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제82호=정채경 기자)날씨가 선선한 봄부터 매서운 추위가 닥치기 전까지 매주 토요일 중외공원 일대는 어린이와 가족단위 시민들로 늘 가득하다.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소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중외공원 풍경을 그리는 사생대회가 진행된다. 모기장 텐트 속에 들어가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는 즐거움도 이곳에서는 가능했다. ‘아트피크닉’ 이야기다. 이 행사는 ‘아이는 감성소품, 엄마는 힐링소풍’이라는 콘셉트로 중외공원에서 이뤄졌다. 잔디를 밟으며 뛰어놀 수 있도록 기획돼 호응을 얻었다.
이같은 프로그램이 몇년 째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은 자연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키즈카페에 가지 않고서도 그곳 못지 않게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의 여유 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어서다. 잔소리 같겠지만 가족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점 또한 ‘아트피크닉’의 강점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어린이를 비롯한 시민들이 스스럼없이 방문해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들을 만끽할 수 있는 중외공원은 광주의 북쪽 관문, 고속도로 서광주 인터체인지를 끼고 넓게 펼쳐져 있다. 북구 동운동에 자리한 도시근린공원으로, 각종 놀이시설과 산책로가 형성돼 있어 수려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은 자연과 문화의 접목이 가능한 곳으로 녹색이 있는 도심 허파로 손색이 없다.
중외공원은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단지로, 시설비 58억6700만원을 투입해 70여 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1981년 8월에 준공됐다.
중외공원 일대는 운암제와 용봉제 등 생태저수지를 포함해 국립광주박물관·광주문화예술회관·시립미술관·시립민속박물관·비엔날레 전시관, 노천극장 등 공연 및 전시시설이 밀집돼 있다. 그래서 이곳을 중외문화벨트로 명명되기도 한다. 둘레길 걷듯 걸으며 하나 하나 보는 재미가 작지않는 곳이다.
역사유물과 민속자료들을 전시하는 국립광주박물관과 광주시립민속박물관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 선조들의 삶이 깃들어 있는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민속놀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통문화 계승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다.
또 시립미술관은 이 지역에서 태동한 남종문인화를 근간으로 한 한국화부터 동시대 현대미술까지 다채로운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의 문화적 소양을 끌어올리고, 과거와 현대를 잇는 한편,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전시와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되고, 녹지와 여가 공간까지 갖춰져 문화와 자연을 동시에 접하며 쉬어갈 수 있다. 여기다 격년제로 ‘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리는 곳이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맛’과 ‘멋’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중외공원을 거닐다 보면 3·1운동기념탑과 광주전남순국학생위령탑, 1988 올림픽기념탑 등 애달픈 역사와 자랑스런 축제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풍성한 수목들이 우거져 있어 봄이 되면 벚꽃 향연이 펼펴지고 가을에는 오색찬란한 단풍이 물결을 이룬다. 일상에 지친 친구와 연인, 가족들의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이와 함께 바이킹과 회전목마, 무지개자전거 범퍼카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시설이 옹기종기 모여있지만, 갈수록 퇴락해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
이외에도 팔각정과 축구장, 테니스장 등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런 가운데 중외공원이 아시아예술정원으로의 탈바꿈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침체된 느낌의 전반적 이미지를 전환, 다시 활성화의 근거를 마련하면서 아시아적 가치로 미래문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시가 지난해 9월 오는 2023년까지 ‘아시아예술정원’을 조성한다고 밝히면서 중외공원의 제 2도약같은 희망을 품게 됐다.
특히 시립미술관이 중외공원에 아시아예술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국비 27억원까지 이미 확보했다. 시립미술관이 처음으로 국비사업을 확보한 것으로 의미가 깊다. 이 조성사업에는 총사업비 190억원(국비 95·시비 95)이 투입될 예정이다.

01 3·1운동기념탑 02 어린이공원 전경

이번에 조성할 아시아예술정원은 중외공원에 문화예술을 접목한 시각미디어문화권 형성을 목표로 진행된다. 광주의 진입 관문에 위치한 곳인 만큼 예술정원 구축은 종요하다 할 수 있다. 관건은 지역의 고유한 특색을 투영한 문화예술 종합거점으로의 육성과 중외공원 전반의 활성화를 위한 핵심 킬러 콘텐츠화 역할 등을 어떻게 이루느냐다. 지금처럼 공원인지, 문화거점인지 어정쩡한 상황을 타개해내지 못한다면 그저 시설 하나 들어서는 형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조성사업은 철저하게 광주문화예술 발전의 중심 축으로 육성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현재 자리한 시립민속박물관·시립미술관·문화예술회관·비엔날레전시관 등 5개 문화시설 사이에 있는 빈터와 녹지를 활용하는 만큼 광주문화의 50년, 100년을 내다본다는, 미래적 안목으로 구축이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의 면적은 자그마치 국제축구장의 약 5배인 3만5000㎡이다. 어떻게 하냐에 따라 광주문화예술의 명암이 갈릴 것이다.
아시아예술정원 내 아시아 문화정원에서는 1만9000㎡ 규모로, 중국·일본·인도·중동 등의 자연을 한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을 전망이어서 현재까지 미술관 중심의 전시문화라고 하는 단조로운 문화패턴을 극복하는 데도 상당한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문화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전시장·공연장을 곁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중외공원 안에 자리한 어린이공원지구에는 유치원 아동과 초등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자연숲 등 6000㎡ 규모의 미로정원 설치도 앞두고 있다.
중외공원 일대에 있는 문화예술회관과 중외공원 내부를 잇는 518m 길이의 공중보행로(하늘다리)도 세워진다. 공중보행로는 실제로는 500m에 미치지 못한다. 곡선을 줘 보행로를 닦으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오래전부터 안으로 이야기됐던 만큼 이번에는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광주시 관계자는 아시아예술정원과 관련해 "각국의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광주를 넘어 아시아를 이해하고 배우는 소통창구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