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제85호=정채경 기자) 지역에는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장이 마련돼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해 광주문화예술회관과 빛고을시민문화관, 전통문화관, 각 자치구 문예회관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지역 공연장은 광주공연마루가 아닐 듯 싶다. 문화수도를 자부하는 광주를 대표할 만한 브랜드 상설공연을 지향하며,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장소에서 다채로운 국악 무대를 선보여 광주의 예술혼을 알려서다.
광주공연마루는 광주 서구 치평동 상무조각공원 내(광주시 서구 상무시민로 3)에 자리해 있다. 본래 광주가 선도해온 광산업을 알리기 위해 개막한 ‘2010광주세계광엑스포’(2010년 4월2일~5월9일)의 주제관이던 건물이다. 이곳은 행사가 열린 38일 동안 148만명이 다녀가 여러 나라에 광주세계광엑스포를 톡톡히 알린 역할을 했다. 같은 해 한국건축물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시민들의 의견과 광주발전연구원 연구용역을 거쳐 영구시설물로 현존하고 있다. 2011년 1월 광주시와 재단법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위·수탁 협약을 통해 현재까지 진흥원이 운영 중이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빛고을유소년영화체험전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기획전, ACE Fair관련 3D 특별전, 달맞이 테마극장, 안전콘텐츠 체험관, 문화가 있는날 수요극장 등이 열려왔으며, 2014년에 공연장으로 등록됐다.
그러다 광주시가 문화수도 ‘예향 광주’의 이미지에 걸맞은 브랜드 상설 공연장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며, 2018년 행정안전부로부터 현안사업 특별교부금으로 10억원을 확보해 개조, 지역의 브랜드 상설 공연장으로 탈바꿈됐다.
3층 건물 연면적 1669㎡ 규모로 기존 영화상영 위주로 활용돼온 영상관의 무대 조명과 음향설비, 무대장치 등을 개보수해 공연장은 영화관과 세미나실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다목적 시설로 재구성됐다.
외관은 기존 광엑스포 건물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건물 진입로에 공연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마련돼 있어 공연 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1층에는 카페테리아인 쉼마루가 마련돼 있고, 둥근 형태의 건물 외곽을 따라 늘어선 나선형의 복도를 걸어 2층으로 올라가면 공연장에 다다를 수 있다. 공연장은 관람석 172석(일반 168석·장애인 4석)으로,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호흡하기에 안성맞춤이다. 3층은 광주공연마루 운영사무실과 기계실로 구성돼 있다. 4~9월 야외에서는 일일 3회에 한해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분수쇼를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공연 모습.

주요 프로그램은 시립예술단과 지역 국악단체가 펼치는 ‘광주국악상설공연’이다. 광주에 오면 꼭 봐야할 공연, 지역의 색이 담긴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3월께 시범 공연에 이어 4월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 매주 토요일 관광객과 국악인들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국악한마당 잔치가 열렸다.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서양음악의 요소를 가미한 퓨전 국악, 신명나는 타악기 소리에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풍물공연, 우리에게 친숙한 민요나 창극을 깊은 울림의 소리로 풀어내는 판소리 등 흔히 접하기 힘든 다채로운 국악공연이 펼쳐져 ‘전통예술은 낡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했다는 반응이다.
상설 공연은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무대가 주축이 된다. 남도 특유의 음악성을 살려 육자배기 선율의 성음을 극대화한 연주를 선사해왔다. 지역 예술단체의 실험적인 무대부터 정통 국악 무대까지 풍성한 레퍼토리를 선사해 7080세대부터 2030세대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2019년 7월12~28일)가 열린 당시에는 매주 화~토요일까지 5일간 꾸준히 무대가 열려 하반기 누적 관객이 2만여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립창극단과 시립국악관현악단을 비롯해 창작국악단 도드리, 피리 정악·대취타 보존회 광주·호남지부, 굿패 마루, 그루, 김미숙 뿌리 한국무용단, 내벗소리민족예술단, 한국 판소리 보존회 광주지부, 아시아민족음악교류협회, 얼쑤 등 12개 예술단이 총 33회 공연을 펼쳤다.
올해 1월까지 풍성한 무대로 시민들 곁을 찾아오던 광주상설공연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이에 광주문화예술회관이 ‘온라인으로 보는 광주국악상설공연’을 광주공연마루에서 무관중 공연을 진행, 광주문예회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면서 코로나19를 예술로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 5월 정부의 방역지침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됨에 따라 이달 초부터 공연을 재개할 예정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광주공연마루에서 열릴 브랜드 상설 공연으로 광주만의 차별화된 관광콘텐츠가 육성되길 바란다"며 "남도 고유 브랜드 가치를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이 앞으로 공연자들에는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없어서는 안될 공간으로, 관람객들에는 우리 전통 문화를 다각도로 조명한 무대를 통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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