마크 버먼을 예로 들며 설명을 계속해 나갔다. 그에 따르면 마크 버먼은 학생을 두 부류로 나눠 한쪽은 수목원을, 다른 한쪽은 시내를 걷는 실험을 했다. 심리적 테스트를 말한다.
독일 뮌헨 super centercourt gallery에서의 ‘휴식의 기술2’

수목원을 거닌 학생들이 시내를 걸은 학생들보다 집중력이 뛰어났으며 기분이 좋았다는 것이다. 다만 사진에 담긴 자연 풍경을 바라만 봐도 시내 거리를 거니는 것보다 훨씬 더 정신건강에 좋은 효과가 일어난 결과를 도출해냈다.
그의 휴식에 대한 근거들은 이처럼 차곡차곡 모아졌다.
"사람들에게 정적인 휴식공간까지 망라해 숲의 느낌을 안겨줄 수 있는 인공적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했어요. 숲을 영상에 담아 프로젝트 빔으로 틀어보고 아로마향을 추가하는 등 숲의 느낌이 나도록 여러 장치를 시도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휴식 방법을 통한 탐구 작업이라 할 수 있어요. 여기서 더 나아가 타인의 휴식 방법에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죠."
이는 타인의 휴식이 궁금해 리서치 페이퍼를 만들어 벽에 부착, 관람객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기입할 수 있도록 해 그 자체를 전시에 반영했다. 작가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휴식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뿐만 아니라 작가와 관람객 상호간에 휴식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2018년부터 착수한 식물키우기다. 씨앗키트를 만들어 휴식방법을 관람객들과 공유에 나섰다. 숲의 사진을 망라해 압축된 흙이나 씨앗, 종이로 된 화분을 상세하게 기술해놓는 등 키우는 방법을 기입해 놓았다. 실제 관람객들이 가져가 키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기다 작가의 주소와 메일주소까지 기입해 놓았다. 키우는 과정이나 키우는 모습에서 화초의 죽은 모습까지 사진을 찍어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사진들을 취합해 전시물로 활용한다.
그는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독일에 머물렀다. 광주시립미술관이 교류 프로그램으로 독일 뮌헨에서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그곳 입주작가로 활동을 펼쳤다. 그가 독일까지 진출해 작업을 했던데는 국내의 휴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다른 휴식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독일은 그에게 좀더 내밀한 휴식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의 휴식은 작업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의 행간을 따져보면 항상 책과 논문을 읽고 여행도 가면서 아이디어를 얻을 복안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작가로서의 길을 순수하게 가고자 한다. 그의 작품은 딱히 평면회화처럼 접근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구조와는 멀다. 그는 판매용을 먼저 생각하고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판매를 먼저 생각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워져서라는 설명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가장 어렵다는 작품 판매를 생각하기 보다는 경제적인 문제를 다른 분야에서 해결하는 대신 작업에 꾸준하게 매진할 각오다.
작가는 광주예고와 조선대 미술대학을 거쳐 영국 런던 킹스턴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휴식의 기술’이라는 타이틀로 한 전시 등 개인전을 가졌다. 은암미술관 레지던시를 비롯해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아트 레지던시, 부산 홍티아트센터 레지던시,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레지던시 등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 어떤 작가가 되고, 어떤 작업을 펼칠 것인지를 밝히며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전시장에 휴식공간을 구축해 희망자들의 예약을 받아 오픈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작품이지만 거기서 쉬었다 가라는 것이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품을 꿈꾸고 있어요."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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