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제87호=여균수 기자)그는 오랜만에 담양 용흥사(龍興寺)를 찾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용흥사 앞 계곡은 장사를 하는 백숙 집들이 깔아놓은 평상으로 뒤덮여 지저분했는데, 이번에 가보니 모두 철거되고 깔끔한 모습으로 복원됐다.
용흥사도 새로운 불사가 이뤄져 경내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봉황 형상의 거대한 조각품이 마당에
세워졌고, 요사채도 새로 단장됐다.
용흥사는 백양사의 말사로 백제 때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 후기까지의 연혁이 전해지지 않아 절의 자세한 역사는 알 수 없다.
다만 용흥사 동종(銅鍾)에 용구사로 기록된 것으로 볼 때 본래 이름이 용구사(龍龜寺)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조선 숙종 때 숙빈 최 씨가 이 절에서 기도한 뒤 영조를 낳자 이후 절 이름을 용흥사로 바꿨으며, 절 뒷산 이름도 몽성산으로 고쳐 불렀다. 이때부터 50여 년간 절이 발전해 한때 산내 암자만도 7개나 있었고 큰스님도 머무르며 불법을 폈다고 한다. 19세기 말에 의병의 본거지로 쓰이다가 불에 탄 것을 박항래가 중건했다. 1930년대에 백양사 승려 정신이 대웅전과 요사채를 세웠으나 1950년 6·25전쟁 때 다시 불에 탔다. 1957년에 중창하고 1970년대에 대웅전을 새로 지었으며, 1990년대부터 대대적인 불사를 일으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폐사와 중창을 반복해온 용흥사가 유서 깊은 절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보물 제1555호로 지정된 동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웅전에 봉안된 동종은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주조기술이 우수해 문화재 가치가 매우 높다.

동종의 명문에는 조성연대, 10여 명의 시주자, 20명의 승려, 주종장 등이 열거돼 있고 종을 만든 공덕으로 일체 중생이 성불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작 시기는 순치원년인 1644년이고 통정대부 김용암이 주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범종의 가장 윗부분으로 용의 모양을 한 용뉴의 형식이 매우 독특하고 범종의 머리 격인 위부분(천판)도 연꽃잎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김용암은 순천 선암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된 동종(1657년)도 제작했는데, 연꽃잎을 시문한 천판이같은 양식이다. 김용암은 17세기 중반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약한 장인이며, 화순 만연사 동종(1660년) 제작에도 참여했다. 또 김용암의 범종 양식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진 김애립이 만든 여수 흥국사 동종(1665년)과 운흥사명 동종(1690)에도 유사한 특징을 가진 천판이 확인돼 주목된다.
용뉴인 종의 고리는 용머리가 모두 4개인데, 이 중 두 마리만 몸체를 갖고 고리를 만들고 여의주를 받들고 있다. 천판은 볼록하게 솟아 있고 종뉴를 중심으로 13개의 연꽃잎과 원형 범자문이 둘러졌다.
몸체는 입구가 좁아지는 형태이고, 표면에는 다양한 장식이 부조됐다.
지금도 용흥사 대웅전에서 이뤄지는 큰 행사에 사용되는 동종은 17세기 범종의 양식적 특징과 장인 계보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